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죄는 하와가 지었는데 왜 내가 죄인인가요?’ ‘사는 게 왜 이렇게 버거울까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죄인가요?’ ‘사람들이 이유 없이 미워요’…. 2005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지금까지 제자들로부터 받아왔던 질문들을 모았다. 기독교윤리학자인 저자는 연구실로 찾아오거나 편지나 메일로 말을 걸어온 제자들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다시 말을 건넨다. 그는 제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가며 그의 고민에 공감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들이 겪는 문제를 분석하고 답한다.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을 한참 곱씹어보았다. 무엇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일까.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많은 문제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고 말하는 것”, 누군가 규정한 “문화적 당연”과 나라는 존재의 갈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는 게 쉽지 않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우리가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 수없이 많은 타자가 자기들의 방식대로 ‘이미’ 만들어놓은 세상, 그리고 그런 방식에 가치를 부여하고, 등급과 순위를 정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교육’이나 ‘사회화’라는 명목으로 나의 존재를 자꾸 자기들의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사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자는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청춘들에게,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우리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역학이나 문명사적으로 어디쯤 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객관화되고 상대화되어야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뒷부분 에필로그에는 제자들의 실제 경험과 증언(?)이 실렸다.
“(교수님을 통해) 무조건 믿거나 신앙의 뿌리를 부정하지 않고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그 생각이 폭력이나 상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무엇이라도 안심하고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시공간이니 잊을 수가 없지요.”
이 책의 목차에 나오는 열다섯 통의 편지 가운데 열두 통은 본지 2021년 10월호부터 2022년 10월호까지 연재되었던 ‘네 생각이 났어’에 실렸던 글이다. 연재를 보면서 공감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정주행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주어진 고민과 답을 찾아볼 수 있겠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