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호 미디어 솎아보기]
전광훈 목사가 보석 취소로 9월 7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전 목사는 수감 직전 “대한민국이 전체국가로 전락한 것 같다”며 “저는 다시 감옥으로 가지만 반드시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5일 후인 9월 12일 사랑제일교회 박중섭 부목사는 유튜브 〈너알아TV〉에 나와 “지금은 목사님이 비록 옥에 있지만 멀지 않아 나와서 우리가 이제까지 품고 기도해온 예수왕국, 복음통일의 역사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재수감으로 담임목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자 답변한 것이다.
여기서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다. ‘복음통일’이다. 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가 복음통일을 품고 기도해왔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포털에서 ‘전광훈 복음통일’을 검색했다. 무수한 동영상, 뉴스, 블로그 글들이 나온다.
해독 불가능한, 전광훈 목사의 ‘복음통일’
먼저 올 3월 25일 자 〈너알아TV〉 영상이다. ‘전광훈 목사 옥중서신 제36편(복음과 통일)’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진행자는 이번 옥중서신에 대해 “전광훈 목사께서 감옥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서신에서 전 목사는 과거 일제시대부터 6.25, 새마을운동, 민주화운동에도 한국교회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 시대에는 어디에 복음이 붙어야 할까?”라고 묻고 있다. 그게 바로 ‘통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중 86% 이상이 우파다. 여기서 우파란 북한의 3대 세습, 핵무기,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침묵하는 걸 넘어 그것을 옹호한다면 그 사람은 종북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 먼저 우파에 속한 86%를 구원하고 이후 통일이 된 뒤에 나머지 14%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전략적 접근법이다.”
우파와 종북(좌파도 아닌)이라는 이분법도 낯설지만 전체 국민 86%가 우파라는 주장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참 궁금하다. 그 우파를 구원한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지 글로만 봐서는 도무지 해독이 안 된다. 그리고 통일이 된 뒤에 나머지 14%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인데 86%의 우파를 구원하면 자동적으로 통일이 된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전 목사는 계속해서 “이 시대에 한국교회가 애국적 복음운동을 전개한다면 국민들의 입에서 민요가 나올 것이고 한국은 복음의 나라로 변할 것”이라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을 때처럼 국민들 입에서 ‘결국 교회밖에 없구나. 교회가 나라를 살린다’라는 민요가 나오면 결국 대한민국은 복음의 나라가 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교회가 2,000만 서명을 해내면 예수한국 복음통일이 이뤄질 거라 생각된다”고 말하고 있다.
2,000만 서명을 해내면 복음통일이 이뤄질 거라는 데 왜 굳이 ‘2,000만 서명’인지, 사랑제일교회 교인이나 광화문 집회 열성 참가자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말하는 복음통일,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전 목사는 심지어 자신이 정치를 하는 목적이 복음통일에 있다고도 주장한다. 2018년 11월 20일 자 〈HEB〉라는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전날 전 목사는 ‘삼각지 모처’에서 21대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워진 나라다. 이승만 대통령의 목표가 정치가 아닌 대한민국을 기독교 나라로 만드는 것인 것처럼, 내 목표도 정치적인 것이 아닌 오직 복음통일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EB〉는 “보수진영 최전방에서 고군분투 중인 전광훈 목사는 분단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고려연방제도, 자유통일도 아닌 오직 ‘복음통일’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자유통일’이 아닌 ‘복음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 직후 〈기독교한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목사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를 선교국가로 처음 시작했지만, 마지막 하지 못한 것이 통일이었다. 그래서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이루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달려가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 목사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외교 등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고 그 극복은 한국교회에 달려 있다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초대교회로 돌아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을 넘어서 한반도 전체는 ‘예수한국, 복음통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위에서는 ‘우파 구원’ ‘2,000만 서명’을 복음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면 여기서는 ‘초대교회’가 등장한다. 한국교회가 초대교회로 돌아갈 때 복음통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초대교회로 돌아간다고 하는 건 성령의 초자연적인 역사를 말하는데, 그런 초자연적인 통일을 두고 ‘복음통일’이라고 한 것일까.
그에 앞서 20대 총선 하루 전인 2016년 4월 12일 자 〈크리스천투데이〉 보도를 보면 당시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10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진입시켜 여야 기독 의원들을 연합시켜 동성애와 이슬람을 막고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바로 세운다면, 다시 한 번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1970년대처럼 1년에 1백만 명씩 부흥되어 예수한국·복음통일을 이루고 세계 선교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음으로 인한 부흥처럼 복음통일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 목사가 주장하는 ‘복음통일’은 구체적인 목표나 그림, 전략이나 과정이 없는 그저 선포이자 주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만큼은 거세다. 문 대통령을 향해 차마 표현하기도 거북한 거친 막말도 내뱉는다. 마치 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 내지 반대 논리처럼 복음통일을 내세우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공격의 팩트 오류
대표적인 게 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사회주의 정책이고 ‘낮은 단계 연방제’라는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하고, 전 목사 자신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 〈너알아TV〉를 통해 전 목사가 발표한 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또 간첩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하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해체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광화문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전 목사는 8월 15일 광복절 집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통해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북한에 바치려고 한다”고 했고, 올 1월 30일 한기총 대표회장에 재선된 직후엔 “반드시 주사파를 척결하고 반(反)기독교 문화를 다 바꿔 예수왕국 복음통일을 만들어달라는 뜻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9월 2일 퇴원 때는 자신의 순교 각오를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은 1948년 건국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1국가 2체제를 통해 북한으로 가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낮은 단계 연방제’ ‘1국가 2체제’ ‘북한에 넘긴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1국가 2체제의 고려연방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이 고려연방제 때문에 남북회담은 번번이 막히곤 했었다. 하지만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고려연방제가 아닌 ‘낮은 단계 연방제’를 공식 통일 방안으로 채택했다. 포털의 백과사전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00년 6월 15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4개월 후인 10월 6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주년 기념식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연설 보고를 통해서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해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 개 정부가 정치·군사·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갖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굳이 북한 당국자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많은 국내 전문가들이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를 2국가 체제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연합제 안인 2국가 2제도와 닮은 것이다. 팩트와 동떨어진 전 목사의 주장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과거 ‘빤스’ 발언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적 있던 전광훈 목사가 이렇게까지 극우, 극단의 상징이 된 것은 한국교회에게는 불행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교회 기능도 어려운 마당에 ‘전광훈 발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교회는 깊숙한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한국교회 원로들이 나서서 전광훈을 목사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했을까. 하지만 ‘전광훈 현상’은 전광훈이라는 한 튀는 인물의 돌출 행동으로 보고 꼬리를 자르기엔 너무나 많은 목회자, 교계 언론이 그를 지지하고 함께했었다. 특히 언론은 기사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나 집회를 광고 형태로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8월 15일 광복절 집회가 논란이 되자 〈국민일보〉는 더 이상 전광훈 목사 광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논조도 바뀌는 분위기다. 적어도 전 목사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확 달라진 〈국민일보〉
전광훈 목사는 광복절 집회 참여로 거센 비판이 일자 8월 20일 자 주요 일간지에 ‘대국민 입장문’을 지면 광고 형태로 게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는 다음날 사설에서 정부 방침에 잘 따르는 일반 교회를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며 선동까지 했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행태를 비판했다.
8월 26일 자 사설에서도 ‘보건소에서 양성을 받아도 병원에서 재검사하면 음성으로 판정받는다. 정부가 조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코로나 계엄령이다. 지금 검사받으면 다 뒤집어쓴다’ 등의 가짜뉴스 사례를 언급하며 “내용 자체가 너무나 황당하고 음모론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종교적 양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하는 게 순리”라고 전 목사를 겨냥했다.
9월 3일 자 ‘방역 사기극이라는 전광훈의 궤변’ 제목의 사설은 전 목사가 하루 전 퇴원하자마자 가진 기자회견에서 “(방역 당국이)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 뒤집어씌워 사기극을 펼치려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헛웃음이 나오는 궤변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코로나 확진으로 일시 중단된 전씨에 대한 보석 취소 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라며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 목사에 대한 호칭도 ‘전 씨’로 바뀌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종교국장의 기명 칼럼이다. 정진영 종교국장은 8월 27일 자 ‘전광훈 목사를 키운 한국교회’ 제목의 칼럼에서 “전광훈 목사를 키운 건 시어에 빗대자면 팔 할은 한국교회”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 국장은 “‘빤스목사’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가 오늘날 ‘정치목사’로 논란의 한가운데 서기까지 한국교회의 기라성 같은 목회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가을 총회를 앞둔 주요 교단들이 전 목사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전 목사가 강조하는 ‘복음통일’은 과정이나 논리가 없는 그저 주장일 뿐이다. 그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 역시 팩트, 논리가 없거나 오류투성이다. 누군가가 명명한 ‘전광훈 현상’은 어쩌면 허상일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교계에서 그를 너무 띄워줬다. 또 언론은 전 목사를 대변하거나 심지어 비판하면서 띄워도 너무 띄워줬다. (전광훈을 다루고 있는 이 원고 역시 거기에 기여하고 있다.)
광화문 발 코로나19로 전광훈의 실체가 드러난 지금, 한국교회는 전 목사와 관계 끊기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관계 끊기는 그저 전광훈을 비판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광훈은 반공이라는 말에 늘 휘둘리는 한국교회의 큰 흐름에서 나온 ‘괴물’이기 때문이다.
김성원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뉴미디어학(석사)을 공부했다. CCC 간사, 〈국민일보〉 기자,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상임이사로 일했다. 지금은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유코리아뉴스〉 편집장을 맡고 있다. 통일은 장밋빛 환상이 아닌 분단의 아픔과 죄악을 회개하고 고치는 데서부터, 나 자신과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썼고, 《독일 통일, 자유와 화합의 기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