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상한 일이다. 요즘 지인이 “재밌는 얘기 좀 해봐” 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재밌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재밌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자연스럽지 않은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기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 그러다 억지로 얘기를 짜내게 되면, 그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시답잖은 이야기만 반복하기 일쑤다.
인터넷에 예화랍시고 모아놓은 글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교회에서 쓰이는 예화는 주로 설교를 조금 더 쉽게 이해시키고자 사용되는데, 간혹 출처가 불분명하고 일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덧보탠 예화들이 가짜뉴스처럼 강단에서 유통되곤 한다. 언젠가부터 예화를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하게 짜깁기한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한 예화집이 인터넷 서점의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단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동안의 예화집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저자는 광주에 있는 300명 성도가 함께하는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그는 2019년부터 성서유니온 〈묵상과 설교〉에서 ‘주간 예화’를 연재했다. 이 책은 그동안 연재해온 글 중에 100개 문장과 예화를 뽑은 것이다. 펼쳐봤더니 출처(인용한 책)들이 흥미로웠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속 세이렌의 유혹 이야기,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을 통해 살펴본 예수님 좌우에 달린 강도들 이야기(눅 23장) 등이다. 국내외 작가들 소설을 포함해 과학·사회·예술·문화를 넘나드는 책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관련 성경 구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 등이 따라온다). 이는 복음, 말씀, 예배, 세계관, 정체성, 역설, 소망이라는 7개 주제로 이어지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균형을 잃고 넘어졌을 때 찾게 될 통찰들이다.
저자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신앙의 위기를 맞았고,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질문에 끈질기게 머문 결과가 이 책이다. 이런 저자의 의도와 진정성이 위태로운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전해져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힘든 시기를 보냈던 수많은 중소형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결국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은 특정 목적을 위해 짜깁기된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자기 이야기’ 아닐까.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