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에디터가 고른 책]

천국은 이웃의 발 아래 / 이재영 지음 / IVP 펴냄 / 12,000원
천국은 이웃의 발 아래 / 이재영 지음 / IVP 펴냄 / 12,000원

가장 낮은 자의 눈높이로 살아가는 경남 합천 오두막 공동체의 삶과 묵상을 담은 책이다. 전작 《오두막》이 공동체의 오랜 여정을 그렸다면, 이 책은 그 삶에서 농축된 묵상을 꾹꾹 눌러썼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고통’ ‘가난’ ‘전도’ 등 일상에서 쉽게 (진부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이 공동체가 겪은 일화로 해제(解題)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한 사람을 전도해서 예수님을 믿게 했다는 것은 피붙이가 한 명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을 공유하고 책임과 어려움을 함께 지며 사는 피붙이 말입니다.”(전도)

“하나님의 참 마음인 가난을 살아갈 때 하나님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가난을 실천하는 곳이 우리를 위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가난)

뻔한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이 다르고, 심지어는 진위가 바뀐다. 믿을 만한 사람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시대라는 방증이겠다. 이재영 대표는 믿고 보는 저자 중 한 사람이다. 2013년 복상에 연재한 ‘오두막 묵상’을 인연으로 몇 차례 만났고, 늘 한결같은 순종을 몸소 보여주는 이다. 그 순종은 다름 아닌, 단순한 사랑, 단순한 공동체, 단순한 제자도를 향하고 있다(“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로 함께 가려 합니다”, 2016년 8월호).

책을 읽으며 오두막 공동체를 두 차례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눴던 말씀이 거의 그대로 책에 담겨있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다가 새로운 내용인 듯 고개 끄덕이며 읽는 내가 참 한심했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로 산다는 오두막 공동체는 점점 자라며 나아가는데, 쏜살같은 삶을 살았던 나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도이니, 가난이니, 내가 아무리 맞는 말, 옳은 말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힌 이유가 있었던 거다.)

다 읽지 않고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나의 기쁨이다. 내게 믿을 만한 어른이 있다는 것이므로.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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