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에디터가 고른 책]

예수님께 뿌리내린 삶 / 리치 빌로다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 15,000원
예수님께 뿌리내린 삶 / 리치 빌로다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 15,000원

‘복음의 능력’ ‘제자도’ 같은 말에 가슴 뛰던 때가 언제였던가. 돌아보면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이제는 비기독교인 친구나 어느덧 안티기독교인이 돼버린 친형이 개신교를 비판하면, 소극적 끄덕거림 혹은 멋쩍은 웃음으로 그 시간을 보낸다. 교회를 옹호하는 일은 언젠가부터 반쯤 포기한 상태이고, 내 신앙생활도 고민은 있어도 큰 변화는 없이 몇 년을 흘러왔다.

그런 가운데,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는 다섯 가지 일상 제자도’를 소개하는 이 책을 만났다. 다섯 가지는 ‘탈진한 삶을 위한 관상적 리듬’ ‘분열된 세계를 위한 인종 화해’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내면 점검’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문화에 맞선 성적 온전함’ ‘고립되고 관계가 끊긴 사람들을 위한 선교적 현존’이고, 각각 2장씩 할애해 나름 진득하게 다룬다.

‘제자도’를 설파하는 일부 책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적지 않다. 구체성이 결여된 채 피상적 이론으로만 채워놓아서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끝나는 느낌이 들 때 그러하다. 신학자 토마시 할리크의 책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으로, 지하철 벽에 적힌 “예수가 해답이다”라는 낙서를 보다가 바로 옆에 나란히 적힌 또 다른 낙서 문구 “그런데 문제는 뭐였지?”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끔 보면 “예수가 해답이다”라는 낙서처럼 문제의식 없이 정답만 제공하는 책도 있다. 별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은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아서 좋았다. 오늘날 현실과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문제 제기,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서 길어올린 구체적 실천 방안 제시, 저자의 실패 및 실천 경험이 뒤섞여 언급되는데, 에두르지 않는 솔직한 표현 방식 덕분에 시너지를 발휘하는 느낌이다.

내 신앙이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거나 뭔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동체를 함께 꾸려가는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에 충분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서 제시하는 세세한 실천 방안을 조금씩 적용해 봐야겠다는 마음도 품게 되었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저자의 조언을 따라서.

“실천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실천이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배워야 할 새로운 점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경험하는 실천이 있는가 하면, 몸에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천도 있다. 하나님이 당신에게 허락하신 것과 동일한 자비를 자신에게 베풀기 바란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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