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호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식탐 중독?
개인적으로 중독에 강한 성향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럴리가! 다만, 최소한 ‘인터넷·SNS·스마트폰 중독은 나와 무관하겠구나’ 생각한다. 온라인게임은 해본 적 없고, SNS는 귀찮고, 스마트폰은 가방 에 넣고 다닐 때가 많다. 굼뜨고 더딘 기질이라 그런지 새로운 트렌드나 뉴미디어에 둔하다. 유튜브도 요즘들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흥미로운 게 있었다면?
중독은 흔히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나뉘는데, 인터넷·쇼핑·운동·게 임·일 등 행위 중독이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 이르러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중독은 의지가 나약하거나 도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쉽게 빠진다는 통념이 잘못됐다는 거다. 중독에 쉽게 빠지는 성향이 있다는 생각은 이미 70여 년 전 과학자들에 의해 뒤집혔다. 테크놀러지 시대의 행 위 중독을 파헤친《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부키)이라는 책이 있다. 1950년대에 캐나다 맥길대의 공학자 피너 밀너 교수와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 교수가 ‘중독 실험’을 통해 그 통념을 최초로 무너뜨리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들은 ‘적당한 여건만 갖춰지면 누구든지 중독자가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입증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러면 나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 자문했는데, 바 로 떠오르는 게 있더라. 식탐 중독.
구체적으로 털어놓는다면?
내가 밥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교회의 금식 훈련을 싫어한다. 식사 때 밥을 먹기 시작하면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절반쯤 씹을 때 또 한 숟가락을 떠서, 넣는다. 워낙 굼떠서 그렇게 먹는데도 남들보다 대체로 늦게 식사를 마친다. 음식을 채 씹기도 전에 계속 밀어넣으니 (내 느낌으로는) 밥공 기가 되게 빨리 비워진다. 문제는 ‘이런, 벌써 다 먹었잖아!’ 하는 아쉬움이, 이미 차오른 배를 무시하게 만들어 이미 100% 상태에서 밥을 더 먹는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먹고도 팥도너츠나 크리××크림 도너츠 같은 단 게 옆에 있으면 꼭 하나 먹어야 만족이 되는 거다. 그 즈음엔 과잉만 족을 넘어 만족의 퇴행, 불만족과 후회의 역습이 시작된다. 이 정도면 식탐 중독 아니겠나.
그냥 과식 습관 아닌가? 그게 중독이면 중독 아닌 게 없지 않을까.
내 말이! 그런데 전문가들 진단은 그와 다르다는 게 문제다. 20년 넘게 ‘행위 중독’을 연구해온 영국의 심리학자 마크 그리피스 교수팀이 4개 대륙에서 총 150만 명을 대상으로 중독을 연구한 결과, 41%가 12개월 동안 적어도 하나의 행위 중독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어떤 행위를 멈출지 계속할지 자유롭게 선택하는 능력을 상실하고(통제력 상실)… 특정 행위를 언제 할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지, 언제 중단할 지, 그리고 그 중독 행위와 어떤 다른 행위들이 연관될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그 결과 중독 행위를 제외한 다른 활동을 포기하거나… 일상생활의 역할 수행(예컨대 직장 생활, 사회 활동, 취미 활동)에 지장을 받고, 인간관계가 훼손되고….”(《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41쪽)
영화나 드라마를 무지 좋아하는데, ‘통제력을 상실한 채’ 밤새워 드라마를 정주행하느라 두어 시간만 자고 출근한 경험이 몇 번 있다. 이제 보니 그것도 중독 증상이었던 거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