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호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지적장애인 청년 김다영 이야기

▲ 라디오 게스트로 참여한 김다영 씨. (사진: 강선영 제공)
   
▲ 김다영 씨. (사진: 이미선 제공)

#01
입술 찢어진 자리는 1cm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전신마취를 했다. 수술실 조명이 낯설었고, 모르는 의사의 시선도, 의사가 쥐고 있는 칼과 가위와 집게 따위도 견디기 어려웠겠다. 수술실의 낯섦과 장비의 불쾌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입술 찢어진 자리는 1cm도 되지 않았지만, 국소마취가 불가능했다. 열여덟 살 예쁜 여고생 다영이는 수영장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앞니 다섯 개를 뿌리까지 다치면서 입술까지 찢어졌다. 앞니를 치료하기 전에 먼저 입술을 꿰매야 했다. 가까스로 수술을 마쳤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다영이는 꿰맨 입술의 실밥을 손으로 뜯어버렸다. 전신마취를 하며 겨우 꿰맨 입술의 풀린 실밥을 다시 맬 수 없어, 자연적으로 아물게 두었다. 얼른 눈에 띄지 않지만, 엄마는 다영 씨 입술 흉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시큰거린다.

1999년생 지적장애인 다영 씨는 이제 스무 살 청년이다. 1975년생 김 목사는 다영 씨에게 같은 20세기에 태어났다며 썰렁한 너스레를 떨었지만 다영 씨는 “네에”하며 예의 바르게 웃어주었다. 스무 살 청년 다영 씨는 집 안에 머무는 것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한다. 2년 전 수영장에서 큰 사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수영이 좋다. 초등학교 때 사이판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하루 중 11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수영장에서 보내기도 했다.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교회 가거나 발달장애인자조모임 ‘슈퍼스타’에 참여하는 게 좋다. ‘슈퍼스타’는 협동조합 파파스윌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자조모임 중 하나다. ‘슈퍼스타’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주도에 가자고 작정을 했는데, 어머니는 걱정이다. 다영 씨 어머니는 2년 전 사고를 잊을 수 없다. 행여,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부모님이나 가족이 따라갈 수 없는 당사자들이 주관하는 모임이라, 어머니의 근심이 깊어진다. 어머니는 다영 씨의 바깥나들이가 무섭고, 사이판이 좋았던 다영 씨는 집 밖 바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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