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정재영 지음 / 이레서원 펴냄

   
▲ 강요된 청빈정재영 지음이레서원 펴냄 / 8,000원

메가 처치(Mega church), 메가 머니(Mega money), 리틀 메시지(Little message). 한국교회는 좀 다른 것 같아, 하고 인터뷰에서 자끄 엘륄의 손자 제롬이 했던 말이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부끄러웠다.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지방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알고 있었다. 한국은 교회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서 특히 지방에는 가난한 교회가 많다는 사실을. (물론 ‘가난한貧’ 교회가 곧 ‘맑은淸’ 교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목회자의 경제 현실과 공동체적 극복 방안”(부제)을 모색한 이 책은 교회 양극화 속에서 나타난 한국교회 교역자들의 소득과 빈곤 문제를 다룬다.

“교인 수 300명 이상으로 규모를 갖춘 교회 목회자들의 월 소득은 315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100-300명 미만은 202만 원, 50-100명 미만은 185만 원이었다. 더구나 50명 미만 초소형 교회의 경우에는 124만 원으로, 300명 이상 교회 목회자의 월 소득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 소형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에서 21.4%의 목회자가 사례비를 받지 않으며, … 개척 교회 목회자 3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100만 원 이하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가 200명으로 64%를 차지했다.”(25쪽)

종교사회학자인 저자는 교역자들의 빈곤 원인으로 ‘헌신 페이’, 개교회주의,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 부실한 신학교 교육, 교회 양극화 현상 등을 꼽는다. 그러면 해결책이 있을까? 저자는 대형, 중형, 소형 교회가 각각 자기 역할을 하고 서로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교회성 회복과 ‘지역교회’화를 내세운다. 책 말미에는 부교역자들의 인터뷰를 실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까지 담아냈다.

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과잉 감정이 아닌 주장과 근거, 또 근거와 근거를 잇는 차가운 논리와 든든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는 쓰는 사람의 부지런함을 증빙한다. 이 책은 감정에의 호소를 영리하게 배제함으로써 호소력을 얻었다. 분량은 얇은 편이나,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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