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캐런 곤잘레스 지음 / 박명준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13,500원
캐런 곤잘레스 지음 / 박명준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13,500원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미인이고, 과테말라인이며, 이주민이고, 여자이다.” 저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신학과 선교학을 전공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지원하는 구호조직에서 일해 온 저자는 이주 당사자가 쓴 서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이주민·여성 당사자로서 경험을 고백하면서 이민과 관련한 정책·동향까지 담아낸 이 책은 저자가 가진 디아스포라 정체성으로 성경 속 인물들을 살펴본 작업물이기도 하다. 목차를 보면, 여러 성경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나오미, 룻, 아브라함, 하갈, 요셉….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마찬가지로 난민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이주 난민을 대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한다.

“가난한 과부의 모습으로 베들레헴에 도착한 이는 룻으로 가장한 하나님이었다. … 부당한 노예 생활과 감옥 생활을 겪으며 가족을 다시 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여러 해를 보낸 요셉으로 가장한 이는 하나님이었다. … 오래전 구유에 아기로 오셔서, 어떻게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몸소 본보여 가르쳐주신 분은 하나님이었다. 세상은 이주민의 고난을 무시할지 모르나,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똑똑히 보시고, 깊이 돌보시고, 단호하게 행동하신다. 이주민들은 이 세상에서 소외되어 있지만,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들은 소중하다.”(249-250쪽)

책 말미에는 각 장의 내러티브 안에서 제기될 수 있는 질문거리가 수록되어 소그룹에서 이주·난민·환대에 대한 토론 자료로 쓰기에도 적합하다. 다만, 이 책이 인종적 위계질서가 존재하나 기본적으로 ‘이주 사회’인 미국 사회의 시각에서 쓰였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단일주의·인종주의가 팽만하고 일반적 이주민·난민을 위한 정책이 사실상 부재한 한국 사회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가 쓴 ‘해설의 글’은 한국 사회의 이주 난민이 처한 상황 등을 자세한 사례와 통계로 조목조목 짚어주어 책의 완성도를 더한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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