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에디터가 고른 책]
대학생 때 가장 ‘꽂혔던’ 소설이 진 리스의《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였다. 이 작품은《제인 에어》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의 아내,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관점에서 원작을 재해석한 소설로 유명하다. 저자인 진 리스처럼,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불리게 되는 주인공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그는 로체스터에 의해 영국에 당도해서는 원래의 이름을 빼앗기게 된다. 이를 통해 진 리스는《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가 (당대 영국인으로서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었던 제국주의·식민주의 관점을 꼬집는다. 그런데 《신성한 제인에어 북클럽》에 의하면, 진 리스는 원작을 무척이나 ‘신성하게’ 읽은 것이었다.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에는, 하버드 신학교에 입학한 무신론자인 저자가 성서 대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제인 에어》를 통해 중세 수도사들과 랍비가 했던 신성한 읽기를 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우슈비츠를 경험했던 조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저자는 스스로를 무신론자 유대인으로 정체화했다.) 책은 《해리 포터》와 로맨스 소설을 ‘신성하게’ 읽는 꼭지도 포함하고 있다.
책을 신성하게 읽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텍스트에 던져지는 질문과 그 텍스트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책을 신성하게 대하기로 결단하는 의식(ritual)이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고, “그것이 사랑을 받기 때문”에 신성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을 깊게 읽으면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가족, 정체성, 삶, 그리고 세상을 돌아보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다음 대목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제인 에어》를 멋지게 재해석해낸 진 리스와, 소수자 관점에서 성경을 다르게 읽으려는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다른 모든 신성한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제인 에어 역시 우리 중 가장 주변화되고 가장 취약한 이들의 고통을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작업은 우리가 신성하게 대하는 텍스트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일지도 모른다. 혹은 불충분한 상태로 남아 우리에게 실제 세상에서 충분한 답을 찾아가도록 과제를 주는 것이 그 텍스트들의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