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에디터가 고른 책]

욥, 까닭을 묻다 / 김기현 지음 / 두란노 펴냄 / 17,000원
욥, 까닭을 묻다 / 김기현 지음 / 두란노 펴냄 / 17,000원

신학 및 인문학 분야에서 성서 속의 욥만큼 방대한 콘텐츠의 동기가 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고, 의미도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 지독한 고통의 시공간에 닿고, 헤어나오고자 발버둥 치다가 욥의 이야기와 만난다. 욥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쓰이고 또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책들은 각기 그 시대와 상황이 짊어진 고유한 고난 서사를 담아낸다.

한국 작가의 욥 이야기는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국적인 정서와 맥락이 깔려있다는 데서 늘 반갑다. 특히나 이 책은 인문학과 신학의 교차점을 고민하며 대중들과 20여 년 소통해온 김기현 작가(2001년 본지에 연재 시작)의 욥기 해석이라 반길 수밖에 없었다. 까다로운 신학 논의에 대한 간결하고 친절한 소개, 적재적소에 언급되는 문학과 대중문화 등은 독자의 욥기 대장정을 격려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거친 고백들은 한국인이라면, 한국 그리스도인이라면 함께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그대로 욥기와 포개어져 읽힌다.

그는 욥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죽고 싶은 5년”의 세월을 보냈고, 그 기억을 곱씹으며 자기의 ‘욥기’를 써나간다. 그것이 자신에게 ‘2차 폭력’이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축축하고 습한 것들을 쨍한 햇볕에 말릴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욥을 몰아세웠던 세 친구가 곧 자기였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탄이 3장부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어디로 간 걸까? 나는 그 자리를 욥의 세 친구가 차지했다고 본다. 사탄이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욥을 고소했듯이, 세 친구는 끊임없이 욥을 고발한다.”

저자는 사탄과 함께 서있는 자기를 발견하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그들도 욥이고 하박국이라는 사실”“내 삶의 악인도 결국 하나님의 장중에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욥기 1장부터 42장까지 내딛는 힘겨운 걸음걸음은 곧 아픈 깨달음의 연속인 셈이다.

욥기를 읽을 때면 으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론부터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 책도 과정보다는 결론으로 내달리며 읽었다. 이전처럼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의 늪에 빠져 주님을 찾는 이들이 하루빨리 ‘해피엔딩’을 마주하기를 바라며.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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