[368호 에디터가 고른 책]
‘평화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의 성폭력 사건에 대처한 기관 및 교회의 1차 자료를 토대로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는 책이다. 가해자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결탁한 권력에 맞서 피해자 중심의 해결로 이어지기까지의 20년이 넘는 지난한 과정을 담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은 일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 요더 사례와 메노나이트 교회의 반응을 살펴보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과거는 완벽한 실패였다. 그렇다면 최근의 반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오랫동안 일어났고 방치되었다.”(126쪽)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 동안 피해자들의 신음을 억압한 것은 《예수의 정치학》을 지은 존 요더의 명성과 업적이었다. 1970-1980년대 교회 지도자들은 많은 여성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요더의 신학과 교회의 체면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여전히 요더의 만성적 성폭력과 그가 축조한 신학의 업적을 구분해서 받아들이려는 입장이 있지만, 저자는 그러한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들이 내세웠던 평화 신학의 높은 이상은 수많은 피해자에게 침묵과 고통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한계와 교회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노나이트의 평화 신학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요더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여성들을 주축으로 그 너머의 길이 모색되고 있다. 부록1에 실린 핵심관계자 인터뷰는 본지 옥명호 전 편집장이 진행한 것으로, 여성 리더십의 존재가 교회 공동체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왜 중요한지 잘 드러낸다. 이어지는 부록2(관련 예배 순서)와 부록3(성적 학대에 대한 범교회 성명서·2015년 총회 통과)도 문제 해결 과정의 의미 있는 이정표들이다.
이 책은 본지에 2016년 1월~5월 연재된 글이 얼개가 된 책이다. 연재 당시 한국교회의 여러 성폭력 사건과 견주어 읽히며, 성폭력 문제를 “은밀하고 은혜롭게” 덮으려는 교회에 경종을 울리길 바랐었다. 5년이 지났지만 교회 내 성폭력은 반복되고, 해결과 예방은 버겁다. 그동안의 반면교사들을 너무 빨리 덮어버린 탓일 것이다. 괴롭겠지만(괴로워야 한다), 다시 이곳저곳의 ‘문제’를 들추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널리 꼼꼼하게 읽혔으면 좋겠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