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 신학서 읽는 네 가지 시선]

1. 저자의 관심: 해석학과 교회 사이
교회는 어머니다. 우리 세대 대다수 그리스도인은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회심을 경험했다. 그래서 좋든 싫든 교회와는 애증 관계에 있다. 마치 잔소리하는 어머니가 짜증 나면서도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자식처럼. 그러다가 대학(university)에 들어가 우주(universe)를 만난다. 마치 동굴 밖을 뛰쳐나온 철학자처럼 갑자기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어리둥절해진다. 처음에는 무신론자들이 득실거리는 캠퍼스에서 나름 기독교 변증에 열을 올리며 세계관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아카데미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당연히 교회를 보는 눈이 이전과 같을 순 없다. 어느 순간 ‘그동안 내가 기독교에 속은 거 아니냐?’라는 의심이 쑥 올라온다.

나는 이런 위험한 줄타기를 20년째 해오고 있다. 주위에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이 의외로 만다는 사실에 약간의 위로를 얻는다. 이 책의 저자 메롤드 웨스트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어머니는 중국 선교사가 되려고 했다. 매우 보수적이고 경건한 가정에서 자란 웨스트팔은 스스로 자신의 배경은 ‘반지성적 근본주의’였다고 말한다. 그러다 휘튼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면서 소위 세속 학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칸트와 헤겔, 그리고 키에르케고르를 공부하면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를 통해 신앙과 의심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였고, 가다머, 레비나스, 현대 프랑스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해석학, 미학, 종교철학 분야로 영역을 넓혀갔다. 그리고 이제는 영미권에 대륙 철학을 가장 잘 소개하는 철학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해석학을 연구한 철학자가 책 제목 그대로 해석학과 교회 사이에 가교를 놓는 창의적이면서 대중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가 제시하는 해석학은 우리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교회가 상대주의 해석학을 수용한다고 큰일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저자가 살아온 신앙 여정과 비슷하다. 오히려 상대주의 해석학은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해석이다’라고 말하는 해석학적 오만과 ‘어떤 것이든 다 좋다’는 식의 해석학적 무정부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건강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