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정신 건강을 위해’ 읽고 싶지 않은 글이 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2030 연구원 모임이 동명의 제목 아래 〈뉴스앤조이〉에 연재한 글들이 그랬다. 교계 내 여성 혐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더 있을까 싶은 마음 반,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는 없지 하는 마음 반. 펀딩을 통해 출간된 단행본을 결국 펼쳤다.
책 속에서는 조금만 센 말을 하면 ‘쎈캐’가 되거나, 외모 품평을 당하거나, 남성보다 “10은 더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여성의 현실이 나온다. 이외에도 주로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여성보다 남성을 키우고, 권위를 앞세워 성폭력을 행사한 남성이 (심지어 진보 성향의 남성 그룹에 의해) 옹호받는 모습도 나온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교계 바깥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신학교에 다니는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도 끊임없이 듣는다. “왜 신학교 왔어?” “차라리 사모를 하세요” “여자 전도사는 처음이니까 잘하라” “남자 목사도 가만히 있는데 어린 여자애가 뭘 한다고 나대!”….
이런 반응에 학습된 여성들은 ‘스스로도’ 신학교 진학이나 목사 안수 여부를 두고 번민한다. 목회자 배우자로 살면서 페미니스트로서 자기 투쟁이 옅어진다고 생각하는 이의 글도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는 이유, 목회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유는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한 영혼이 구해지는 경험을 교회에서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내가 그러했듯, 누군가는 ‘한국교회가, 신학교가 그렇지 뭐’ 하고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배 세대인 홍보연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장은 서문에서 밝힌다. 여성 목회자들이 벌여온 지난한 싸움의 결과,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달리 변화했다고. 과거에는 멸시뿐이었다면, 지금은 견제가 섞였다고. 그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 자체가 성직이라고 덧붙이면서, 메리놀 수녀회 소속 엘리자베스 리 수녀의 글을 가져온다.
“연민과 용기, 자유와 존엄성, 이해심, / 성실함과 깨우침을 지니고 있는 여성은 행복합니다. / 그는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코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으나 싸울 수밖에 없는, 신학교 및 교회 여성들을 어루만지는 책.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