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신약편)

   
▲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신약편)』, 김동문 지음, 신현욱 그림, 선율, 15,000원

같은 제목으로 먼저 나온 ‘구약편’에 이어 ‘신약편’이 나왔다. 구약편에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이라는 수식이 붙었다면, 신약편에는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는’이 붙었다. 저자는 예수가 걸었던 길, 바울이 지났던 여정을 좇으며 신약을 읽고 또 다시 읽으며 그 일기를 이 책에 녹여냈다. 그린이는 저자의 텍스트에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림이 책의 절반을 넘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을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건네는 낯선 내용들이 많다.

“삯을 받는 목자는 주인에게 위탁받은 양 떼와 염소 떼를 도시 밖 험한 광야로 몰고 나갔다. 꼴을 찾아 먹이면서, 광야의 맹수들과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도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양과 염소를 지키는 것은 거칠고 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목자들의 삶은 험난했지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 그런데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목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이어지는 그림에 나타난 어느 목사와 어린이의 만남.

“안녕! 난 길 건너 교회 목사님이야~”
‘근데에~? 뭐? 뭐? 개독교네… 어쩌라고?’

저자는 “우리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함”을 전제로 “삯꾼의 자리로 가서 삯꾼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부르심의 의미를 잘 헤아려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삯꾼처럼 조롱과 위협을 감수하는 것이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는 유일한 길이며, 그 길이 곧 ‘양’을 돌보는 목자로 부름 받은 이의 최선 아니겠는가.

책 속 그림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서 그림은 ‘중근동의 눈’으로 읽은 성경을 오늘 한국사회와 연결해주는 장치로서 작동한다. 유명한 예능 방송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맥락에 들어맞는 연예인을 소환하기도 한다. 특히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다루다가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는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글쓴이와 기획자, 그린이, 디자이너 등이 공동작업을 위해 숙고한 깊이가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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