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성서의 형성 - 성서는 어떻게 성서가 되었는가? / 존 바턴 지음 / 강성윤 옮김 / 비아 펴냄 / 12,000원<br>
성서의 형성 - 성서는 어떻게 성서가 되었는가? / 존 바턴 지음 / 강성윤 옮김 / 비아 펴냄 / 12,000원

성서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을까? 신앙이 없는 학자나 무신론자인 지인들이 성서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연구 분야가 겹쳐서, 혹은 오랫동안 살아남은 책의 연원이 궁금해서였다. 더욱이 크리스천이라면 한 번쯤 제기해보았을 질문인데, 교회나 신앙 공동체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완전하고 고정불변하며 거룩한 권위를 갖고 있다고 여겨서일까. 그래서 오히려 성서와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쓴 존 바턴은 이와 같은 질문을 대신 던지며, 그 답을 차근차근 찾아나간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옥스퍼드 대학교 오리엘 칼리지 명예교수인 그는 구약과 성서 정경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온 저명한 신학자이며 성공회 사제이다. 그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성서는 방대하고 복잡한 저작이면서 여러 시대 및 지역에서 나온 문헌들의 선집인 탓에 성서의 기원과 형성에 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간단하고 쉬운 것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요 인물과 용어, 배경이 책 뒤에 간결하게 정리돼있어 아예 길을 잃지는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성서 정경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누가’ ‘언제’ 책을 썼는지 묻는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이 언제, 어떤 식으로 ‘선집’으로 묶였으며, ‘경전’이 되었는지, 나아가 성서 목록은 언제 ‘확정’되었는지 묻는 일을 포괄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이 몇 가지 있다.

하나, 성서의 대다수 책은 ‘편찬자’가 “일정한 의도 아래 일련의 자료들을 결합한” 작업물이라는 점이다. 둘, 어떤 책들은 성서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대등한 위상을 지니고 성서보다 자주 인용되는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셋, 고대의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해석자들은 성서의 불일치와 비일관성에 대해 “더 깊은 진리를 가리키기 위해 하나님이 의도한 것”이라 생각해 성서를 ‘우의’(allegory)로 읽기도 했다는 점이다.

아득한 고대의 사람들조차 성서에 속하지 않은 책들에 ‘오픈 마인드’였으며, 성서를 볼 때도 표면적 의미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읽어내려 했다. 나는, 그리고 한국교회는 나의 안위나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닌 ‘더 깊은 진리’를 읽어내려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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