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 / 박명림·장훈각 지음

▲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 / 박명림·장훈각 지음 / 한길사 펴냄 / 25,000원

기독교 사회운동에 앞장섰던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1917-2006)의 평전이 나왔다. 정치학자들이 쓴 평전인 만큼, 객관적인 연구와 분석이 함께 녹아있다. 서두에 저자들은 “중요한 것은 인간 강원용의 삶과 고뇌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와 지혜를 발견해 내는 일”이라며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강원용의 삶의 궤적을 차분히 따라가며 그가 던지는 메시지들을 발견하고자 했다”고 밝힌다.

덕분에, 인생 내내 고집스럽게 상생과 평화를 주장한 강원용의 생애가 우리 현대사에 어떤 의미였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정치와 늘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그가 진보와 보수로부터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던 맥락도 제3자의 중립적인 시선으로 서술된다. 물론 인물의 생애와 내면으로도 깊숙이 들어간다. 한 사람의 믿는바 신앙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 평화의 길을 내어가는지 보여주고, 해석과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강원용에게 화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부터 비롯한 개념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십자가의 구원과 해방을 통해 사랑에 기반한 인간관계를 의미했다. 미움을 미움으로, 악을 악으로, 복수를 복수로 갚지 않는 것, 그리하여 서로 이해하며 사랑함으로써 공존하는 것이 화해였다. 화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강원용의 이상이 응축된 개념이었다. 중간집단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의무도 대화를 통해 사회 내에서 화해를 실현해내는 일이었다.” (238쪽)

강원용에게 ‘대화’는 곧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함경도 출신인 그는 반공주의자였으나, 1961년에 이미 북한의 조선노동당까지 인정하자고 주장했다. (현재로도 실정법 논란을 각오해야 한다.) 그들과 공존하고 경쟁하면서도 공산주의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강원용이 남북문제에서 항상 평화를 우선하는 것은 선구적 혜안이다. 평화는 대화로서의 정치의 성공의 산물이다. 대화를 필수로 삼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절대진리조차 사람들 사이의 여러 의견 중 하나로 간주된다. 특히 그것이 진리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리의 진리됨을 이해시키는 방법은 상대 인정을 통한 대화와 타협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한나 아렌트) 가공할 전쟁을 치른 남과 북은 대화로서의 평화를 먼저 정착시킨 뒤, 평화의 결과로서 통일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322쪽)

그의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17년, 한반도는 양극화, 남남갈등, 남북대치가 극에 달한 화약고가 되었다. 언제나 ‘사이·너머’를 통찰하며 제3지대를 개척한 그의 외침이 중간지대 그리스도인들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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