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호 연중기획]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살펴본 기독교와 경제 문제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거짓말
성서를 구석구석 다 뒤져도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말은 없다. 성서에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은 있어도, 부자가 천국 간다는 말은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거짓말이 버젓이 설교되고 있다. 성서를 속이는 사람들이 교회와 성당 안에서 악마처럼 날뛰는 사악한 시대다. 불의한 세상에서 악마의 세력에게 효과적으로 끈질기게 저항하려면, 신뢰하고 연대하는 믿음의 동지가 꼭 필요하다. 독자들께도 그런 동지가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박득훈 목사님이 내게 그런 분이다. 예수 찾아 걷는 길에서 우리는 만났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같은 주제로 고뇌하는 신앙의 동지를 만나는 것은 인생 최고의 행복 아닐까. 나는 행복하다.

지난 5월호 연재글에서 박득훈 목사님은 종교와 경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오늘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찾아보려 했다. 한국교회는 경제영역에서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 왔고, 어떤 점에서 개혁되어야 하는지 밝히려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가 일제 지배, 분단,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치명적 트라우마를 입은 역사를 박 목사님은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이런 논쟁적인 주제를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역사적 사정을 드러낸 다음 그는 이론적 논의를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나쁜 방향으로 무신론적이며, 자본주의 정신이 개신교 윤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착각을 먼저 폭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평등경제를 지향해야 할 신학적 신앙적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글 말미에서 박 목사님은 “한국교회여, 평등경제를 함께 꿈꾸며 힘차게 나아가자”고 외친다.

마땅하고도 옳은 말씀이다. 그의 글을 읽고 사색하는 동안 브라질 해방신학자 프레이 베투(Frei Betto) 신부의 말이 떠올랐다. ‘교회는 교회의 재산 소유를 인정한 자본주의에 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베투 신부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나눈 대담을 엮은 책 《카스트로, 종교를 말하다》(살림터)에서 한 말이다.

가톨릭을 내용적으로 잘 알고 싶은 개신교 성도에게 3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20세기 중반 이후 가톨릭의 방향을 알려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읽는 것이 적절하다. 개신교와 대화, 시대와 학문과 교류 등 가톨릭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가톨릭의 방향은 권고 《복음의 기쁨》(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교황은 이 책 1항에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한국가톨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방한 연설에서 자세히 조언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라고 충고한 당시 연설과 그에 대한 신학적 해설이 담긴 방한 기록집 《교황과 98시간》(메디치미디어)을 추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떻게 선출되었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가톨릭의 위기와 출구는 무엇인지 좀더 알고 싶으면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를 보셔도 좋다. 가톨릭에 대해 공정하고 정직하게 쓴 책 중 하나다.

가톨릭과 정치 경제의 관계를 다룬 분야를 가톨릭에서는 ‘사회교리’라고 부른다.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교리를 대체하거나 경쟁한다는 뜻에서 붙인 단어가 아니다. 사회교리는 성서와 교리를 보충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론, 구원론, 삼위일체, 기독론, 성령론 등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천되어야 하는지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가르침인 것이다. 사회교리가 절대 불변의 진리라는 뜻은 아니다. 사회교리에는 당연히 교황 무류권이 담겨 있지 않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과 교황들이 발표한 문헌에 담겨 있는 사회교리는 사실상 19세기까지는 가톨릭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후 2014년 처음 발표한 문헌인 권고 《복음의 기쁨》과,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경제에 대한 가톨릭의 가르침이 잘 나와 있다. ‘권고’와 ‘회칙’이라는 명칭은 교황이 펴낸 문헌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구분하는 전문 용어다. 회칙이 권고보다 중요성이 조금 더 높은 단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문헌을 중심으로 가톨릭과 경제에 대한 21세기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존경하는 개신교 성도들에게 간단히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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