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호 에디터가 고른 책]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하여 / 김진혁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6,000원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하여 / 김진혁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6,000원

언제부턴가 사도신경을 외우는 시간에 내 목소리가 작아졌다. 새번역 사도신경이 나온 후부터인 듯하다. 빠르게 암송하는 회중들 사이에서 내 입으로 뱉는 말이 새 사도신경인지 옛 사도신경인지 헷갈렸고, 문장이 틀릴까 봐 신경을 곤두세운 채 따라가기에 급급할 때도 있었다.

이 책 서문에는 아이리스 머독의 소설 《종》 도입부에 등장하는 일화가 나온다. 자신이 주기도문을 빨리 외울 수는 있으나, 천천히 외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리스도교를 떠난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였다. 빨리 외우는 것과 천천히 외우는 것이 무슨 차이일까 싶었는데, 곧 입으로 말하는 신앙고백이 얼마나 삶과 마음의 고백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사도신경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깊이 있게 설명한다. 사도신경 각 조항을 짚어보면서 초기 그리스도교부터 내려오는 신학적 고민과 그 논리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사도신경을 해설하는 수많은 책이 나왔지만, 이 책이 다른 점은 그리스도교 성립기부터 초기 교회 신앙이 정착된 4-5세기까지 생성된 자료를 중심으로 사도신경을 정밀하게 조명한다는 데 있다.

“고대 로마에서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신가를 놓고 많은 이단들이 생겼던 만큼, 성자와 관련된 사도신경의 조항들은 상당히 논쟁적인 맥락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실제로 신경의 세부적인 표현 하나하나는 당시의 신학적 논쟁을 염두에 두고 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도신경 내용을 따라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사람’ ‘성령과 교회’ ‘죄 사함’ ‘종말’로 구분하여 6장에 걸쳐 각 주제를 다룬다. 신앙에 대한 개인의 고백이 공동체의 고백으로 확장되고, 죄와 구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관점과 종말론적 신앙 논의로 이어진다.

저자는 사도신경을 고백하고 마지막에 아멘, ‘참으로 그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 지성과 경험으로는 허락하기 몹시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사도신경 조항들이 모두 성경에서 상식에 어긋난 것들만 모아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 2천 년 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사도신경으로 진실하게 신앙고백했다는 사실을 기적으로 여기는 저자를 따라, 단숨에 읊기만 했던 사도신경의 고백을 하나씩 곱씹어본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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