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호 커버스토리]

▲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김승범

생애 최초의 기도 응답
중학생 때였다. 아버지가 새로 나온 영어사전을 생일 선물로 사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생용으로 처음 출판된 사전이었다. 당연히 학교에 가지고 갔다. 그런데 한 친구가 지나가다 그 사전을 보고는 덥석 집어들고 좀 빌려달라고 하면서 들고 가버렸다. 그 친구는 주먹이 세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였다. 누구 물건이든지 자기가 갖고 싶으면 빌려달라고 하면서 갖고 가서는 돌려주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날 학교가 끝나도록 그 사전을 돌려받지 못한 채 집에 와야 했다.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생일 선물로 사주신 사전을 그렇게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그 녀석하고 맞붙어 싸우든지, 담임선생님에게 일러바치든지 해야 했다. 그 친구는 학교에서 주먹을 쓰는 써클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싸움은 일대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담임선생님에게 일러바쳐 사전을 되찾는다 해도 그 후에 일어날 일이 더 큰 문제였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사전을 되찾아야 했다. 

다음날 새벽, 나는 난생 처음 어머니를 따라 새벽기도회에 나갔다. 어머니는 늘 새벽기도회를 다니시는 분이셨다. 새벽기도회 중에 하나님께 꼭 사전을 찾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새벽기도회를 마친 뒤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담임선생님에게 일러바치는 대신 맞붙어 싸우는 쪽으로 결정했다. 뒷일은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실에 들어서서 책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 녀석이 지나가면서 사전을 내 책상에 턱 던져놓고 가는 게 아닌가. 

그렇다. 이것이 내가 생애 최초로 기도 응답을 받은 체험이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에게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엎드려 기도하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엎드려 기도하는 습관을 훈련받으며 자랐다. 지금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 그 일 이후로는 더 열심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잠들기 전에 기도드리는 일을 계속해 왔다. 내 자녀들에게 그 습관을 훈련시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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