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서평〕 노동하는 그리스도인 / 김근주 외 지음 / 대장간 펴냄

▲ 김근주, 전성민, 조석민, 권연경, 박영호, 배덕만, 김동춘 지음
《노동하는 그리스도인》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한 단어들, 즉 “노동/노동자”를 그리스도교적으로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그렇다. “노동과 노동자”라는 단어를 지우는 것에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또한 상당부분 일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결과 오늘날의 젊은 층 사이에도 “노동과 노동자”라는 단어는 왠지 블루칼라 종사자들만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과연 “노동”은 우리와 관련이 없는 단어일 것인가? 우리를 창조하신 주님은 “노동”을 하셨을까? 예수님께서 목수의 일을 감당하신 것은 “노동”의 방편으로 볼 수 있을까? 성서 속 일터 영성에 대해 여러 의문점들이 들었던, 또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일터 영성과 사역에 대해 고찰하던 내게 쥐어진 《노동하는 그리스도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처음 일독(一讀)을 마치곤, 일터 사역을 위해 신학의 길을 걷고 있는 나의 환경 덕에 이 책이 더 술술 잘 읽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평을 위해 다시 들춰보니 어느 한 줄도 놓치지 않고 밑줄을 그어져 있고, 그 속에서 적용점을 찾아 문단 아랫줄에 빼곡히 적어놓은 메모들에 시선이 향했다. 사실 책을 읽을 때는 밑줄이나 필기를 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스스로도 의아했다. 특히 ‘일하시는 하나님, 일하는 사람: 구약으로 읽는 노동’이란 주제로 첫 장을 연 김근주 교수의 글은 “노동과 하나님” “노동자와 그리스도인” 등의 주제를 고민하던 나의 마음을 뜨겁게 해주었다. (아마도 이를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뜨겁게 해줄 것이다.)
 
창조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세상을 창조하시는 “노동”을 먼저 보이셨다. 하나님께서 보이신 노동은 신성했다. (하지만) 또한 그분의 노동은 일상 가운데 이뤄졌다. 나는 창조하신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모든 노동은 하나님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은 구호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성서 속에서 그분은 먼저 일하고 계셨고, 지금도 일하고 계시며, 미래의 일을 계획하고 일하신다. 이 모든 사실로 인해 나의 마음은 뜨거워졌다.
 
이전까지 “땅의 소산을 얻기 위해 인간은 일을 해야 했다”는 막연한 착각 속에 신앙생활을 영위했던 우리다. 우리의 죄로 인해 이 땅에서 결실을 맺는 것은 더욱 힘이 들어졌다. 이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죄로 인해 하나님이 거룩하게 하신 노동이 부정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죄로 인해 이 땅은 오염되고 노동의 결실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노동하는 손길 위에 하나님께서는 수확의 기쁨을 허락하신다. 노동을 죄의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는 우리의 ‘기도’라 본다면, 우리 모두는 노동을 함으로서 하나님의 계획 속에 참여하며 일상의 예배를 올려드리는 것이다. 예배당에서만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 또한 예배임을 확신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은 다음 장에서 전성민 교수의 글을 통해 더욱 진일보하게 되는데, 내용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신학적 소양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니 다들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노동”이란 키워드 속에서 각 교수/목회자들이 자신의 신학 전공에 비추어 주제(노동하는 그리스도인)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성서학을 전공한 이들이 본 “노동”과 교회사 전공자의 역사속의 “노동”은 그 접근법에서부터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노동”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렌즈다. 자연스레 “노동”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은 더욱 폭넓어진다. 이는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과 노동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바른 이해는 청년 실업과 최저임금 논쟁 등 사회적 현안에 있어 갈등을 다루고 대안을 제시할 지혜를 길러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확신은 창조를 통해 먼저 일하신 분을 닮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생겨난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열망에 사로잡힐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분은 그리스도인의 하나님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창조의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 속에 이 땅을 유지하고 이어가라는 노동의 사명 또한 허락하셨다. 우리는 먼저 모범을 보이신 이로 말미암아 노동한다. 또한 그를 닮아 이 땅을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을 통해 모든 이와 화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았고, 우리의 신앙이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하신 일을 통해 모두와 화목하셨기 때문이다. 그 부르심 앞에 선 모든 그리스도의 형제들에게 오늘의 이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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