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호 커버스토리]

현재 우리 사회는 권력에 눌려 그동안 침묵해야 했던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미투운동이나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건, 최근에 또 한 번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한진 일가 갑질 사건 등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억압과 착취의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가부장으로 대표되던 서열에 따른 권력관계가 무너지고 사회가 평등과 인권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징표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도 우리 사회의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교회는 한국 사회의 유교적 문화와 성경의 가부장적 문화가 결합한 매우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교회 문화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로 교회 안에 다양한 형태의 위계, 이런 위계로 인한 차별과 폭력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위계, 남녀 사이의 위계이다. 교회는 서로 형제자매로, 서로 지체로 여기기보다는 다양한 위계 관계로 서로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위계 구조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위계, 성별에 따른 위계, 교회 직위에 따른 위계 이렇게 세 항목에 대해서 위계의 성격과 문제들을 다루려고 한다.
 
1.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위계
교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계 관계이다. 교회에서 가장 큰 권한은 교인으로 구성된 ‘공동의회’에 있다. 하지만 목사가 성찬권과 축복권을 독점하고, 대부분의 설교를 담당하며, 당회의 장을 맡고 있어, 모든 영적 행정적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쏠려 있다. 담임목사는 교회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교적 가부장 사회 속에서 아버지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종종 목사를 ‘영적 아버지’로 교인들을 ‘자녀’로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청빙받은 담임목사는 당회와 권력을 나누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권위가 가장 높다. 이렇게 가장 높은 권위는 교회에서 권력으로 작동한다.

설교를 통해 목사에게 축복권과 저주권이 있다며 목사의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직접적인 방법 말고도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것이라며 죄의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또한 주일성수, 십일조, 새벽 예배 및 기타 예배의 참석을 강조하고 이것을 못하면 성실한 교인이 아니고 믿음이 없는 것이라고 간주하며 죄의식을 심어주며 압박을 가한다.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다른 덕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오직 목사에 대한 순종과 교회에 대한 헌신과 헌금만을 신앙생활의 척도로 내세우며 교인들을 조종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말을 못하게 입막음하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교인들을 설교로 계속 공격하여 상처를 주고 결국 교회를 나가게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내쫓는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교회 내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렇게 목사는 영적 권위를 독점하므로 설교와 기도, 성경공부 등을 통해 교인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하고 협박과 언어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위계는 목사와 장로의 관계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법적으로 보면 목사와 장로는 같은 장로이지만 교회 내에서 목사와 장로의 권위는 분명히 다르다. 행정적인 부분에선 당회에서 같이 의논하고 결정할지 모르지만 목사에게 반대했을 때 설교나 기도를 통해 받는 협박과 언어폭력은 일반 교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권력이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결과, 영혼을 살리는 복음이 영혼을 죽이는 무기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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