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책] 구약으로 읽는 부활신앙 / 김근주 지음 / SFC출판부 펴냄 / 2014년

부활절기 막바지에 어떤 가수 겸 프로듀서의 ‘간증’을 읽었다. 시간과 물질 등 역사적인 것들을 초월하는 절대 진리 추구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진 글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단 종교를 언급하며 그의 잘못된 신앙을 지적하지만, 그의 신앙 이해는 기본적으로 근대 기독교가 발전시켜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전도 프로그램 대부분은 하나님의 존재와 자신의 죄인됨,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논리적으로 수긍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최근에 제임스 스미스가 열심히 설파하듯, 그리고 그보다 일찍 인지과학자들이 지겹도록 반복했듯이 인간의 정신 활동은 몸을 건너뛰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우리 생각은 신체적 경험을 통해 자라고, 방향성을 얻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진리는, 물질적이며 시간의 흐름 안에서 성장하는 존재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층위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구약학자 김근주의 《구약으로 읽는 부활신앙》은 성경으로부터 인간을 위한 진리를 읽는 방법을 잘 소개한다. 차분한 말투로 부활을 다루는 구약 본문들을 해설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옛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한 히브리 성서가 어떤 역사를 통해 형성됐는지 보여준다. 그는 구약이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 계시로 주어졌음을 증명하기보단 아브라함의 영적 후손들이 역사적 사건들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제국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어떤 문화적 영향을 받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에게 성경은 우리 몸이 그렇듯,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한다. 이게 성경의 진리됨을 부정하는 사고인가? 아니다. 성경을 우리 몸이 형성된 책으로 봤을 때에 우리는 비로소 몸이 몸에게, 삶이 삶에게 거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약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을까? 저자는 성경 속 세부 사항들보다 깊은 층위에 있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세부 사항들, 예를 들어 마지막 때 몸의 부활에 대한 확실한 신념 같은 것들은 어떤 맥락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사두개인들과 아브라함 모두 이 땅 이후의 삶에 대해 믿지 않았으나, 아브라함은 나그네에게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믿었기에 그렇게 고백했고, 사두개인들은 제국의 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고백했다. 겉보기엔 같은 고백이지만 그들의 믿음이 삶을 인도하는 방향은 전혀 달랐다. 포로기 이후 본격 형성된 부활신앙은 제국의 질서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이들이 아니라 그 희생자들이 가졌던 희망과 더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들은 이 땅에서 이방인처럼 살았으나 그 상태가 삶의 궁극적 현실이어야 한다고는 믿지 않았다. 부활신앙은 그들에게 더 나은 현실을 꿈꿀 힘을 공급하는 ‘나그네의 양식’이었던 것이다.

요즘도 ‘빈 무덤’ 증명하기에 열중함으로써 부활을 객관적 사실의 층위에서 다루려는 이가 있지만, 그 증명은 부활신앙이 우리를 인도하는 길을 바로 못 알아본다면 복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그네야말로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그리스도인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정체성이다. … 하나님께서 베푸실 영광의 날들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살아갔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고 기다리며 살아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194쪽)

*공동번역과 가톨릭 성경에 포함된 책들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례를 따라 제2경전(외경), 마카베오(마카비), 집회서 등의 명칭을 사용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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