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참혹한 일에 익숙해지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동물을 살아 있는 채로 ‘집단매장’ 처분하기 시작한 건. 대규모 ‘살처분’ 보도를 보면서 ‘으레 있는 일’로 여기게 된 건. 

간디는 ‘한 사회가 얼마나 위대하고 도덕적으로 진보했는지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뭇 생명의 복리에 마음을 쏟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하나님을 만나면 나의 자매 종달새를 새장에 못 가두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겠다 했다지요. 잠언에 따르면, 의인은 자기 가축(animal)의 생명을 잘 돌보는 사람입니다(12:10).

죽기 전까지도 샴고양이와 진저고양이, 복서강아지와 함께 살았기 때문일까요. C. S. 루이스는 《고통의 문제》(홍성사)에서 ‘동물의 고통’에 한 장을 털어 얘기하는데, “동물세계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것이 인간이 맡은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건 인간이 사탄 편에 가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면서요. 또한 루이스는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모든 일은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거나 무엄하게 남용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수십 만 혹은 수백 만에 이르는 동물 살처분은 과연 하나님이 주신 권위의 합법적 행사일까요, 무엄한 남용일까요. 

저명한 기아문제연구가인 장 지글러는 전 세계 옥수수 수확량 4분의 1을 부자 나라의 소들이 먹는 동안 옥수수가 주식인 아프리카 빈국은 만성적 기아에 시달린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오늘날 전 세계 육류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타이슨푸드, JBS, 카길, 호멜, WH그룹 등 몇몇 거대 기업들은 농업과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육류산업이 거둔 상업적 성공 뒤에는 토질과 수질오염 문제, 축산업 노동자 임금의 급격한 감소와 기본적인 노동권 침해 문제가 있다.”(케이티 키퍼, 《육식의 딜레마》, 루아크 펴냄, 7-8쪽)
“육류산업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지금과 같은 고기 생산방식은 농업마저 바꿔놓았다. 우리는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먹일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드넓은 땅에 한 작물만 심은 ‘단일재배’라는 새로운 농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 사료작물 단일재배와 가축 집단사육은 땅과 물, 공기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앞의 책, 15쪽)

이달에는 빈번해지는 동물전염병과 대규모 살처분, 육류산업과 식생활 등을 재고해보려 했습니다. 그리하여 산 채로 죽어간 돼지를 생각하며, 피조 세계의 평화를 회복해야 할 존재로서 오늘날 육류산업과 소비문화에 한 줌의 의식 변화라도 경험한다면 그게 희망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은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의식에 있다.”(장 지글러) 

옥명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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