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나의 순정만화 순례]
그럼에도 ‘문학(비평)’을 내게 의미 있는 지적·문화적·정치적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던지고 벼려온 질문과 관점, 인식의 기준들에 대해 서술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내 ‘문학적 취향’이 만들어져온 과정의 기록이다.
― 오혜진,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오월의봄, 2019), 11-12쪽.
너덜너덜한 마음으로 퇴근해 집에 돌아와 저녁도 거르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있고만 싶을 때. 오래 머물던 자리에서 등 떠밀리듯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던 순간, 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잉여 시간을 처리해야 했을 때. 내가 느끼는 현실감각이 오로지 나만의 것인 양 고독하고 비참했을 때. 나는 유독 예민하고 유난하게 감정을 포착하는 사람일까 억울했을 때.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는 걸까 궁금했을 때. 단편소설을 펼쳐 읽었다. 짧은 이야기를 찾아 읽으며 오늘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오랜 습관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그럼에도 ‘문학(비평)’을 내게 의미 있는 지적·문화적·정치적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던지고 벼려온 질문과 관점, 인식의 기준들에 대해 서술한다. 말하자면, 이것은 내 ‘문학적 취향’이 만들어져온 과정의 기록이다.
― 오혜진,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오월의봄, 2019), 11-1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