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잠깐 독서]

기독교 페미니즘 입문서가 왔다

샬롬, 페미니즘입니다 / 서울YWCA 기독여성주의 연구커뮤니티 지음
샬롬, 페미니즘입니다 / 서울YWCA 기독여성주의 연구커뮤니티 지음

페미니즘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2030을 위한 책. 서울시 성평등기금 후원을 받아 서울YWCA가 펴냈다. 교회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교수, 목사, 활동가, 성교육 강사, 교회성폭력 TF 활동가들의 글을 엮었다. 기독교와 페미니즘, 성경 속 여성,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새로운 가족의 모습, 솔직한 성 이야기, 교회 내 선량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살펴본다. 서울YWCA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클릭).

기존 교회의 구조, 즉 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위계적 소통과 구조 체계는 교회가 성폭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청년들 가운데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교회의 문화와 태도, 낡은 습관에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성폭력이라는 건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성차별적인 여러 작은 요소가 하나씩 켜켜이 쌓이면서 성폭력을 용이하게 만드는 구조를 형성하고, 구조 가운데 잘못된 습관과 시스템에 기대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힘을 악용할 때, 그것을 제재하지 않을 때 성폭력이 발생합니다. (17쪽)

급진적 반기술 운동의 청사진

반기술 혁명 /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지음 / 한아람 옮김 / 비공 펴냄 / 20,000원
반기술 혁명 /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지음 / 한아람 옮김 / 비공 펴냄 / 20,000원

저자는 16세 때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20대에 교수가 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서른 살에 이르러서는 외딴 숲의 오두막을 짓고 들어가 자연친화적으로 살았다. 그는 기술체제 반대 활동을 벌이며 환경파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우편 폭탄을 보내 종신형을 받았다. 이 책 역시 옥중에서 썼다.

“녹색” 에너지가 있어도 기술 체제는 화석 연료와 핵 에너지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며, 설령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알고보면 녹색 에너지는 그다지 녹색이 아니다. “에너지 수요에 있어서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책임자가 말했다. “에너지를 얻으려면 충격적인 일들을 해야만 합니다.” (94쪽)

“떠나세요”

도널드 밀러의 오색사막 순례 이야기 / 도널드 밀러 지음 / 허진 옮김 / 잉클링즈·알맹4U 펴냄 / 16,000원
도널드 밀러의 오색사막 순례 이야기 / 도널드 밀러 지음 / 허진 옮김 / 잉클링즈·알맹4U 펴냄 / 16,000원

《재즈처럼 하나님은》 저자 도널드 밀러의 초기 작품으로, 20대 시절에 친구와 함께 구형 밴을 타고 오색사막을 거쳐 미국을 횡단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영적 순례라 할 만한 일들이 펼쳐진다.

나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삶이란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춤이다.’ 그 춤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우아하지는 않다. 우리가 연습한 대로 몸을 흔들면서 미끄러지면 하나님은 우리의 발을 밟고, 발가락을 부딪치고, 신발을 비비신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우리를 만드신 분과 춤추는 법을 배운다. 그 춤은 스텝이 낯설어서 배우기 힘들다.

나는 협곡에서 보낸 시간을 이런 식으로, 춤추는 방법을 새로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처음 몇 번의 레슨은 거추장스럽고 어색하지만 곧 우아한 흔들림을 익히고, 기념품 가게에 가거나 텔레비전을 찾아다니지 않고 폴처럼 몇 시간 동안이나 콩을 끓이는 솥을 지키고 서 있어도 나는 삶에서 아무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완전한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52쪽)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

오성민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5,000원
교회 구석에서 묻는 질문들 / 오성민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5,000원

기독교 유튜브 채널 ‘다마스커스TV’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과 대화와 토론을 해온 저자의 책. ‘술’ ‘우울증’ ‘주일성수’ ‘대형 예배당 건축’ ‘예수천국 불신지옥’ 등, 회의와 의심이 찾아올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물음 16가지에 대한 신학적 쟁점을 청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교회 출석 경험이나 모태신앙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전도를 할 때도 일단 교회 출석만 잘 시키면 나머지는 물 흐르듯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다 보면,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오늘 예배에 누가 왔고 몇 명이 왔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됩니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마음은 메말라가고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일시적으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앙이 없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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