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 대중문화 짚어주는 남자]

재작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 전후로도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라고 일컬어지는 갑들의 횡포는 계속됐다. 직장, 학교, 종교 가릴 것 없이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은 권력의 비대칭 관계에 있는 을에게 부당한 요구를 해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갑질과 더불어 ‘을질’이라는 새로운 조어가 언론에서 심심찮게 목격된다. 여기서 ‘을질’은 갑질과 마찬가지로 ‘을’ 뒤에 좋지 않은 행위를 비하하는 뜻을 지닌 접미사 ‘질’을 붙인 신조어로, 을이 권리관계에서는 약자이지만 실제로는 갑처럼 굴며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부당행위를 뜻한다.

최근 을질 논란은 힙합 듀오 리쌍의 건물에 세 들어 장사하던 서윤수 씨(곱창집 ‘우장창창’ 사장)가 강제집행에 저항하는 일에서 제기됐다. 관련 기사 포털 댓글창에는 “영구 임대했냐 도대체 몇 년이 흘렀는데 안 나가고 버티냐. 완전 슈퍼 을질 쩌네”(kimh****) “내 건물 내 맘대로 한다는데 뭐가 문제인가?”(hyun****) 등 세입자에 대한 비판적 댓글이 지배적이었다. 한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 905개를 모두 확인해본 결과, 840개 댓글이 리쌍을 옹호하며 서 씨를 힐난하는 댓글이었고, 60개 정도가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문제 삼는 글이었다. 다른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마찬가지였다. 9할 이상의 여론이 세입자가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을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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