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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 태영호를 향한 우려와 기대
[354호 미디어 솎아보기]
[354호] 2020년 04월 17일 (금) 18:02:27 김성원 goscon@goscon.co.kr

 

이번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강남갑에 출마한 태영호(태구민)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황장엽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층 탈북자’라는 수식어에 이어 ‘탈북자 최초의 지역구 출마자’ ‘최단기 남한 정착 탈북자의 국회의원 출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비판과 우려도 있지만 기대와 응원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태영호’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따라가 봤다. 각각의 판단이 교차하는 지점은 남북통일이나 사회통합 과정에서 겪을 문제를 짐작하게 하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진보-보수 이분법을 극복하고 싶다”
태영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까? 지난 2월 11일 그의 출마선언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남북한 통일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 2천5백만 북한 주민 모두의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지금까지처럼 남남 갈등에 빠져 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진정한 통일정책이 입안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과 같은 새내기 탈북자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당선됨으로써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다시금 증명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도 밝혔다. 필자는 그의 ‘출마선언문’이 남북을 아우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높게 봤다. 

하지만 비판과 우려가 이어졌다. 출마선언문 때문이 아니라 그의 출마 때문이다. 그의 출마선언 다음 날인 2월 12일 <CBS 노컷뉴스>는 기자 칼럼을 통해 “태영호 전 공사가 국회로 진출하는 순간 그는 탈북 지식인이 아니라 한 명의 정당인이자 정치인이 된다. 남북문제가 정도를 넘는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되고 가뜩이나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양극단 진영논리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왜 태영호를 굳이 국회로 끌어들여 갈등을 부추기느냐는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문제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유 이사장은 2월 18일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방송에서 미래통합당이 태영호를 강남갑에 공천한 것은 북한인권을 이슈화해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태영호 공천은) 극우 보수층을 겨냥한 공천”이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좌파독재, 친북 캠페인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의 태영호 공천을 야구의 ‘빈볼’에 비유하기도 했다. 류현진 같은 멋진 투수의 볼을 기대했던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이주영 정치부 기자도 2월 19일 ‘보수정당의 탈북민 활용법’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미래통합당이 태 전 공사를 앞세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이라고 봤다. 태 전 공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고 미래통합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자칫 태 후보에 대한 테러 등의 불상사로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보 진영의 시각은 보수 정당이 태영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이번 강남갑이라는 지역구 출마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그가 국회의원이 될 경우 접할 수 있는 국가 1급 비밀이 국가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웅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부 자문위원은 4월 5일 〈베이비타임즈〉 기고 글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보유하거나 확인된 국가 1급 비밀, 국가 중요정보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데, 북한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다 보니 불법적, 강제적으로 자료를 빼앗길 수도 있고, 사이버 해킹으로 유출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이런 면에서 태영호 공사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이 대단한 위험에 노출되는 위기를 떠안게 됨을 뜻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태영호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말 것인가
태영호의 공천을 둘러싸고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2주 전인 3월 1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태영호의 강남갑 공천에 대해 “공천을 이벤트화한 것이다. 그 사람이 강남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의 태영호 비판은 당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태 후보 본인 역시 3월 15일 “‘뿌리론’은 남한에 고향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누려야 할 권리와 역할에 대한 부정”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의무와 권리를 갖고 정정당당히 살아가는 탈북민들과 실향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직후 태 후보를 찾아 격려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보수논객 변희재의 비판은 더 노골적이다. 변희재는 3월 16일 〈미디어워치〉에 올린 글에서 “태 전 공사의 총선 지역구 출마 문제는 단순히 남한에 뿌리가 없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를 문제 삼는 논리도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고 했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태영호의 과거 경력에 대해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한 권 외에는 깜깜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영호의 행적을 가장 먼저, 깊이 조사한 곳은 국정원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언제든 태영호를 북한에 돌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살인죄 등을 문제 삼아 문재인 정부가 북한 청년 2명을 북한에 돌려보낸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에서 제기하고 있는 태영호의 범죄가 사실인 경우 재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희재는 “만에 하나 문 정부가 이를 알고도 은폐한다면 문재인과 태영호의 야합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도 했다.

태영호는 또한 언제든 테러할 수 있는 김정은에게도 목줄이 잡혀 있다는 게 변희재의 주장이다. 그는 “태영호는 평행 김일성 3대의 공산독재에 부역해왔다”면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게 왜 탈북자, 이북 출신에 대한 차별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더 이상 태영호를 성토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변희재는 “천하의 김종인 입조차 다물게 하는 태영호 배후세력의 실체라도 밝혀주기 바란다”며 ‘태영호 배후설’을 제기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2월 26일 자 기사에서 태영호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서 국가자금 횡령죄, 미성년 강간죄와 같은 온갖 더러운 범죄를 다 저지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도망친 천하의 속물”이라며 “도저히 인간 부류에 넣을 수 없는 쓰레기”라고 주장했다.

태영호에 대한 탈북자 사회의 엇갈린 평가
하지만 〈뉴데일리〉는 2월 11일 “그가 이번에 당선되면, 이는 탈북민 사회의 기쁨이자 승리가 될 것”이라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소감을 보도했다. ‘“태영호 당선시켜 종북세력의 위선 깨자”… 3만3000명 탈북사회 ‘환호’’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허 위원장 한 명과의 인터뷰를 마치 탈북자 전체의 입장인 양 제목을 달았다.

탈북자 사회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다.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2월 25일 〈유코리아뉴스〉에 게재한 ‘태영호 공사의 출마선언에 대한 단상’ 제목의 글에서 “나 역시 오래전부터 북향민(탈북자)도 준비되고 때가 되면 지역구 출마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에 태영호 공사의 지역구 출마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북향민들은 85% 이상이 북한에서 노동자, 일반인으로 살았다. 누가 이들을 위해 대표성을 가지고 일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북향민 사회는 그런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태 공사가 탈북민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지 문제로 삼았다.

   
▲ <연합뉴스> 화면 갈무리.

박 이사장은 “태영호 공사는 대한민국 지역구 주민들을 대표하기에도, 비례대표로 북향민들을 대표하여 일하기에도 한국에서 지내온 시간이 너무 짧다”면서 “조명철 전 의원이 검증받은 바 있듯이, 북한에서 엘리트였던 이들이 북향민을 대표해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희망을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나 북향민들은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디에나 있는 빈부 격차가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니듯이 태영호 공사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나 한국에 사는 북향민 모두’에게 환영받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탈북자로서 〈동아일보〉 기자로 있는 주성하는 2017년 12월 29일 태영호 공사와 약 3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주 기자는 그때의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사전 질문 협의가 없었지만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을 해 엘리트 외교관 출신이라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터뷰에서 태영호 공사는 “통일되면 뭘 하고 싶나?”라는 주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당연히 평양에 돌아갈 것이다. 건설을 좀 해보고 싶다. 평양은 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서울처럼 보란 듯이 건설하고 싶다. 집을 좀 짓고 싶고, 도로 철도 이런 것도 한국 건설사들과 힘을 합쳐 짓고 싶다.”

공교롭게도 태영호 후보는 이번 강남갑에 출마하면서 재건축 사업 정상화, 종부세 과세기준 합리화, 각종 규제 현실화 등 건축, 개발 관련 공약 카드를 꺼냈다. 철저하게 강남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강남 스타일’인 셈이다.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는 전제에 대해 전적으로 긍정하기도 어렵지만 굳이 부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그의 당선이 또 다른 남남 갈등과 남북 긴장을 유발할지, 아니면 그의 바람대로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는 통일정책과 탈북자 사회의 희망으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태영호 자신에게 달렸다. 그를 향한 비판과 응원이 둘 다 필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원
CCC 간사, 〈국민일보〉 기자,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상임이사로 일했다. 지금은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유코리아뉴스〉 편집장을 맡고 있다. 통일은 장밋빛 환상이 아닌 분단의 아픔과 죄악을 회개하고 고치는 데서부터, 나 자신과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썼고, 《독일 통일, 자유와 화합의 기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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