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에디터가 고른 책]
‘내가 가진 한 표를 (여당/제1야당) 후보 당선을 막는 데 써야 할지, 당선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지하는 후보에게 던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막을 내린 20대 대선에서, 적지 않은 이가 품었던 고민이겠다. 그러나 그 무게는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20대 여성들은 당혹감과 위협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독주 체제에서 제1야당 대선 후보는 (한국은 OECD 29개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 최하위를 10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20대 남성의 표를 잡기 위해 차별은 옛말이라며 여성가족부, 여성할당제 폐지 공약 등을 내세웠다. 여당 대선 후보 또한 이와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오다 ‘부유하는’ 20대 여성의 표를 잡기 위해 선거기간이 돼서야 태도를 바꿨다.
《20대 여자》는 20대 여성들이 왜 (선거일 직전까지) 마음을 정하지 않(못하)고 있었는지 이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주는 책이다.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한국리서치를 통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18-29세 600명, 30-39세 600명, 40세 이상 800명)에게 238개 질문을 던져 진행한 웹 조사에 기반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20대와 다른 세대의 차이, 20대 남녀 차이, 20대 여성 내 학력·계급 차이로 인한 페미니즘 온도 차이, 20대 여자 부동층 정치 성향 등을 다각도로 살피면서, 젠더 갈등 현상을 이해하려면 20대 바깥 세대까지 페미니즘·젠더 이슈를 확장해 다뤄야 하며, 인구사회학·계층적 요인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표 다음 날. 고민이 깊었으나 ‘사표는 없다’는 심정으로 소신 투표를 던진, 또래 20대 여성인 하우스 메이트는 부은 얼굴로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물어왔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다독였다. 어떤 선택을 했든 투표할 때 최선의 결정이었으면 되었다고.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오늘의 여당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내일의 여당도 계속 지켜보자고 했다. “이 역량 있는 시민들에게 정치의 가능성을 계속 보여주고, 나아가 그들의 정치력이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시도들이 결국은 기존 정치세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가닿기를. 차별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한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