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호 에디터가 고른 책]
묵상과 기도의 자리를 숙고하게 하는 이 글들이 어서 출간되길 바랐다. 책으로 엮이기 전, 같은 제목으로 〈매일성경 순〉에 실렸던 연재를 애독하며 품었던 생각이다. 〈매일성경 순〉은 교회가 채택한 묵상집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서가 한쪽에 처박아뒀다가 주일에만 소그룹 나눔을 위해 들고 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다음 호가 기다려진 것은 ‘묵상과 기도’ 역할이 컸다. 2022년 마지막 호로 3년 연재를 끝마쳤는데, 중간부터 접한 터라 앞부분도 궁금했다.
이 책은 ‘일상 영성’ ‘영적 우정’ ‘기도와 갈망’ ‘성찰기도’ ‘주님의 기도’ ‘렉시오 디비나’ ‘복음서 묵상’ ‘밤의 신비’ 등, 묵상과 기도를 중심으로 영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18편의 글들로 구성되었다. 처음 연재에 주목한 것은 글마다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재 당시 4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었는데도 많으면 십수 개 각주가 붙고, 참고 서적이 매번 여러 권씩 소개되었다. 지식을 뽐내는 느낌의 인용이나 참고가 아니라, 삶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사려 깊게 글로 녹여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을 두 달에 한 번씩 연재하는 것이었지만, 그 기간은 제게 하나님께 정향된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서 있기를, 그리고 내면의 고요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며 생활하기를 요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순간 그리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글을 준비하고 집필하는 동안 심중에 그런 다짐을 하며 지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내면은 평화를 누리는 행복한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묵상과 기도의 자리에 우선순위를 내어주도록 마음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이다. 저자가 신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만큼, 각 글에서 일별할 수 있는 영성 서적들은 신앙 성숙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지금 내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구절로 글을 맺는다.
“내면의 사막 경험은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침묵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입술만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침묵해야 합니다. 분주함을 내려놓고, 바깥의 일들에 빼앗긴 마음의 중심을 다시 하나님께 돌리고, 마음에 가득한 욕구를 알아차리며, 그 욕구들이 무질서한 충동으로 나타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