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에디터가 고른 책]
직원이 회사에 대해 가장 정확한 피드백을 낼 때는 ‘퇴사자 면담’ 때라고 한다. 조직 내부를 경험한 사람이 더 이상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회사 조직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공동체 내부에 속해있을 때 가감 없이 말하기 어려운 건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면 교회에 대해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인터뷰집이다. ‘교회판 퇴사자 면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인터뷰이 8인은 교회에서 일하던 목회자였거나 교회에 깊이 소속된 목회자 가족, 모태신앙인들이다. 이들은 경험적으로 교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 ‘교회에서 견딜 수 없는 점’에 대해 정연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를 보면서 코로나19 전후로 심화된 탈교회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삶이 평등하고 인권이 존중되고 불공정한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교회의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이런 ‘다름’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 ‘아는’ 것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앎이라는 것이 너무나 얕은 거죠.”
인터뷰 내용은 교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인터뷰이들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가 제각각 다른 인터뷰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교회가 요구한 신앙생활에 대해 이들이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점이다. 그 고민은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이유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말씀을 읽고 싶을 때 읽고, 기도하고 싶을 때 해요. 마치 그게 그리스도인의 기본 의무인 것처럼,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느껴지게 만드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까지 덩달아 교회를 떠나고 싶어진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인터뷰이들처럼 내 신앙에 대해 진지했던 적, 정직했던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았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깊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