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호 레드레터 크리스천] 한 명의 아동을 끝까지, 러빙핸즈 박현홍 대표

사단법인 러빙핸즈는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1명이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자립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돕는 멘토링 전문 사회복지 NGO이다.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의 아동들에게 4~10년 동안 자원봉사자를 ‘어른 친구’(멘토)로 맺어준다. 2016년 9월 현재, 217쌍의 멘토-멘티 관계가 맺어져 있다. 멘토-멘티는 한 달에 2회 이상 만나 밥 먹고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단출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 "곁에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예수를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복음과상황

10년간 러빙핸즈를 이끈 박현홍(47) 대표는 대형집회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뽐낼 수도 없는 이 멘토링 시스템이 여러 문제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 명의 아동을 끝까지”라는 그의 모토는 ‘예방적 사회복지사업’ ‘정의구현사업’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는 데까지 이어진다.(러빙핸즈의 멘토링 사역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 2011,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은 보폭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떻게 한 생명을 살리고 사회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그의 삶을 더듬어가며 물었다. 인터뷰는 8월 29일 (사)러빙핸즈 부설 초록리본도서관에서 진행했다.

 

― 대규모 청소년 집회를 주로 해온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목사의 성범죄가 폭로되면서 한참 시끄러웠다. 청소년 대상 NGO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현대사회는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는 시대 같다. 많은 이들이 거대한 규모를 뽐내야 마치 그곳에 예수님이 일하고 계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들여다보면 진리는 없다. 그게 진리라면 예수님이 이 땅에 가난하게 오실 이유도, 십자가를 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는 양적인 부흥을 갈망한다. 탁월한 설교가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천 명, 만 명 만들려는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 탁월한 설교가들을 보라. 성폭력, 성폭행, 표절, 횡령… 다 죄 짓지 않는가. 예수를 소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그들의 삶이 증명하고 있다. 

― 러빙핸즈는 ‘멘토-멘티’ 시스템으로 한 명이 한 명을 책임지는 구조다. 대규모 행사와는 반대로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방식이다.
곁에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예수를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 것 같다. 한국교회의 세가 작아진 걸 인정하고, 한 명이 한 명씩 책임지는 방법으로 방향을 바꾸면 좋겠다. 내 주변의 이웃을 챙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곁에 있는 홀몸노인 한 분만 돌아가실 때까지 책임진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교회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데 정작 교회는 표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돈으로만 일하려 한다. 안타깝다. 

― 청소년 한 명에게 멘토 한 명이 왜 중요한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보면 비전도, 희망도 없는 경우가 많다. 사람 사귀고 소통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집에만 처박혀 혼자 게임하고…. 부모가 잘 이끌어주면 좋은데, 대다수 부모는 시간이 부족하고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고 욕심을 낸다. 그러면 관계가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멘토가 다가가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면, 아이는 저절로 잘 큰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게 멘토의 역할이다. 멘토는 아이가 무엇을 잘했을 때에만 칭찬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으니 존재로서 그냥 인정해주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행복해 한다. 

― 말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인내심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렵지 않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친구가 되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수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고 한다면, 그를 대충 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우리에게 약자로, 지극히 작은 자로 오시지 않았나. 우리가 만나는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불쌍한 애’가 아니라 다 ‘예수님’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고민을 너무 오래 하느라 행동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내 가까이에 있는 한 명에게 다가가는 행동, 그게 시작이다. 노숙인, 새터민, 청소년 등등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예수님’께 다가가 보라. 

   
▲ ⓒ복음과상황

― 성인이 될 때까지 멘토가 되어주는 일은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릴 텐데,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겠다. 
그렇다. 사실 요즘 시대에 가장 어려운 게 지속성 유지다. ‘봉사’를 하겠다고 온 분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자기 일 바빠지면 관계를 그냥 끊어버린다. 아이들은 계속 만나고 싶어 하는데, 어른들은 너무 쉽게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지금 시대가 자기행복추구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깝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자기행복’만을 위해 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보내셨다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 어떤 부르심보다 ‘자기’가 중요해진 시대라서 그런지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무척 어렵다.  
올해로 러빙핸즈가 10년차인데, 멘토링이 어려운 이유는 코치나 상담처럼 전문가가 정해진 시간 동안만 개입하고 판단해서 끝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관계를 지속하다가 멘티가 커서 ‘아, 이분이 내 멘토였구나’ 인식하는 순간까지 옆에서 참으며 지켜봐주는 게 진짜 멘토다. 그런 멘토가 인생에 한 명씩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더 많으면 행복한 거고. 결과적으로 멘티가 멘토의 섬김을 통해 예수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현재 217쌍의 멘토-멘티가 맺어져 있다. 그 중 60% 이상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잘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멘티였다가 성인이 되어 멘토가 된 사람도 몇 있다. 여전히 더 많은 멘토가 필요하다.

― 기독교 정신에서 시작된 NGO라고 해도, 겉으로는 기독교 색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강조하는 것 같다. 기독교 잡지와의 인터뷰라서 그런가?  
아니다. 처음부터 기독교 NGO임을 표방하고 강조해왔다. 멘토 신청자 중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많은데, 미리 우리 NGO의 기독교적 정체성에 대해서 말씀드린다. 그리고 여기에 동의가 안 되면 참여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지금은 자생적으로 러빙핸즈에 성경공부 모임이 생겼다. 

― 멘토-멘티 관계를 선교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왜 없겠나.(웃음) 처음부터 전도하려는 목적으로 오는 분들 있다. 그런 분들은 특징이 있다. 요란하다. 그런 분들께는 정중하게 부탁을 드린다. 제발 말로 복음을 전하기 전에 행동으로 전해달라고. 그게 잘 안 되나 보다. 이제 막 씨앗을 심었는데 바로 열매를 얻으려 하는 사람 같다.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이야기할 때가 온다. 교회 교인의 10퍼센트만이라도 이웃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펴주면 그 교회가 지역사회 전체를 바꿀 힘이 생길 거다. 그럼에도 안 한다. 씨앗을 심고 바로 열매를 얻고 싶기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표적을 좇고 대형 집회를 우러러 보는 게 아닌가 한다. 오히려 교회 안 다니는 분들이 더 성실하게 멘토로 섬겨주신다. 어쩌면 시간의 문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교회 안에서 서너 개 봉사를 겸하느라, 교회 밖 활동에 에너지를 쏟을 시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되었나? 
대학 졸업하고 바로 ◯◯생명에 입사했다. 대기업답게 영업실적대로 줄을 칼같이 딱 세우더라. 경쟁사회에서 내 위치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꼴등. 물론 객관적인 실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불편했다. 생명보험회사니까 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스스로 이 보험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었다. 정말 좋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가 되지 않아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가 스물아홉 살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음으로 고민한 것 같다. 일단 돈 버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배우고 유학도 다녀왔다.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가 될까도 했는데, 내 실력으로는 20년은 걸리겠더라.(웃음) 공부보다는 실제로 어려운 이들을 만나서 돕고 싶었다. 귀국해서 대형 NGO에 들어갔다. 7년 일하다가 나와서 러빙핸즈를 만들었다. 

▲ ⓒ복음과상황

― 중간중간 생략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왜 하필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나?
당시 내 가치관에서는 사회복지가 최선이었다. 이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지적장애인들이 사는 애광원이라는 곳이었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약자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대학 때는 학생운동도 했었는데, 가만 보니 돈 관련 비리가 꽤 많더라. 바로 그만두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 약자들이 보였다. 어릴 때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막아주고 그랬다. 그때는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그런 멋이 있었다. 자란 환경이 이렇다 보니, 강도 만난 이웃이 있으면 도와주고자 애쓰게 된 것 같다. ◯◯생명에서 일할 때도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이 숨 막히는 직장생활의 탈출구였다. 그때 우연히 부모가 가출한 아이들과 같이 밥해 먹고 공부 가르쳐주다가 교회에 이야기해서 아이들 살 곳을 마련하고 교회가 돌봐주는 방식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중 한 여자아이가 가출해서 남자를 데려오더라. 집 문제와 먹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가출을 한 거 였다. 그때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이 마음만 갖고는 안 되는구나, 전문적으로 배워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것도 있다.  

― 대형 NGO를 그만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와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국내 최고의 NGO였다. 난 ‘한 사람’에 집중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약자 중심, 수혜자 중심으로 일을 꾸려가고 싶었다.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데 단체가 더 커지는 현실이 내 가치관과는 잘 맞지 않았다. 물론 그곳에서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우게 되었고, 북한인권 문제도 접하는 등 멘토링 시스템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기에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거기 계속 있었으면 꽤 높은 직위에 가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도 안 하고.(웃음)      

― 거기서 멘토링 시스템의 필요를 절감했다? 
아이들 돕는 시스템을 보면, 다 주는 사람 입장에서 구성된다. 아이들은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돈 주고 사진 찍고 “또 올게” 말만 하고 떠난다. 보육원 아이들이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 나는 아이들 입장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주는 것도 잘못 주면 폭력이다. 또 생각해봐야 할 게 해외 아이들과 1:1 결연 맺어서 돕는 시스템이다.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 그 아이들이 왜 굶주리게 되었는지 큰 틀에서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라크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 전쟁 일으켜 다 파괴하고 생명을 무참하게 죽여 놓고, 이제는 NGO 만들어서 돈 보낸다? 난 이런 시스템이 너무 불편하고 싫다. 불의 앞에 기독교인은 “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 “노!”라고 말한 시점이 러빙핸즈를 만든 시점과 겹치는 건가?
말과 행동이 같은 정직한 단체를 찾다가, 내가 그런 단체를 만들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당당하게 후원을 요청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후원 개발에 은사가 있었다. 억대 후원금도 받아낸 경험이 있다. 그런 자신감과 능력도 그 돈이 바르고 투명하게 쓰일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생긴다. 지금도 정확하게 후원금 어떻게 쓰는지 후원자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어서 자세하게 공개하는데 정작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다시 청소년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관련 이야기도 많이 들을 텐데, 청소년 문제가 어느 정도인가? 
주변에서 보기 어려우면 체감할 수 없을 텐데, 한 학급에 10퍼센트가 성매매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 포주’ 앱만 천 개가 넘는다. 그게 다 성매매에 이용되는 앱이다. 어른들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 몇십 원만 내면 아이들 성매매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앱 개발자나 이용자 중 과연 기독교인이 없을까? 심각한 문제다. 아이들은 가정의 상황이 안 좋으니까 가출하고 싶어 하고, 쉽게 돈을 버는 일에 노출된다. 아이가 가출해서 3주 안에 못 찾으면 성매매로 빠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배신감에 아이를 안 찾는다. 그래서 러빙핸즈에서는 주로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을 멘티로 삼는다. 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제는 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한 해 가출 추정치가 20만 명이다. 그 전에 나온 가출청소년을 합하면 그 수는 60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육군 규모다. 아이들이 가출하는 이유는 60% 정도가 가정문제, 30% 정도가 학교문제다. 가출 문제는 예방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도 지속적인 멘토링으로 예방적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여기 초록리본도서관도 러빙핸즈에서 만든 공간이다. 10월 9일로 3주년을 맞이하는데, 청소년을 위한 공간인데 평소 어떻게 쓰이나? 만화책이 많은 게 마음에 든다.
대안공간으로서 만든 곳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강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없지 않나. 전국에 도서관이 5천 곳이 넘는데, 청소년 타깃 도서관은 우리가 유일하다. 여기 와서 잘 놀고, 잘 먹고, 잘 읽고, 잘 누리라는 마음을 담았다. 일종의 십대 전용 아지트라고 해야 할까. 개그우먼 김지선 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250명 정도 후원자들이 모집되어서 생각보다 일찍 도서관을 열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와서 보드게임도 하고, 만화책도 본다. 하루에 20명 정도 오는 것 같다. 만화책은 참을성을 기르는 데에 좋다. 요즘은 게임이나 영상물이 쏟아져 책을 너무 안 읽지 않나.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책 읽는 능력을 길러줘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여기서 놀다가 자연스레 책 한 권 뽑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 아이들은 ‘불쌍한 애’라는 낙인 없이 도서관 ‘회원’으로서 우리와 관계를 맺는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아직 손님은 많이 안 오지만, 물건 팔러 온 애들끼리 서로 사고팔면서 즐기고 있다. 엉겁결에 핫팬츠를 사서 딸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안 맞아서 천만다행(?)이었다.(웃음) 

   
▲ 보드게임 대회 (사진: 초록리본도서관 제공)
   
▲ 바자회 현장 (사진: 초록리본도서관 제공)

― 딸도 청소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로서 역할갈등은 없었나?
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일하면서 아픈 이들과의 공감대가 커질 수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일’ 하고 일상으로 빠져나오는 삶이 아니라, 삶 전체로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일할 수 있었다. 다만, 삶과 사역이 구분이 안 되어 그게 힘들었다. 한 번은 딸이 ‘아빠는 왜 나는 안 돌봐주냐’고 하더라. 미안하기는 했는데, 하나님이 책임져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중에 딸이 도서관에 와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본 이후로는, 아빠가 좋은 일 한다면서 자기도 나중에 멘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 됐다’ 싶었다. 아이 성장 초기에 아버지로서 해줘야 할 일을 많이 놓쳐서, 지금 그것까지 채워주려고 열심히 애쓰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간을 같이 보낸 만큼 친해지는 것 같다. 멘토-멘티 관계도 똑같다. 누구랑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느냐가 인생의 관건이다. 
아이가 아파서 골수이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참 신기한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골수이식은 형제끼리가 가능성이 높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왔으니, 골수가 같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게 60억 명 인구 중 피부색이 다른 아프리카나 유럽에서도 골수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한 조상이 뿌리라는 뜻이다. 우리가 실제로 형제자매라는 거다. 비약이 심한 것 같나? 나는 하나님이 우리를 진짜 형제자매로 만드셨구나, 감동이 컸다. 지극히 작은 자로 찾아오는 ‘한 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멘토링은 우리의 형제자매 됨을 체험하고 깨닫는 시간이다. 

― 주관 행사에 연예인들이 자주 참여하더라. 섭외는 어떻게 하나?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것 같다. 특히 개그맨들이 정말 인간적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서인지 고통에 대한 감성이 높은 분들이 많더라.

― ‘세월호 기억하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고, 곧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의 시사회도 복상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정치적’이라는 오해는 받지 않나?
물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너무나도 분명한 것은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아무리 아이들을 잘 돌본들, 사회가 부패하면 다 소용이 없다. 사회구조가 뒤틀려 있으면 결국 그 대가는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도 기억하고, <자백> 시사회도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후원자 끊긴다고 걱정해주시는데 아직 끊긴 분은 없다. 고향(거제도) 친구들 만났을 때 세월호 이야기를 하며 나한테 욕을 퍼부었다. 2014년 추석 때였는데, 주먹만 안 썼지 말로 폭력을 당하고 왔다. 다 후원자들이었는데, 폭언은 했어도 후원을 끊지는 않더라.  

▒ (사)러빙핸즈 홈페이지 http://www.lovinghands.or.kr
▒ 후원계좌 국민은행 822401-04-040490
▒ 멘토 지원 문의 070-8730-8187
▒ 초록리본도서관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9길 4, 2층 T.070-4676-5600

 진행_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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