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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목사’ 김장호·김정열 목사가 말하는 ‘교회 세습’
[325호 사람과 상황] “세습은 한국교회의 끝을 앞당기는 범죄입니다”
[325호] 2017년 11월 28일 (화) 15:09:24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본지 온라인판에 “종교권력과 교회 세습 톺아보기”를 연재 중인 설훈 목사가 질문을 던지고, 두 ‘아들 목사’가 답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세계 최대 규모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직계 세습을 완료했다. 후임 목회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12월 정년 은퇴를 한 후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아들 김하나 새노래명성교회 목사의 명성교회 세습 의혹은 이로써 사실이 되었다. 3년 전 명성교회가 하남시에 지교회 성격으로 개척한 새노래명성교회는, 당시 명성교회 부교역자였던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 바 있다.

명성교회가 직계 세습을 완료한 과정에는 불법적 정황과 의혹들이 있다. 무엇보다,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부임은 교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2013년 제정한 ‘교회세습방지법’(헌법 28조 6항)에 정면 위배되는 결정이다. 김하나 목사는 언론 인터뷰 때마다 총회 법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세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이는 아버지인 김삼환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올해 3월초 청빙위원회와 공동의회를 차례로 거치며 김하나 목사 청빙안 및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을 가결했다.

청빙 당사자인 김하나 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의 반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 측은 세습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소속노회인 서울동남노회에 9월 말 두 안건을 제출했다. 두 안건은 노회 헌의위원회에서 한 차례 반려되었으나 명성교회 측이 다시 정기노회에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그러나 파행 속에서 진행된 이날 노회 결정에 대해 서울동남노회 안대환 목사(새하늘교회)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노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그러나 이후 고소를 취하했다.) 명성교회 세습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관련 소식은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사에서도 연일 보도됐다.

교회 세습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신교 ‘세습 1위’ 교단인 감리회가 그 문제의식을 반영한 ‘목회세습방지법’을 2012년 총회에서 결의했고,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도 총회에서 ‘교회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편법 세습을 막기 위해 법의 보완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최근엔 200개 감리교회의 세습 리스트가 공개되기도 했다.

사실 기사거리가 되지 않을 뿐, 세습하지 않는 교회와 담담히 자기 목회의 길을 걷는 목사는 많다. 높은뜻연합선교회 전 대표인 김동호 목사의 아들 김정열(36) 상도교회 부목사와 감리교 부흥사이자 부일감리교회 김기홍 원로목사의 아들 김장호(43) 덕수감리교회 담임목사만 해도 그렇다.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라) 매스컴에 나오지도 않는 그들은 같은 목회자들이 ‘오늘의 시점’에서 저지르는 교회 ‘부자 세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 11월 6일, 감리회 ‘세습의 성지(?)’인 인천의 어느 카페에서 들어보았다. 본지 온라인판에 “종교권력과 교회 세습 톺아보기”를 연재 중인 설훈 목사가 질문을 던지고, 두 ‘아들 목사’가 답했다. 진행을 맡은 설훈 목사는 ‘교회 세습’을 주제로 한 최초의 박사 논문을 썼으며, 본지 319호 ‘사람과 상황’에 인터뷰가 실린 바 있다.

   
▲ 김정열 목사 ⓒ복음과상황 이범진

― 두 분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김정열(이하 ‘정열’): 저는 상도교회 부목사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장로교 통합측 김동호 목사의 막내아들이고요. 목회자 자녀는 어릴 때부터 목사 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랍니다. 교회 어른들이 늘 던지는 말이지요. 저는 그냥 한쪽 귀로 듣고 다른쪽 귀로 흘렸습니다. 목회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 부모님도 저한테 일절 말씀하신 적이 없고요. 당연히 학부 땐 다른 전공을 했어요. 그러다가 20대 중반에 진로와 소명을 놓고 기도하다가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김장호(이하 ‘장호’): 저는 인천 덕적도에 있는 덕수감리교회에서 목회합니다. 아버님은 감리교 중부연회에서 은퇴하신 김기홍 원로목사이고요. 제가 감리교단 아닌 타교단 신학교를 졸업했기에 부모님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는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아내는 음악을 공부했고, 저는 솔직히 목회 도피처로 독일로 건너가 철학을 공부했어요. 그렇게 떠났지만 막상 공부는 하고 싶어서 했고, ‘목회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한 학기를 남겨 두고 귀국했습니다. 집사람은 오르간 전공이었는데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공부를 마치고, 독일 쾰른 음대에서 교수 제안이 있었지만 함께 귀국하기를 결정했지요. 귀국 후 저는 감리교신학대학원을 갔고, 교육전도사를 서울 공항동 한사랑교회에서 하면서 교회와 담임목사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 두 분 다 목회자 아버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겠네요?
장호: 감리교에는 독특하게 목사가 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수련목 제도가 있는데요. 감독 출신 목회자가 있는 인천 소재 교회에서 제가 수련목을 ‘낙하산’으로 했어요. 이력서만 내고 면접도 안 보고 발탁되어 갔죠. 전도사가 낙하산 타고 오니까 부목사님들 눈밖에 났는데, 담임목사님이 저를 교회 외적으로 너무 부리셔서 2년 만에 다른 교회로 옮겼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수련목회자로 사역한 전도사는 섬기던 교회가 아닌 곳에서 단독 목회를 하거나 기관으로 파송 받아야 안수를 받을 수 있어서 저는 자비량으로 군 선교를 하기로 결정했지요. 소수로 모이는 곳에 부임하기로 결정됐는데 어머니가 당신 보기에 그건 목회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때다 싶으셨는지 아버지가 세습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사실 당시엔 세습을 하는 게 지금처럼 문제시되던 때는 아니었지요. 당신이 65세에 자원 은퇴를 할 테니 저보고 목회를 이어서 하라고요. 거절했습니다. 세습을 할 거면 처음부터 했지 안 한다고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고, 설사 교인들 모두가 원한다고 해도 저는 싫었습니다. 아버지 눈총을 받던 차에 마침 섬에 자리가 났더라고요. 인천 덕적도요. 아골 골짝 빈들도 아닌데 어디든 못 갈까 싶어 섬으로 갔는데, 막상 가보니 ‘아골 골짝 빈들’이더라고요!(웃음) 작은 아이를 등에 업고 바닷가 굴 밭으로, 바지락 캐는 곳으로, 산으로 들로 전도를 다녔어요. 어느덧 7년째 이곳에서 목회하는데 교인 수가 많이 늘고 교회 형편도 좋아졌습니다.

― 정열 목사님은 아버지가 장로교 통합교단에서 유명한 목사님인데, 특별히 겪은 일이 있나요?
정열: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유명한 목사 아들이라 좋은 점이 많았지요. 안 좋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교수님들이 아는 척이라도 한 번 더 하시고요. 그런데 안 좋은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2012년도에 대형 교회 세습 사건이 터지면서 아버지께서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시작하셨을 때, 제가 가기로 약속되었던 교회 사역 자리가 엎어졌어요. 그 뒤로 이력서 넣은 곳마다 떨어지더라고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버지께 ‘아버지 때문에 갈 데가 없다’고 투덜댔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해 12월 중순이 넘도록 임지가 결정되지 않아서 아내랑 산으로 들어가는 걸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서울 집 전세를 빼면 산에서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 산으로는 갑자기 왜요?
정열: 숭실대에서 학점 교류로 수업을 들을 당시에, 김회권 교수님이 자주 산으로 들어가라고 하셨거든요. “여러분, 산으로 들어가십시오. 산에 들어가서 7년간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씩 다 만나야 합니다.” 배고프면 도토리 주워 먹으며 버티면 된다고 하시면서.(웃음) 그런데 아쉽게도(?) 낙방했던 교회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바로 출근하느라 산에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 아버지 교회를 세습할 생각은 없었나요?
정열: 제가 고등학생 때인가 압구정동 광림교회가 세습을 했습니다. 그때 아버지와 큰형이 피켓을 들고 세습반대운동을 했어요. ‘세습은 안 되는 거다, 안 좋은 거다’라고 처음부터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습을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작고 어려운 교회의 세습 정도는 그렇게 볼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면류관이 아니라 (정말로) 십자가를 지는 세습이잖아요. 그런데 아름다운 세습은 잘 못 봤습니다. 아, 여기서 ‘십자가’라는 말이 김삼환 목사의 말과 겹치지만 내용은 다른 거 아시죠?
장호: 저는 세습에 대한 첫 이미지가 정열 목사님과 달랐어요. 제 아버지는 과거에 세습은 가문의 영광과 같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가는 것을 ‘멋있게’ 생각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저 또한 목회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할 때는 이게 세습인지 아닌지 따지기도 전에 자연스럽고 바른 길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스스로 절 볼 때 거룩하게 못 사는데 목회를 어떻게 하나 자신도 없고, 체질에도 안 맞는 거 같아서 독일로 도망친 거거든요. 그 전엔 어릴 때부터 자라온 교회가 익숙하기도 하니까 자연스럽게 세습하려고도 생각한 적이 있었지요.

   
▲ 김장호 목사 ⓒ복음과상황

― 최근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홍성호 대관대교회 목사가 세습교회 리스트와 관련 명단을 공개했는데, 장호 목사님 지인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는데, 왜 세습을 안했나요?
장호: 저는 세습을 반대하거나 찬성하기보다도, 확실히 ‘이 길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목사가 할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부모님도 교계 뉴스를 보시니까 이젠 교회가 세습으로 교계와 사회에 얼마나 큰 걱정을 끼치고 있는지를 아세요. 제가 세습 안 하길 잘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네 말이 맞다” 하시더라고요. 제가 만약 세습을 했다면 지금 상황에 목회를 아예 그만 두거나, 입은 꾹 다물고 제 목회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자라온 교회인지라 교인들도 나를 너무 속속들이 알고, 저도 그분들을 잘 아는 게 사실은 큰 문제에요. 저를 막 대한 분도 있고,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못된 짓도 같이 했거든요.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오락실에서 몰래 공짜 오락도 많이 해먹었죠. 그런 곳에서 담임목사가 되어 정말 소신껏 목회하기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나 선후배 중에는 세습하신 분이 꽤 있지요.

― 목회자 자녀 입장에서 교회를 세습하는 목회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열
: 그분들 입장을 특별히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자면, 일단 상황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아주 조금 있긴 해요. 성도들도 아들 목사가 인간적으로 좋고 편할 것이고, 아버지도 자기 회사를, 아니 자기 교회를, 아니 교회를 남 주긴 아깝겠고요.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전혀 좋을 것 같지가 않아요. 모든 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 교회에서 시집살이를 더 혹독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와 직접적으로 계속 비교·평가 되겠지요. 자기 목회를 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부자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좋은 건 오직 허울뿐인 이름과 그놈의 돈, 그거 빼면 없어요. 세습은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았거나, 이기적으로 고민한 결과입니다. 고민을 해도 아버지와 자기 사이, 더 나가봤자 개교회 사정까지겠지요. 이 문제가 한국교회에 끼칠 영향과 시대의 아젠다 흐름에서 깊이 고민하진 못한 거예요.

― 이기적인 욕망이라는 거지요?
장호: 아마 부모의 욕망으로 세습하는 경우가 절 반 이상은 될 겁니다. 처음부터 자식 목사가 원해서 세습하진 않을 거라는 말이죠. 자기 스스로 하나님 앞에 잘 겸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아버지께서 일구신 목회지에 숟가락 올려놓고 담임목사 노릇 하기밖에 안됩니다. 결국 본인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지요. 목회자들이 사회를 알아야 합니다.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게 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습을 밀쳐내라는 문제라기보다도, 냉철하게 생각하고 상황을 판단해야죠. 세습을 함으로 인해 더욱 사회에서 뭇매를 맞고 본인도 마음이 힘들고 교계도 썩고 사회도 혼탁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 두 분 다 세습하는 게 결코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자란 교회를 세습할 텐데, 그곳에서 담임목회를 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이군요.
장호
: 무서운 겁니다. 편하고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잠시 탈선한 때가 있습니다. 얼굴이 벌건 채 교회 앞에 있으면 권사님들이 늘 ‘목사 아들이 술 마시고 왔다’면서 뭐라고 하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목사지, 제가 목사냐면서 대들기도 했고요. 그때 권사님들이 아직도 계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신 분들이 제가 담임목사가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물론 과거는 과거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상입니다.

정열: 그렇게 ‘대들 수 있는’ 자아가 세습 안 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명성교회를 불법 세습한 김하나 목사도 세습이 애초 본인 뜻은 아니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거대하게 밀려오는 상황에 처해서, 간단히 말하면 거절할 ‘똘끼’가 없어 보여요. 아니라고 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거죠. 유년기부터 아버지 말에 순종하고 거기로부터 흘러오는 모든 좋은 것들을 다 받으면서 그렇게 ‘잘 큰’ 게 아닐까요? 김하나 목사에 대해서 사람들이 웬만하면 다 좋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착하고 똑똑하다고. 그런데 ‘착한’ 게 착한 게 아니고 ‘똑똑한’ 게 똑똑한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확인하는 겁니다. 거절의 뜻을, 불순종의 정의를 밝힐 힘이 없어 보여요. 땅의 아버지께 불효하고 하늘 아버지께 효도할 깡이 없는 거죠.

   
▲ CBS '크리스천 NOW'(2014. 1. 24 방영) "목사 자녀 열전" 방송 갈무리

― 이번 명성교회 세습은 그 과정에서 김하나 목사 본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세습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는데요. 명성교회에 낸 이력서 서명도, 이력서 제출도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는 채로 명성교회에 부임했습니다.
정열
: 그냥 하는 말이긴 하지만, 세습을 안 하면 아버지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세습했지만 이제 자기 목회를 정상적으로 하기엔 누가 봐도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장호: 속으로 노래를 부를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어떻고 아버지가 어떻고를 떠나서 자기 스스로 목회를 하는 거지 아버지가 목회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상 그 거대한 관계 속에 있는 명성교회에서 진짜 목회를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차라리 도망이라도 갔어야죠.

― 교회 세습까지는 아니더라도, 목회자 자녀가 목회자가 되면 사실상 이미 많은 것들을 선점하는 셈 아닌가요?
정열
: 맞습니다. 아버지 목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에요. 목회자 자녀가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저는 신대원에 입학하고 보니 아는 목사님이 아버지밖에 없더라고요. 아버지 교회만 다니면서 아버지 설교만 듣고 자라 비교 군이 없는 거죠. 무형의 것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인맥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죠. 유명한 목사님들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고 친분도 있잖아요. 교회에서 선배 목사님이 섭외 못하는 분도 전화 한 통에 섭외할 수 있어요. 이런 게 은근히 권력이거든요. 나고 자라면서 교회의 정서를 체득한 것도 유리한 점이거든요. 교회 세습은 안했어도 사실상 많은 것을 세습받은 셈이지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저에게 직접적으로 넘겨준 것은 없어요. 신학교 입학할 때 제게 메일 한 통 보내시긴 했지요. 역사 공부, 철학 공부 많이 하고, 본인이 원어 공부를 못했으니 원어 공부 꼭 하라고요. 그냥 공부 열심히 하라는 소리죠.(웃음)

장호: 저는 아버지가 목회 실무에 관해 조언해주셨습니다. 장로님들과의 관계나 행정에 대해서요. 단독 목회를 섬에서 하고 있을 때 장로님 두 분이 있었는데, 섭섭하지 않게 동등하게 사랑해야 하고 작은 문제도 다 의논하라고요. 오늘 인터뷰도 당연히 장로님들과 상의했습니다.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더라고요. 장로님들과 밥도 자주 먹어요. 아버님이 당신은 못했던 부분이라면서, 밥값은 네가 내고 같이 식사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부흥사로 있으면서 일 년의 절반은 교회를 비우셨거든요. 낚시 좋아하는 장로님한테는 새벽에 안 나온다고 뭐라 하지 말고 낚시 밑밥이라도 사들고 가서 이야기 나누라고 조언해주셨고요. 설날이면 장로님들과 맞절을 하며 새해 인사를 합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저를 어려워하기도 하고 인정해주시기도 하면서 목회를 도와주시더라고요. 우리 교단은 인맥이 정말 하나 걸러 줄줄이, 땅에서 고구마 캐지듯 관계망이 촘촘합니다. 여러 가지로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아버지는 감리교 선배 목사이기도 하니까요.

― 명성교회 세습을 두고 교회 측은 교회의 ‘안정’을 위해서, 교인들이 찬성한 일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정열
: 명성교회 앞에서 불법 세습 반대 피켓팅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네 교회도 아닌데 왜 참견하느냐’는 성도님들이 많아요. 그런데 ‘하나의 교회’라는 게 주님의 교회로서 어느 교회든 다 우리의 교회이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잖아요. 한 교회가 잘못하거나 아프면 교회 전체가 다 잘못하고 아픈 거지요. 가정폭력 문제에 나서면 ‘우리 집안일에 왜 참견이냐’라고 말하거나, 장애학교 설립을 두둔하면 ‘너 어느 동네 사느냐’고 묻는 맥락과 같아요. 우린 모두 기독교인, 한국 사회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모두가 당사자인데 말이에요.

장호: 교인들이 찬성한 일이라는 것도 사실은 틀린 말이에요. 0.01%라도 반대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반대표도 많았잖아요. 교회의 ‘안정’이라니요! 목사들 때문에 부담은 교회가 다 떠안게 되어 있어요. 이번 일로 교회가 쪼개지고, 그럼에도 김삼환·김하나 부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또 생길 겁니다. 세습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이 없는 ‘이권의 영역’이에요. 말씀대로 한다고 몇 구절을 따와봤자 그건 성경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외식하는 바리새인의 짓입니다.

   
▲ 설훈 목사 ⓒ복음과상황 이범진

― 사실상 김하나 목사는 지교회인 새노래명성교회 목회를 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미 교회 세습도 한 셈인데요.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요? 아버지 목사님을 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호
: 김삼환 목사의 욕심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이번 세습을 두고 ‘김하나 목사에게 주님의 십자가를 지웠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십자가 신학을 잘못 알고 망언을 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 자기가 저지르는 일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수습하려고 하다가 더 잘못된 언어 참사를 저지른 셈이지요. 엄청난 교만입니다. 십자가는 무슨 십자가입니까! 그 십자가라면 지고 싶은 사람 얼마나 많겠어요! ‘명성교회 십자가’ 질 사람 나와 보라고 하면 아마 줄을 서겠죠. 나도 질 수 있는데 교단이 달라서….(웃음)

정열: 최근에 새노래명성교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어요. 5년 권사 임직식 사진을 봤는데 같은 한복을 맞춰 입은 분이 목사님 양 옆으로 40분은 서 계시더라고요. 새노래명성교회 재적 교인이 3천 명 규모라고 합니다. 그것도 하남시에서요. 이미 초대형 교회 규모인데, 그 정도로는 부족한가 봐요. 명성교회 담임목사면 대통령 같은 자리 아닌가요? 대통령도 찾아오고요. 명성교회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한다고 하면 이력서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겠습니까. ‘스펙’으로만 봐도 김하나 목사 이상으로 잘난 사람이 수두룩 있겠지요. 문제의 십자가 발언은 예수님 십자가는 아닙니다. 아들 목사 말고 다른 목사가 오면 뭔가 드러날 게 많아 그런 건 아닐까요?

― 교회에 새로운 담임목회자가 들어오면 보통은 구습을 없애는 작업을 하지요. 그 안에서 사회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목회의 오점이 드러나는 것도 두려울 것 같아요. 비단 큰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전임자가 일군 좋은 유산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이런 이유로도 세습하려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정열
: 세습하는 이들의 가장 일반적인 논리겠지요. 전임자가 일군 개교회는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오면 혼돈의 시간을 거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교회를 더 건강하고 성숙하게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전임자가 자기 흔적을 스스로 지우고 떠나고, 후임자는 전임자 목회를 존중하며 자기 목회를 다져가는 게 좋은 모델이고 보기도 좋다고 생각해요.


장호: 저는 사실 그 비슷한 이유를 들먹이며 자식에게 세습하려는 진짜 속마음부터 짚어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 목사님들은 그야말로 ‘깡개척’ 목회였거든요. 그런 시대를 지나온 분들이니 자기가 한 고생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거나, 혹은 요즘처럼 취업도 어려운 시절에 일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세습에 적잖은 욕망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뜻, 교회의 건강성은 고려 대상이 아닐 거예요.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마찬가지죠. 자식의 길은 스스로 알아서 풀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공부 시켜주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기도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본지 온라인판에 “종교권력과 교회 세습 톺아보기”를 연재 중인 설훈 목사가 질문을 던지고, 두 ‘아들 목사’가 답했다. 진행을 맡은 설훈 목사는 ‘교회 세습’을 주제로 한 최초의 박사 논문을 썼으며, 본지 319호 ‘사람과 상황’에 인터뷰가 실린 바 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기자

 

― 세습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장호
: 정신이 맑은 친구들을 사귀는 게 중요해요. 바른 목회를 하려고 분투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면,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갈 때에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교회를 물려받은 친구가 있는데,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아요.
정열: 어렸을 때부터 말썽도 부리고 하면서 ‘사람’에게 불순종할 수 있는 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회 세습은 많은 교단의 총회 헌법에서도 불법인데요. 특별히 오늘의 시점에서 교회가 세습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장호
: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입니다. 게토가 된 교회가 이대로 계속 가면 정말 버림당할 겁니다. 세습하는 교회가 맹구에요. 지금 이 시간에도 ‘뉴스’를 보지 않고, 개의치 않고 갖가지 세습을 시도하는 작업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알아야지요. 칼 바르트는 ‘기도할 줄 모르겠으면 성경을 보고, 기도 제목을 모르겠거든 신문을 보라’고 했습니다.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세상이 교회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열: 지금 세습하는 사람들은 이미 어려운 한국교회를 더 어렵게 만들면서, 마지막 단물을 빨아먹으면서 한국교회의 끝을 앞당기는 범죄자들입니다. 교인들도 눈을 떴으면 좋겠어요. 사회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져도 아랑곳 않고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잖아요? 교회에서도 단지 편안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안락하게 예배드리기 좋은 교회만 찾아가는 분들이 많아요. 세습이 당장은 세속적인 성장으론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음, 그다음 세대에는 반드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올 겁니다.
 

*수정: 2017.11.30 (붉은 글씨 참고)

진행 설훈 목사
정리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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