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호 내 인생의 한 구절]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언제나 순종한 것처럼, 내가 함께 있을 때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내가 없을 때에도 더욱 더 순종하여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 나가십시오. (새번역)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구원’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게 구원이란 이미 이루어진 특정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가라”라는 말씀을 보면 구원은 특정한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제 안의 회의는 사실 구원이 불확실해졌다기보다 구원의 ‘개념’이 불확실해진 데서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제가 청소년기까지 가지고 있던 구원의 ‘개념’이 청년이 된 나에게 효용을 다했기 때문에, 이제 필요한 건 이미 효용을 다한 개념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아니라 구원에 대한 탐구를 더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신학을 공부하는 일이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저는 기독교학과 공부를 지속하되 더 진지하게 임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기독교학과 과정을 마쳤고 교단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신학부까지 가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신학 공부에 대한 제 열정이 끝까지 치열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박사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인생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1977년부터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노동교회, 민중교회 전통을 이어가는 성문밖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저는 올해로 만 8년째 성문밖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문밖교회 목사로서 교회 목회도 했지만, 해고노동자들의 거리 농성에 참여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종로구청 뒷골목 이마빌딩 삼표시멘트 본사 앞 거리에 천막을 치고 시작된 삼표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연대를 시작으로 목동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에서 427일간 이어진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354일간 이어진 김용희, 이재용 삼성 해고노동자들의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농성,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800일 가까운 농성을 이어가다 998일 만에 대법원 승소를 얻어낸 아시아나케이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까지. 저는 7개 기독교 연대 단위로 구성된 ‘기독교대책위원회’ 회원으로서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가라”라는 말씀은 17년에 이르는 신학 공부 여정 내내 저와 동행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 말씀 덕분에 목회와 현장 연대 가운데 엄습하는 두려움과 떨림을 절망의 징조로 삼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두려움과 떨림을 우리의 연대가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알게 하는 징조로 받아들이도록 시야를 틔워주었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성문밖교회 예배당에서. (사진: 필자 제공)
성문밖교회 예배당에서. (사진: 필자 제공)

신앙생활에서 느꼈던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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