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호 에디터가 고른 책]

다시 재난, 다시 하나님 나라 /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7,000원
다시 재난, 다시 하나님 나라 /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7,000원

지난 호에 소개한 《헤아려 본 믿음》에서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재난 앞에 고뇌하며 (화장실에서) 요한계시록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요한계시록이 읽고 싶어졌다. 신학적이면서도 목양 관점을 놓치지 않는 해설서를 찾다가 유진 피터슨의 《요한계시록, 현실을 새롭게 하는 상상력》을 골랐다. 2주 정도 출퇴근길에 틈틈이 읽으며, 재난과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묵상했다. 다 읽어갈 즈음 이 책 《다시 재난, 다시 하나님 나라》를 소개받고, 바로 다음 읽을 책으로 정했다. 한국 상황과 견주어 재난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붙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급한 세 권 모두 재난을 우리 삶의 상수[常數]로 여기며 세상과 하나님을 향한 무지근한 질문을 던진다는 데에서 연이어 읽기 수월했다!)

이 책은 2천-3천 년 전에 쓰인 구약의 요엘서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들여다본다. ‘메뚜기 떼 습격’을 당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 기울이며, 재난에 포위된 인류 운명을 똑바로 응시한다. 감염병, 전쟁, 경제 위기, 생태계 파괴에 휩싸여 “개개인은 사회적 재난과 개인의 고난이라는 ‘복합골절’을 당한 꼴”을 그대로 직면한다. 재난은 늘 상존한다. 재난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완전한 극복도, 해답도 불가능하다. 그저 공동체로서 재난을 버티며 가는 길뿐이다. 여기서 저자는 공동체를 “서로 책임감을 느끼며 진실한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규정하고, 그래서 30-40명 규모를 모범으로 제시한다. 가정교회, 소그룹, 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적 특징이다.

“공동체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껏 자랑해도 누가 흉보지 않고, 자신의 실패와 죄책감과 수치를 이야기해도 흠 잡히지 않는 모임입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입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최근 읽은 세 권의 책이 모두 진실한 질문, 진실한 만남, 진실한 예배 없는 내 삶을 들추어 뼈아팠다. 그런 것들 없이 아직 잘 살아있는 것을 은혜라 해야 할까, 요행이라 해야 할까.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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