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 사람과 상황] “교회 다니는 친구 찾기 정말 어려워요”

   
▲ ⓒ복음과상황 이범진

‘20대 남자’ 담론이 한창일 때쯤, 경상남도 김해·창원(정확하게는 진영)에 청년 복상지기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존의 김해·창원 독자모임과는 별도로, 20대 청년들끼리 〈복상〉을 읽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김해 진영읍 생명숲교회의 청년부가 중심이 되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류기인 복상지기가 가교 역할을 했다.) 기쁜 소식과 함께 전해진 인증 사진에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2월호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첫 만남에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작정 진영으로 갔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목적이 첫째였고, 통계와 프레임으로 포착할 수 없는 20대의 삶도 궁금했다. 특히 여전히 교회에 다니고, 심지어 〈복상〉을 읽는 20대 독자들의 고민이 듣고 싶었다. 대학 신입생부터 취업준비생까지 함께 모여 앉았다. 기자들은 학업·취업에 관한 고민, 젠더 갈등과 성범죄 등 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물었다. 그들은 단편적이면서도 깊은 정서를 드러내며 낯선 기자들을 환대해주었다.

인터뷰는 3월 24일 이들이 자주 모이는 블리스북카페에서 진행됐다. ‘더없는 행복’ 또는 ‘희열’로 번역되는 이름(bliss)의 이 카페는 이들에겐 매우 슬픈 장소이기도 했다. 

   
▲ (왼쪽부터) 류원석, 장예신, 박예은, 오윤진, 장세희, 송주형, 노상훈 ⓒ복음과상황 이범진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요?
노상훈(26, 취업 준비):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 가는 것으로 일상을 시작해요. 거기서 자기소개서(자소서) 쓰다가 점심 먹고, 다시 자소서 쓰고. 2~3주 정도 이렇게 살다 보면 정말 무료해지거든요. 그런 때는 심지어 뉴스도 재밌어요.

송주형(24, 세무학 전공 대학생): 그냥 학교 다니고 있어요.

장세희(20, 도시공학 전공 대학생): 이제 막 대학에 들어와서 정신이 없네요. 과제가 너무 많고, 영어도 많이 써야 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전공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고요.

오윤진(20, 경찰학 전공 대학생): 저도 이제 대학에 간 지 3주째인데요. 고딩 때보다 더 힘든 느낌이에요. 시간은 더 많이 생긴 것 같은데, 배우는 내용이 낯설고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송성민(26, 피아노 전공 휴학생): 군대 전역하고 복학 시기가 안 맞아서 휴학 중입니다. 평일에는 교회 집사님 사무실에서 알바하고, 주말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합니다.

박예은(24, 간호사) : 4월부터 병원으로 첫 출근이에요.

장예신(23, 법학 전공 대학생): 군대 전역한 지 100일도 안 되었어요. 복학생이죠. 전공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머리를 안 쓰다가 쓰려니까 힘드네요.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다가, 저녁에는 알바를 하고 있어요. 

류원석(20, 중등특수교육 전공 대학생): 대학에 적응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제 전공이 특수해서인지 1학년 때부터 들어야 할 학점이 많아서 바빠요.  

― 자소서 쓰는 중인 상훈 씨에게 먼저 질문을 할게요. ‘자소설’이라는 말도 있던데,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나요?
상훈: 자소서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 소비, 감정 소비가 많아요. 각 회사가 원하는 인력이 다르고, 그에 맞는 자소서를 써야 하니까요. 대학생 때 차근차근 준비했더라면 덜 힘들었을 텐데, 졸업하고 나서 시작하려니까 막막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자소서 쓰면서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 좋아요. 다만, 많은 회사가 경력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 회사 실전 업무를 경험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 자소설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거죠.

― 성민 씨는 어떤지요? 피아노 전공인데, 예술 쪽이라 미래를 계획하기가 애매하거나 어려울 것 같아요. 
성민: 많이 어렵죠. 특히 남자들의 경우 졸업하고 피아노 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전공을 바꾸거나, 피아노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는 거 같아요. 이쪽 계통이 인맥이나 금전에 좌우되는 것들도 있어서. 여자들은 개인 레슨을 하기도 하는데 남자 선생님은 학부모들이 대놓고 꺼리는 경우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워요. 아무래도 남자이다 보니까 가정을 꾸려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재정 문제가 제일 신경이 많이 쓰이죠. 결혼을 안 하면 상관없겠지만요.  

― 법학 전공인 예신 씨는?
예신: 이제는 사법고시가 아니고 로스쿨에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여러 가지로 걱정이 있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에 입학한 거니까 기도하면서 길을 모색하고 있어요.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시면 가고, 아니라면 복수전공을 할 생각도 있어요.

― 요즘 언론에서는 20대 남성들을 ‘이대남’으로 줄여 부르는데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상징이잖아요. 스스로 체감하는 20대의 삶은 어떤가요?
예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20대는 성별을 막론하고 사는 게 힘든 세대인 것 같아요. ‘5포 세대’ ‘7포 세대’ 등의 말들이 나왔었는데, 요즘 20대들은 다 포기하며 발버둥을 쳐도 살기가 어렵다고 할까요? 취업은커녕 시간제 아르바이트도 경쟁이 치열하고요. 돈이 없으니 방구석에 박혀 있게 되고요. 경제가 안 좋은 게 가장 큰 원인인 거 같아요. 먹고사는 일 자체가 흔들리는 판에 국회의원들이 월급을 올리려는 모습을 보면 너무 화가 나요. 국민들 먹고사는 일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이 자기 밥그릇만 더 챙기자고 하니까요.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되고요. 이 사회가 20대의 희망을 꺾고 있는 것 같아요. 군대 문제도 그래요. 사는 게 여유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군 가산점제를 반대하거나 군인을 세금 갉아먹는 바퀴벌레 취급하지도 않겠죠. 원해서 가는 것도 아닌데요. 2018년 ‘합계 출산율’이 0.98%로 줄어든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절망적인 사회라는 증거겠죠. 그렇지 않다면, 누가 왜 연애와 결혼, 출산을 이토록 극단적으로 포기하겠어요.

상훈: 20대 남자들의 현재 처지와 분노가 표출되어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니 그런 불만들이 첨예한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실제로 주변 친구들은 페미니즘을 안 좋게 생각하나요?
주형: 부정적으로 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대화의 지점을 찾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양쪽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죠. 잠정적으로 남자들을 다 범죄자로 규정하는 말을 들을 때는 저도 마음이 확 닫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 학교에서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예요. 학교도 하나의 사회잖아요. 서로 점점 적응해가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말하는 친구 중에서도 자기 생각을 과격하지 않게 나누는 이도 있어요.

예신: ‘법과 여성’이라는 수업 때 페미니즘 개념을 처음 들었어요. 여성들이 피해를 본 역사와 맥락을 그때 배웠어요.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지금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오히려 피해를 받았다고 여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 균등을 맞추려다 보니 감정 싸움이 되는 거 같아요. 그 감정 싸움에 끼기에는 제가 여유가 너무 없어서 ‘사람은 다 다르니까’ 생각하면서 피하게 되더라고요.

상훈: 주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봐도 양쪽 다 극단적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서로 다름을 알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다 동의하겠죠? 그런데 군 가산점제도나 여성 할당제도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때, 그 결과가 일차적으로 남녀에게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면서 갈등이 더 증폭되는 것 같아요. 

― 여성으로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윤진: 음…. 일단 제가 경찰학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경찰공무원 채용 인원이 남자는 2,000명을 뽑는다면 여자는 700명 정도밖에 뽑지 않아요. 뭐 신체 조건 등에서 남자한테 유리한 직업이지만, 신체 조건으로 할 수 있는 일 이외에 다른 중요한 역할들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경찰공무원 채용 경쟁률은 높아지는데 채용 인원을 공평하게 조정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더 넓혀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인지했으면 좋겠고요.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사흘간 19-59세 성인남녀 2,012(남 1,030명, 여 98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아무래도 20대 남자들은 군 복무 의무를 앞두고 있거나 막 마쳤을 테니까, 젠더 문제에 더 민감하겠죠?
주형: 확실히 그렇죠. 군대에 있을 때 뉴스에서 페미니스트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다 부정적으로 보게 돼요. 남자들만 있는 곳인데다가, 다들 억지로 끌려온 상태에서 ‘군 가산점이 불공평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욕하게 되죠….

원석: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받으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1학년 마치고 바로 가야 하나, 졸업하고 임용 시험까지 다 보고 가야 하나 고민이에요.

― ‘정준영 사건’이 터졌는데요.
주형: 연예인이라는 존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예계가 더럽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장자연이라는 연예인의 비극도 그렇고, 정치계와 경제계가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잖아요. ‘찌라시’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인데….

예신: 정준영이 남자인 게 같은 남자로서 더 창피했어요. ‘특수강간’ 혐의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요. 권력자들 때문에 처벌하지 못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얼마나 더 많겠어요. 승리, 정준영, 김학의 등 공통점은 힘, 돈, 권력이 있다는 거겠지요.   

윤진: 정준영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였어요.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서도 정준영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는데…. 배신감이 정말 많이 밀려왔어요. 불법 촬영이나 데이트 폭력 등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 속에 살아온,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단속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가 되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바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사건들 접하고, 목격하면서요.
세희
: 아직은 사회에 관심이 많이 가지 않는 것 같아요. 1학년이라 그런지 취업 걱정도 별로 안 되고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 사회가 빨리빨리 변해가니까 변화를 따라가야지 하는 정도랄까요?
예신: 저도 변화에 적응하려고 ‘컴맹’인데 이번에 코딩 입문 수업을 신청해서 듣고 있어요.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해지는 것 같아요. 취업하고 결혼하고 부모님 모시며 사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더군다나 우리 세대가 살아갈 날들은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고 하잖아요. 일자리는 점점 더 없어지고, 창조적인 직업군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다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지금처럼 경쟁하면서요? 〈삼시세끼〉 프로그램처럼 산에 들어가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세대차이 같은 거, 어떨 때 가장 심하게 느끼나요?
원석: 저희 세대는 지금 변화가 아주 빠른 시대를 살잖아요.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급변하는 흐름을 모르고, 예전의 사고방식을 강요할 때가 있어요. 더 유연해지셨으면 좋겠는데. 정말 별거 아니에요. 나쁜 행동이나 불법을 이해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를 테면 염색 정도는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몇 번 대화하다가 안 되면 어른들은 “말세다 말세” 하면서 한숨 쉬면서 뒤돌아서는데, 소통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걸 ‘꼰대 마인드’라고 하잖아요.

예신: 예를 들면, 우리 세대는 동거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도 부정적이지 않아요. 결혼하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살아보고 겪어보는 것 이해할 수 있죠. 어른들은 다른 생각이니까.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세대차이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학교가 집에서 멀어서 자취하거나 기숙사를 이용한다고 들었어요. 학비, 식비, 주거비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주형: 월세 포함 26만 원 하는 곳에 살고 있어요. 관리비 포함된 금액이고요. 가스나 전기료는 쓴 만큼 내는 방식이고요. 제가 있는 지역은 그래도 싼 편이에요. 부산만 가도 싼 곳이 38만 원, 좀 살만한 방이 43만 원이에요.

예신: 저도 월 26만 원 원룸에서 살고 있어요. 주변 시세는 월 30만 원 정도인데,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아서 겨우 구했어요. 서울은 더 비싸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지방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가스나 전기세 아끼려고 집에 잘 안 들어가기도 해요. 밥은 학교 식당에서 먹으면 제일 싼 건 3천 원이거든요. 그거 먹거나 알바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어요. 주말에 집, 교회에 와서 반찬 가져가고요.

― 식당 알바하면서 제일 힘든 건 뭐예요?
예신: 육체적으로는 쉴 틈 없이 움직여서 다리가 아픈 거고요. 정신적으로는 ‘지금 공부해야 하는데 나 여기서 뭐하냐’ 하는 생각이 들 때?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이 지역, 진영은 어떤 곳인가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았던 봉하마을이 있는 곳으로 알려지긴 했는데, 각자가 느끼는 이 지역의 주관적 느낌?
주형: 여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통은 김해나 창원에 산다고 말해요. 진영이라는 지역을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요. 그런데 전 어릴 때부터 살아온 이 동네가 좋아서 사람들이 못 알아들어도 계속 진영에 산다고 말해요. 이제 제 주변 사람들은 진영이 어디인지 다 알아요.(웃음)

상훈: 저는 대학 때 기숙사에 있어서 방학 때만 이곳에 왔는데요. 신도시라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빌딩이랑 아파트가 세워지고, 음식점이 많이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하며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예신: 영화관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창원 나가서 보면 되니까요. 그 외에는 모든 생활이 도보로 가능해요. 어려서부터 살았기 때문에 논밭에 아파트 들어서는 것까지 다 봤거든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변해가는 과정을 봐서인지 이 동네가 참 좋아요. 아마 다들 그럴걸요.

― 주말에 쉬고 싶을 텐데, 꼬박꼬박 교회에 나오는 것 보면 서로 사이가 돈독한 것 같아요. 주변에 교회 다니는 친구들은 많이 있나요? 대학의 여러 선교단체는 신앙이 있는 학생들이 대폭 줄어든다고 걱정하던데요.
주형: 교회 다니는 친구들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없어요. ‘무교’가 제일 많아요. 주말에 종교에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아깝다는 친구들이 가장 많아요. ‘굳이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원석: 저는 모태신앙이라서 거부감 없이 나오는데, 친구들 대다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아요. 매주 연락 오는 게 싫다는 친구도 있고요. 제가 교회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꺼낸 적도 있는데, 교회 가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오기에 제가 딱히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어서 “그냥 좋다”고 답했거든요. 그랬더니 “너 혼자 잘 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성민: 모태신앙이라서 거의 집 드나들 듯 교회에 다녔는데, 교회 안 나가는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좀 갈등이 있었어요. 관계가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한계에 다다랐을 때는 서로 스트레스를 좀 받게 되더라고요. 주말에 같이 여행도 가고 놀아야 하는데, 일요일 오전에 꼭 교회를 가야 하는 저 때문에 계획이 어긋나는 거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교회 가는 걸 고집했나 하는 후회도 들지만, 지금은 또 그런 생각 안 하고 그냥 교회 오는 게 좋아요.

윤진: 진로를 바꾸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 의지를 정말 많이 했어요. 교회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때 버티지 못했을 거 같아요.

― 청년부 회장이자 김해·창원 청년 복상지기인 예신 씨에게 질문할게요. 앞서 잠시 듣기로는, 함께 교회를 다녔던 친한 친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고요. 여쭤도 될까요?
태어나서 처음 가본 장례식이었어요. 2년 전쯤 군대에 가기 약 두 달 전이었는데요. 저는 그 친구와 사실 형제처럼 지냈어요. 힘들 때 같이 의지하고 사춘기도 함께 보내고요. 제가 그 친구를 많이 의지했어요. 본받을 점도 많은 아이였고요. 종종 이 친구가 내 삶 속에서 없어지면 어떡하나 상상하면 아찔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 친구는 신앙생활도 제대로 했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친구였어요. 이름이 희열이에요. 모두에게 기쁨을 주어서 인기도 많았죠. 희열이가 호흡기 달고 있을 때 제가 여태까지 해본 기도 중에 제일 열심히 했어요. 전심을 다했는데도 주님은 응답하지 않으셨어요. 교회의 모든 교인과 제가 아는 모든 지인 및 신앙 있는 사람들에게 다 기도를 부탁했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그 친구가 가고 우리 교회는 몇 주 동안 무척 슬펐어요. 지금은 다들 안 그런 척해도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눈물을 닦느라 고생하셔요.

― 하나님 원망을 많이 했겠어요.
그 친구를 그렇게 주님이 데리고 가버리셔서 처음으로 주님께 원망을 넘어서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뒤집어졌어요, 제 신앙이.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예쁜 케이크가 바닥에 던져져 산산이 조각난 느낌이었어요. 저는 맨날 술 먹고, 교회에 가도 마음속으로 반항을 하고 욕을 하고 삐뚤어진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주님이 저에게 그런 생각을 주셨어요. 너를 사랑하고 너희 교회를 사랑해서 희열이 가족을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그리고 희열이는 더욱 사랑하신다고. 100% 이해할 수는 없어요. 다시 곱씹어서 희열이 일을 생각하면 역시 답은 없어요. 자꾸 반복이죠. 반항했다가 회개하고. 저희가 다 피조물인데 주님의 생각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고난도 주시면 받고 순종해야죠.

― 지금의 신앙에 그 친구 일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겠네요.
저뿐만 아니라 그 친구 동생, 가족, 그리고 교인 모두가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희 모두를 그 친구를 통해서 살리신 거죠. 그 일 이후로 비로소 지금의 제가 있고 지금의 교회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카페도 희열이 어머니가 그를 기억하고 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연 곳이고요. 그 친구가 이미 천국에 갔기 때문에 그 친구 보고 싶으면 저도 천국 가기 위해서 열심히 주님만 바라고 살아야죠. 그 이후로도 저에겐 한 가지 큰일이 생겼지만, 희열이 때만큼 힘들지 않네요. 하나님과 공동체의 사랑을 느끼며 감사함으로 여기까지 잘 버티고 있게 되었거든요. 가끔 제가 삶 속에서 힘들고 낙담할 때 희열이 생각이 나면 저는 그 친구가 부럽기도 해요. 이미 천국에 갔으니까…. 나는 아직 이렇게 죄 가운데서 살고 있는데 말이죠. 

― 천국에 간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다고요?
지금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빨리 천국에 가고 싶고, 가서 묻고 싶은 거도, 따지고 싶은 거도 많아요.(웃음) 그리고 지금 세상 속에서도 주님을 만나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잖아요. 저는 여기까지 주님이 인도해주신 게 너무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저 순종하면서 가끔 주시는 테스트를 잘 이겨내서 주님을 미소 짓게 해드리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어차피 주님은 저를 천국으로든 지옥으로든 책임지실 거니까, 약한 나로 계획하신 일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 ⓒ복음과상황 이범진


― 교회 청년부 모임은 어때요? 원석 씨 등은 올해 처음 청년부에 들어온 것인데. 
원석: 청년부가 ‘또 하나의 교회’라는 생각을 해요. 일주일을 바쁘게 살아온 뒤 안식을 누리는 공간이에요. 이곳은 저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줘요. 누군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큰 힘이 됩니다.

―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거잖아요. 무엇이 가장 하고 싶었나요?
윤진: 어른이 되면 알바를 해서 친구들이랑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가지 못했어요. 이번 겨울에는 꼭 가려고요. 고등학생 때는 어른에 대한 로망이 진짜 컸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특별히 변한 건 없는 거 같아요. 이제 특별한 인생을 시작해야죠.

원석: 고등학생 때 무전여행도 계획했고, 전국의 멘토들을 콘택해서 만나는 전국 여행도 가려고 했는데 실행하지 못했어요. 전국 여행이 끝나면 고1 때 짜놓은 해외여행 한 달 코스를 가보려고요.

― 20대 독자들을 위해 〈복상〉이 고치거나 보완할 할 점이 있다면요?
원석: 무엇을 관심 있게 보려면 일단은 확 끌리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20대 독자들을 위해서는 그들에게 끌리는 주제를 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복상〉이 마냥 딱딱한 책은 아니구나’ 하고 흥미를 가질 것 같아요. 그런 인식만 심어진다면 더 많이 읽힐 것 같아요.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쉽잖아요.  

상훈: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이야기를 담으니까 좋더라고요. 요즘 뉴스들도 너무 많고, 빨리 흘러가잖아요. 그런 중에도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그냥 흘러가지 않게, 다시 복기해주는 것 같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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