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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에 맞선 두 청소년 사역자의 1년
[349호 사람과 상황] 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돕는 김디모데·정혜민 목사
[349호] 2019년 11월 20일 (수) 11:18:41 김디모데·정혜민 poemgene@goscon.co.kr

 

   
▲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와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복음과상황 정민호

그루밍 성폭력’이라 불리는 사건들의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9월에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월에는 신도들을 성폭행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씨가 각각 징역 3년 6개월, 16년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위계·위력 관계에 의한 성폭력의 유죄 판결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투 운동은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고, 어렵지만 작은 성과들도 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아동·청소년 선수 선발·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사자들을 성범죄 신고의무 대상자에 포함하는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체육단체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해당 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 

1년 전, 본지는 ‘#처치투 #위드유’라는 제목으로 교회 성폭력 실태를 다뤘다(336호·2018년 11월호). 교회 내 비정상적 권력 관계와 성차별 구조, 왜곡된 성 문화가 개선되기 전에는 교회 성폭력의 예방과 해결은 결코 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보이게 보이지 않게 성폭력 목사를 비호하는 주요 교단의 모습을 보면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갈 길이 멀고 걸음은 더딘 한국교회 현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교인들에게 수년간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폭로된 지 1년이 지났다. 공중파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면서 널리 화제가 되었지만, 관심은 일시적이었다. 초기부터 피해자들을 도우며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와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를 만났다. 여전히 이 일에 관여하고 있는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우리는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는 대답을 기대하며 질문을 던졌다.   

― 내일(11.9)이면 기자회견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짧게 정리한다면?
혜민 : 2017년 9월에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수업을 듣던 제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 친구를 도우면서 가해자 목사도 만나고, 가해자 목사의 아버지인 그 교회 담임목사도 만났다. 알고 보니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교회와 노회 차원에서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접근을 했다. 2017년 11월 30일에 각서를 썼다. 각서 내용은 가해자 목사가 바로 목사직을 내려놓을 것, 우리가 지정한 치료 기관에서 성 치료를 받을 것, 그리고 찬양 앨범 준비와 청소년 설교를 그만둘 것,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말 것, 석사과정을 그만둘 것 등 5가지였다. 다른 피해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그때만 해도 법적으로 다툴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각서대로 이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문제를 제기하자 여러 외압과 회유가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 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피해자도 20여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됐다. 더군다나 가해자의 아버지 목사가 예장 합동 교단의 유력 인사라서 교단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언론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그때 옆에 있는 김디모데 목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 어떤 회유와 압박이 있었나? 
혜민 : 나는 가해자 목사와는 다른 예장 통합 교단 소속인데도 노회를 통해 압박이 들어왔다. 노회 목사가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가해자의 아버지가 합동 교단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목사다. 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인데 당신 아들이 대표로 있는 브리지임팩트가 이단 규정이라도 받으면 어떡하느냐’는 말도 했다. 결국 ‘며느리가 진행하는 일들을 멈추게 하라’는 압박이 목적이었다. 이런 내용을 시어머니께서 녹음을 했고 일반 언론사에서 방송이 됐다. 가해 목사의 성 치료를 맡았던 기관의 원장이 돌변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상담학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었고 목사 출신이라고 해서 맡긴 거였는데, 오히려 가해 목사는 문제가 없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처음에 사건 설명을 듣고는 ‘이건 중범죄다, 10회(보통은 5회)는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어느 기자가 추궁했더니 자기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했다더라. 이런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던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받기도 했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가해자 쪽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제자까지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김 목사님을 만나 도움을 청했다. 

   
▲ 교회, 노회, 총회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협박과 비난이 돌아오니 사회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다. 이미 지난한 과정을 밟아서 피해 아이들도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그 부모님들이 속상해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기자회견이 있기까지 1년여의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혜민 : 개인적으로는 기자회견 전에 목사직 자체에 대한 갈등도 들고, 우울증처럼 불면증도 왔었다. 교계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 내가 목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등 내적 갈등의 시간이 있었다.
디모데 : 옆에서 봤을 때, 정 목사님은 순서대로 일을 진행했다. 교회, 노회, 총회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협박과 비난이 돌아오니 사회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다. 이미 지난한 과정을 밟아서 피해 아이들도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그 부모님들이 속상해했다. 도와주는 분들이나 단체가 있었지만 ‘법적으로 싸워봐야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라는 자문을 받아서 더 힘들어하셨다. 부모님 중 한 분은 공중파 방송에 자신들의 사연을 써서 보낼 정도로 간절했다. 결국 언론에 알리고 싶어 하셨고, 그들을 도와 기자회견까지 하게 됐다. 

― 기자회견 보도를 보고 두 분을 처음 알게 됐다. 알려진 소속이나 신상 정보에 따르면, 이런 일에 관여할 사람들 같지 않아서 의아했었다. 늦었지만,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혜민 : 지금은 청소년 전문사역단체인 브리지임팩트에서 성교육상담 센터장을 맡고 있다. 교회와 학교에서 사역을 하다가 성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제자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관련 상담을 하고, 그와 관련한 강의도 해왔다.  
디모데 : 순복음 ‘기하성’ 교단(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에서 신학을 배웠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순복음행복한우리교회 협동목사로 사역하면서 예하운선교회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연대해 왔다. 

   
▲ 가해자들은 이미 법적으로 자신들이 중형을 받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아이들을 건드리는 거다. 가해자에게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법대로 하자”다. 그러니 법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예방이자 해결책이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 
디모데 : 정혜민 목사님이 상담하면서 임신하거나 성폭행당한 청소년들 많이 만나셨는데, 나도 7년째 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 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을 상담해왔다. 그러다 종종 성범죄 관련 피해 아이들 상담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상담한 청소년의 가해자가 겹치는 일이 있어서 만나게 됐다. 가해자는 청소년 집회의 20대 찬양 사역자였다. 당시 여러 책임 사역자가 가해자를 불러서 어떻게 징계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미성년하고 잠자리를 가졌고, 확인된 피해자가 있는데 사역자라는 사람들이 알면서도 단속을 안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역자들 중에는 ‘이제는 피해자가 성인이 되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는 가해자의 변명에 수긍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분노했던 사람이 나와 정 목사님이었다. 우리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까, 어떤 사역자는 “두 사람은 목사님이라서 도덕적 기준이 높은 것 같다”고 말하더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됐다. 결국 2 대 6 정도로 그냥 이 문제를 묻어두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참 웃기는 동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때 정 목사님이 청소년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내 시각이 같은 것을 확인했고, 그 뒤로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봤는지?
디모데 : 기자회견 5개월 전인 지난해 5월부터 합류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알았다. 너무나 참혹했다. 울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서 예수님이 함께 울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피해자들을 돕다 보면 힘든 상황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태복음 25장 30절의 말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를 떠올린다. 내가 피하면 그것은 곧 예수를 외면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복음과상황 정민호

― 그러다 결국 고소까지 당했다. 
디모데 : 기자회견이 끝나고 12월에는 피해자들을 대리해서 가해 목사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과 ‘탁틴내일’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가해 목사의 아버지 목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이었다. 뻔한 것 아닌가? 형사고소해서 유죄 나오면 민사재판으로 가져가서 돈 뜯어내고 괴롭히려는 거다. 요즘은 형사고소장이 이메일로 오더라. 카페에서 그 고소장을 읽고 있었는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짜증나면서도 그 상황이 웃겨서 만감이 교차했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인간들이 이렇게 거지같이 만들어놨는데, 힘겹지만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울먹)
혜민 : 김 목사님 고소 건은 일단 ‘혐의 없다’고 결론이 났다. 지난 4월부터 일부 교인들이 담임목사(가해 목사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물으며 분리 예배를 드렸는데, 교회에서 이들에게 제명(출교) 통보를 했다. 목사 측은 이들이 예배를 방해한다며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교인들의 비판이나 표현은 폭넓게 인정될 필요성이 있다”며 공동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목사 측은 항소를 하고 다시 재판을 준비 중이다. 교인들도 목사를 배임 횡령죄로 고소한 상태다. 들은 바로는, 교회 재산 수억 원이 증발했다고 한다. 

― 계속 다툼이 진행 중이다. 본업(?)에 충실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인데 이렇게 집요한 싸움을 겪으면서 후회한 적은 없나?
혜민 : 법정으로 가면 2년은 기본으로 넘긴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후회한 적은 없다. 피해자들이 쉬운 결정을 한 게 아니었던 만큼, 같이 고민하고 합의하고 조율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후회한 적 없다. 또 우리가 다 하는 것도 아니고 몇몇 동역자들이 마음을 모아 진행한다. 

   
▲ 피해자들이 쉬운 결정을 한 게 아니었던 만큼, 같이 고민하고 합의하고 조율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후회한 적 없다. 또 우리가 다 하는 것도 아니고 몇몇 동역자들이 마음을 모아 진행한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일 텐데 어떤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나? 
디모데 : ‘탁틴내일’,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에서 피해 여성들을 위한 정신 상담과 법적 대응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다. 탁틴내일은 오래전부터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해 애써 온 곳이고, 피해 여성들을 위한 그루밍 성범죄의 법적 자문도 해주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의 변호를 직접 맡아주셨다. ‘바른미디어’ 조믿음 목사도 법적 대응 자문을 해주신다. 
혜민 : 이 사건을 언론에 지속적으로 알리면서도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언론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신 분이 CBS 변상욱 전 대기자님이다. 정말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디모데 : 덧붙여 그루밍 성범죄 사건을 자세하게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의 ‘카이로스’라는 코너였다. 사건 초기부터 평화나무 권지연 센터장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지금도 모든 진행 상황에 조력하고 있다. 

― 초반에 〈뉴스앤조이〉를 제외하고는 교계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혜민 :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엔 교계 기자님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우리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순수성을 의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해자 아버지 목사는 교단 신문인 〈기독신문〉의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워낙 ‘거물급’ 인사가 엮인 일이라 기자님들이 부담스러웠을 것도 같다. 교계 언론 실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자기는 다루고 싶은데 윗선에서 자꾸 잘린다고.

― 오히려 일반 언론에서 많이 다뤄졌다. 기사의 양도 많고, 포털에 검색만 해도 가해자 실명이 뜨더라.  
혜민 : 지금도 감사한 부분이다. 일반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독교인들이 큰 힘이 됐다. 한번은 YTN 뉴스에 출연했다가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죄송한 마음에 촬영 끝나고 사과를 드리는데, 사회부 과장님을 비롯해 팀원들이 다 울고 계셨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서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겠다고 약속하셨다. 그 외 일반 언론사 피디님들이나 기자들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다. 다른 그루밍 사건이 터지면, 우리 사건도 함께 갈무리해주신다. 알고 보면 그분들 중 기독교인이 많다. 

   
▲ 인터뷰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브리지임팩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사회운동 하던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방송에 나와서 성폭력 피해자를 대변하고 법안 개정을 주장하는 모습이 지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다.
혜민 : ‘방송 타더니 변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극적인 소재로 다뤄지는 게 싫어서 모든 방송에 다 출연한 건 아니었다. 가십거리로 다룰 것 같은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다. 사실 잃을 게 더 많았다. 그래서 이전보다 상담 횟수도 더 늘렸다. 피해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면, 내가 바쁘게 다니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누군가는 세상에 알려야 문제가 해결되니까. 사실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 때문에, 회의감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서든 내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일이라 생각하며 버텼다. 부족한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하나님의 정의란 무엇일까 묵상하면서 버텼다. 한편으로는 편한 것도 있다. 얼굴이 알려져서인지 피해 상담 후에 사실 확인을 하려고 가해자들에게 연락하면 일단 무서워한다. 사실은 편한 게 아니라 서글픈 거다.    
 
― 기자회견을 비롯해 지금 피해자들을 돕는 활동의 최종 목표는 ‘법안 개정에 있다’고 했다.
디모데 :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선도하고 성범죄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는데, 만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만 특례법에 의해 중한 처벌을 받는다. 이 연령 기준을 19세 미만으로까지 확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물론, 성적 자기결정권의 확장을 주장하는 입장과는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 주장도 존중은 하지만, 청소년 사역자 입장에서 본다면 법에 따른 피해가 너무 막대하다. 하루아침에 법을 바꿀 수 없다. 시민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더 공론화되어야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 나가지 않으면 이슈가 안 되니까, 정 목사님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거다. 물론 처벌을 강화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가해자 10명 중 3명이라도 경각심을 갖는다면, 앞으로 피해를 당할 청소년들, 잠재적 피해자들을 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 ‘법에 따른 피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디모데 : 아이들이 우리와 상담을 하는 때는 이미 사건이 터진 후다. 일이 벌어진 뒤에는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반면에 가해자들은 이미 법적으로 자신들이 중형을 받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아이들을 건드리는 거다. 가해자에게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법대로 하자”다. 그러니 법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예방이자 해결책이다. 가해자들은 법적으로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피해 아이들은 평생을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심지어 정 목사님과 상담했던 친구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도 있었다. 어린 친구들인데 인생을 그렇게 짓밟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가해자의 대다수인 목사들은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혜민 :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생방송을 앞두고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분의 딸도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자살 시도하는 것을 아버지가 목격했고, 두 사람 모두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가해자도 목사였고, 가해자의 아버지도 목사였는데 참 기구한 것이 아버지들끼리 신대원 동기로 죽마고우였다는 것이다. 피해자 아버지가 문제를 삼으니 가해자 아버지 대답이 “법대로 하라”는 거였다. 그루밍 성폭력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아본 거다. 어쩔 수없이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했다. 마음 고생을 하다가 우리가 한 기자회견을 보고 전화를 주신 거다. 그분도 고소를 준비하면서 변호사에게 ‘가해자를 처벌할 만한 법안이 없다’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기자회견을 했던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시위나 집회가 있으면 자신도 나가서 발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셨다. 전국에서 이런 비슷한 연락을 많이 받았다. 대다수 목회자에게 피해를 입은 것인데, 법안 개정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예술계, 체육계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지난해 열린 인천 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화면 갈무리)

― 이 사건을 통해 교단의 민낯을 본 터라, 법적인 장치가 더 절실하게 느껴졌겠다. 
혜민 : 교단은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총체적인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초기에 가해자 측에 회유되었던 피해자에게 들었다. 아버지 목사가 교단 총회 임원들 모인 식사 자리에 두 차례 자기를 데려갔다는 거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게 하기 위해 데리고 다닌 거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조차 목사들로부터 성희롱이 있었다. ‘기분이 어땠냐?’ ‘몇 번이나 경험했냐’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고 한다. ‘남자들은 그런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말까지. 그중 한 사람은 같은 질문을 또 하려고 개인적으로 전화까지 했다. 교단 총회 임원들 수준이 그렇다. 그제서야 그 피해자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가해자는 미국에 가 있는데, 자기는 왜 여기서 이런 질문을 들으며 시달려야 하나 느꼈던 거다. 아버지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이재록도 곧 풀려날 거라며 사회법으로 가도 자신 있다는 걸 어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재록은 여론이 주목하고 있어서인지 징역 16년을 받았다.  

― 7월에 경찰은 가해 목사에게 5가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 위계 등 간음 △위계 등 추행 △준강제추행 △형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 범죄 등)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혜민 : 늦춰지다가 최근에야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느꼈던 거지만, 교회 문화를 잘 모르면 조사관들은 목사에게 어떻게 그런 권력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검찰 조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걱정이다. 어제도 새벽까지 피해 아이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자기 때문에 재판에서 지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더라. 검사들도 그루밍 성범죄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목사와 교인의 위계 관계가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할 거다. 나도 곧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이제 시작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또 대법원 판결까지 2년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    

― 이번 일 겪으면서 여성 목사로서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계기이기도 했겠다.
혜민 : 사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온실 속에서 사역을 해온 것 같다. 여성 사역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한국 교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후배 여성 사역자들에게도 힘이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 CTS 라디오 〈정혜민의 비빔톡〉을 진행 중이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다음 세대들을 위한 방송이다. 3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학부모들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회 안 다니는 친구들도 게스트로 나올 때가 있다. 편하게 격 없이 대화하는 방송이다. 웃으면서 들을 수 있을 거다.  

― 두 분 다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혜민 : 옆에 있는 김 목사님이 청년위원으로 먼저 활동하고 계셨다. 개인적으로도 교계 안에 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동역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윤실에서도 요청이 와서 합류하게 됐다. 한국 교계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예하운선교회는 어떤 곳인가? 앞서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연대한다고 했는데. 
디모데 :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고자 교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 다가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담긴 프로젝트 사역을 하는 곳이다.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빈곤가정 아이들 생리대 지원 등을 해왔다. 구성원들은 대다수 직장인들인데, 프로젝트에 따라 모였다가 해체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선교회 경상도지부 분들과 강남역 앞에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이재용 씨와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도 관심은 다음세대로 가곤 한다.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를 방관한다면, 결국 다음세대 아이들도 그들에게 짓밟힐 것 아닌가. 

― 생계에 지장은 없나? 고소에 대응할 최소한의 행정 비용도 없어서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디모데 : 고등학교 때 가세가 기울면서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다. 신학교 졸업하고서도 개척교회에서만 사역을 해서, 다른 일을 병행해야 했다. 얼마 전까지 주간에는 청원경찰을 쭉 해왔고, 작년부터 <김용민TV> ‘카이로스’를 공동진행하면서 출연료를 받고 있다. 예하운선교회 후원자들 중에 어떤 사람은 후원을 빌미로 ‘목사님, 세월호 배지 마음에 안 든다. 떼라’고 말한 적도 있다. 후원자들 이야기니까 새겨들어도 되는데,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타협하다 보면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았다. 간혹 생계가 어려워지면 매형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가서 아르바이트한다. 정 목사님도 나도 중·대형 교회 부교역자였으면 이런 일 못 했을 거다. 이해관계와 생계가 연결되어 있으면 고민이 많았을 거다. 특별히 우리가 정의감 넘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목회자라 할지라도 우리 같은 위치였으면 피해자들을 도우며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 다음세대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에 충실하다가 한국교회의 추악한 모습에까지 닿았고, 여기까지 왔다. 가해자가 검찰에서 기소된다면 곧 재판이 이어질 텐데, 특별히 복음과상황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혜민 : 교회 안에만 있는 문화가 있는데, 성범죄 피해자를 수치스럽게 만든다는 거다. 교회는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한다. 혼전순결 가치관과 결부해서 죄책감을 주기도 한다. 이 사건을 들추는 이유는 교회를 욕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 피해를 입을 아이들을 위해서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가해자가 잘못한 거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교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 각자가 교회 안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디모데 : 총체적인 구조의 문제다. 모든 시스템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 타교단도 마찬가지다. 여성 목사들이 교단의 요직에만 있었어도 이 정도로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을 거다. 여성 목회자들을 세워야 한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신앙관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런 피해 사례들은 계속 나올 거다. 목사들이 제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읽었으면 좋겠다. 또한, 가해자들은 꼭 집안에 아빠가 없거나 주로 남자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참으로 교묘하다. 연인관계를 빙자해 그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도, 피해자가 중1 이상이면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나 판례가 마련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진행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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