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호 2030 독자 탐방] 대학원에서 신약학을 공부하는 최찬욱 독자

ⓒ복음과상황 정민호
ⓒ복음과상황 정민호

‘텍스트’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사람과 만나면 즐겁다. 진중한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복음과상황〉을 후원하는 대표적 교회 중 한 곳인 ‘함께하는교회 예수마을’ 청소년마당 전도사를 맡고 있는 최찬욱 독자와의 만남이 그랬다. 11월 첫날 이대역 근처 자택에서 만난 그는 한때 1990~2000년대 복상 과월호들을 소장하기도 했다. 최찬욱 독자는 이사로 공간이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처분하게 되었다며 민망해했다. 그는 학부 때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석사(M.Div.)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신약학(Th.M.)을 공부하는 중이다. 금요일과 주일에 하는 파트타임 사역 외에는 전공 공부에 시간을 쏟고 있다.

- 교단 신학교에서 공부를 더 이어갈 수도 있을 텐데, 연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셨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었어요(그의 아내는 동 대학 간호대학원을 다니고 있다).(웃음) 학습 환경의 영향도 있는데, 연세대 대학원이 훨씬 적은 인원을 뽑아요. 장신대의 경우 한 수업에 학생이 20명 넘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연세대는 10명을 넘지 않죠.

학문성을 비교했을 때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제가 전공하는 성서학은 엄밀한 방법론에 기반하는 분야라서 다른 분과보다 이데올로기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거든요. 다만, 학생들 구성을 봤을 때 연세대가 다양성 차원에서 더 자유로운 편이기는 합니다.

- 학위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공부할 때 중요한 동기는 일단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성서학 분야는 하면 할수록 재밌더라고요. 대학 때 IVF 활동을 할 때부터 ‘내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성경 공부를 좋아하는구나’ ‘텍스트의 의미를 물으면서 계속 파고드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느꼈어요. ‘귀납적 성경 연구’(PBS)도 계속 파고들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독서 모임에도 참여했죠. 학위를 지속하는 것은 학문을 깊이 파고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학문 공동체’에 속해 있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에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함께 떠들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최찬욱 독자가 사역하는 서울 봉천동에 있는 ‘함께하는교회 예수마을’은 복상 발행인을 맡기도 한 캠퍼스 운동 대부 이승장 목사가 설립한 교회다. 이승장 목사 은퇴 이후 장승익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br>
최찬욱 독자가 사역하는 서울 봉천동에 있는 ‘함께하는교회 예수마을’은 복상 발행인을 맡기도 한 캠퍼스 운동 대부 이승장 목사가 설립한 교회다. 이승장 목사 은퇴 이후 장승익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교회 사역과 공부를 병행하는 데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사역한 지 3년 조금 안 되었는데요. 동기 전도사들 말을 들어보면, 제가 배려를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보통은 공부하면서 사역을 병행하려 하면, 조금 더 사역에 집중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준전임 혹은 전임으로 사역하면서 공부하는 분들은 자기만의 하루가 없어요. 제가 몸담은 교회 교인분들과 목회자분들은 공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해주세요. 사역을 위한 투자로 보시는 거죠. 이 부분이 제일 감사해요.

- 청소년마당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코로나 이전에 1년 넘게 아이들과 관계를 쌓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었죠. 코로나 이후 계속 줌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예배했고요.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질 때마다 대면을 시도했는데, 번번이 좌절했죠. 1박 2일 MT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코로나가 확산되어 전날 취소하기도 했어요.

- 답답했겠어요. 비대면 상황에서 색다르게 시도해본 일이 있나요?

‘게더타운’(화상회의에 메타버스 개념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CCC(한국대학생선교회)가 수련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사용법을 익혀서 여름에 수련회를 진행했어요. 캐릭터와 맵도 만들고, 방 탈출 게임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항상 수련회에 가면 마피아 게임 같은 것을 하잖아요? 그것도 구현할 수 있어요.

비대면의 가장 큰 문제는 참가자들끼리 소통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설교를 듣거나 수업을 받을 때는 편하고 좋을 수 있지만요. 아이들 같은 경우 자기 화면을 켜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거나 대부분 피해요. 서로 이야기 나눌 상황을 만들었으면 했는데, 게더타운으로 할 수 있었죠.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 커버스토리 주제가 ‘텍스트와 세계’예요. 최찬욱 독자가 맡은 사역도 ‘텍스트와 세계를 잇는 일’이잖아요? 성서 텍스트를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설교라는 포맷 자체가 사람들에게 텍스트를 와닿게 하기에 어려움이 크구나’ 하고 느꼈어요. 듣는 사람이 정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밌게 이목을 끄는 이야기를 하면서 성경 내용에 충실한 설교를 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좌절하기도 했고, 다른 방법을 조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 비대면이다 보니 예상되는 광경이 있거든요. 아이들이 찬양할 때까지만 해도 잘 듣고 있다가 설교만 시작하면 다른 창을 키는 거죠. 예화를 많이 들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는 일도 좋은데, 성경 내용을 담지 않으면 설교로서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설교하기 전에 먼저 본문을 해석하도록 했죠.

- 어떤 식으로요?

보통 예배와 성경 공부 순서를 따로 두잖아요. 성경 공부도 설교나 본문 관련해서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고요. 이것을 거꾸로 해서 텍스트를 먼저 보게 했죠. 본문을 먼저 띄운 후에 여러 번 읽고 질문하게 했어요. 성서학에서 쓰는 세 가지 질문법인데요. ‘본문이 어떤 상황인지’ ‘강조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묻게 하죠. 한 사람당 두 개씩 질문 낼 때까지 기다려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하거든요.

질문을 모은 후 물어보죠. ‘이 질문을 왜 했는지’ ‘왜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러다 보면 각자의 해석을 통해 아이들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또, 설교를 듣기 전에 본문 자체를 많이 읽게 돼서 좋아요. 기존 방식대로면 누군가의 성경 봉독으로 끝이잖아요. 아이들이 8명 정도인데, 이 시간으로 거의 30분을 할애하고요. 설교는 최대한 짧게 해요. “너희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나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봤어” 하며 나누죠.

ⓒ복음과상황 정민호
ⓒ복음과상황 정민호

- 진행하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 같은 게 있나요?

아이들이 던지는 물음들을 의미 있는 질문으로 바꿔주는 게 중요해요. 개개인이 어떻게 해석하든 공동체 안에서 일단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중구난방으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데, 아무리 이상해 보이는 해석도 그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어요. “진짜 독특한 해석이다. 의미가 있다. 딱 너를 보여 주는 해석이다”라는 말을 통해 경험과 과정이 쌓이는 일이 성경 공부에서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공부하는 성서학은 정답을 찾기보다 왜 정답일 수 있는지 근거를 배워나가는 과정이에요. 인문학이 다 그렇겠지만, 과학적 정답을 찾기보다 정답의 근사치를 찾으면서도 고유한 주장을 하는 일이 핵심이잖아요? 아이들이 내놓은 해석을 순발력 있게 받아내면서 나름대로 근거를 이야기해주는 게 쉽지만은 않죠. 그러니까 저 자신도 본문을 계속 들여다볼 수밖에요.

물론, 비대면 예배 때 카메라 뒤에 있는 아이와 이야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어떻게 살았는지 나누고 기도 제목을 공유할 때 대답이 두 문장을 넘어가지 않거든요. 말씀을 매개로 내놓은 질문과 해석을 보면, 아이들이 신앙과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보이죠. 질문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지만요.

- 독특해 보이는 해석도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텍스트와 해석 사이에는 긴장이 흐르잖아요? 성경 텍스트를 볼 때 ‘본래 의미가 무엇인가’에 집중하기도 하니까요.

요즘 진영 윤리를 많이 내세우잖아요. 내 편이면 옳은 것이고, 아니면 틀린 것이고. 성서학에서 엄밀한 학문성을 추구하다 보면, 특정 성향이나 이데올로기를 따라가는 해석을 비판하게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누가 저에게 ‘성서학이 뭐냐’고 물어보면, ‘찰떡같이 쓴 부분을 개떡같이 알아듣는 것이다’라고 답하기도 해요. 우리가 본래 의미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근사치로 갈 수 있을 뿐이죠. 그렇기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적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해석할 때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결론은 열려있다는 말이에요.

사실 완벽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교회에는 희망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알 수 있다면, 또 얼마나 그 의미로 폭력을 휘두를까 싶어서. 신앙적으로 보면, ‘하나님이 이런 해석을 조금 틀리게 한다고 나를 미워하실까?’ 싶거든요. 중요한 것은 성경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말하는 일이 아닐까요. 틀릴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성경을 통해 하나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받았다고 봐요. 교회에 있어서 텍스트는, 다른 존재들에게 자신을 표출하는 ‘관계의 매개체’여야 하지 않을까요.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 전공과 관련해서 요즘 읽고 계시는 ‘텍스트’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 예전보다 줄었어요. 주로 발췌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성경을 많이 읽어야 해서요. 성서학은 성경을 읽어야 의미가 있는 과정이라서 헬라어 원전을 읽는 데 시간을 제일 많이 할애하죠. 원전 읽기에 필요한 문법책이나 헬라어 사전을 많이 참고해요. 이번 학기에는 로마서 중심으로 수업을 듣고 있어서, 원전을 읽고 제 관점으로 해석해본 다음에 로마서 주석들을 보죠.

-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성서학 서적은 없나요?

성서학 분야는 감은사에서 내는 책들이 좋은 것 같아요. 니제이 굽타의 《신약학 강의 노트》를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신약 개론은 많지만, 신약학 개론서는 드물거든요. 번역된 책도 몇 권 없죠. 그리고 존 바클레이가 쓴 박사 논문인 《진리에 대한 복종》도 좋아요. 학위논문으로서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책이에요.

- 복상은 언제 구독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읽어왔는지 궁금합니다.

언제 구독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제대로 읽은 것은 학부 때 IVF를 하면서였어요. 사회부 모임을 할 때 기독교인의 사회참여와 관련해서 복상 말고는 참고할 아티클이 많지 않았거든요. 관심 있는 주제에 맞는 복상 글을 함께 읽으며 토론했어요. 설교를 준비할 때도 복상을 많이 참조해왔죠.

제일 열심히 읽었던 시기는 군대에 있을 때예요. 핸드폰을 쓸 수 없어서 사회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어요. 그런 갈증 때문에 계속 복상을 받아 봤어요. 교회나 사회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관점을 생각할 수 있었죠. 한 호흡에 다 읽지 않고 짧게 짧게 볼 수 있으니까 좋았어요. 제 생각이 한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도록 지적 자극을 받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 예전에는 오래된 복상 과월호들도 갖고 계셨는데요. 수집하셨던 이유가 있나요?

하나하나 모은 것은 아니고요. 예전 교회에 계셨던 목회자분이 갖고 계시다가 처분하는데, 제가 덥석 받았죠. 얼마 전 이사하면서 과월호들을 처분하게 돼서 민망하네요. 1993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그리고 2014년도 이후 잡지들은 다 갖고 있었죠. 나란히 꽂혀있는 그림이 좋았는데…(웃음) 이전 집보다 여유 공간이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큰 책장 하나 분량의 책을 처분했어요.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었는데요. 옛날 과월호에서 성소수자를 다룬 부분이, 지금 한국교회의 보편적 주장보다 훨씬 열려 있더라고요. 아주 구체적이지 않아도, ‘확실히 다양한 주제에 관한 담론을 발전시켜 왔구나’ 싶었죠.

- 복상에 실린 글이나 복상이 다룬 주제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글이요. 성서에 기초해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주장하면서 통일 담론을 계속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이 시대 어른으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평화’는 거시적일 수 있지만, 중요한 주제잖아요. 이처럼 기독교 핵심 가치와 맞닿아있는 주제를 다루는 글을 좋아해요.

제가 있는 사역지에서 제주도로 수련회를 간 적이 있어요. 제주 4·3 사건을 다루려 했거든요. 그때 복상 커버스토리를 읽었죠. 그렇게 신앙인으로서 특정 사건을 살필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잡지가 복상이에요.

- 복상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요.

계속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들이에요. 통일·생태 등 굵직한 주제들 말이에요. 언론들이 모두 빠르게 전달하는 데 치중돼 있잖아요. 한 주제를 깊이,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물이 복상에 많이 담기는데요. 신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세월이 지나도 의미 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매체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과월호를 읽으면서 느꼈던 지점이기도 해요. 그런 작업을 계속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진행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