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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검찰을 지배해야 한다
[347호 시사 잰걸음]
[347호] 2019년 09월 20일 (금) 11:27:04 박제민 goscon@goscon.co.kr

조국 씨가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고, 9월 9일 임명되기까지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온통 조국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아직 헤어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글은 끝내 법무부 장관이 된 조국 씨의 일가족과 관련된 논란, 정당들의 경쟁, 언론의 보도 행태, 이른바 ‘스카이’ 학생들의 반발과 그 반발에 낄 수 없었던 수많은 젊은이들에 관한 이야기 등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기소를 통해, 그 이유가 정의든 저의든 간에, 자신들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집단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하게 써봐야겠다. 그들은 검찰이다. 조국 씨가 적임자네 위선자네 떠들며 다투는 동안, 지난날 검찰이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검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사진: 청와대)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시도와 좌절을 담은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검찰의 본디 자리는 행정부 아래 법무부 밑에 딸린 하나의 외청에 불과하지만 무소불위 권한을 갖고 대한민국을 사실상 제 맘대로 주무르고 있다.

검찰이 처음부터 강력했던 것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때는 경찰의 힘이 더 셌다.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같은 정보기관의 힘이 더 셌다. 독재자에게 협력했던 검찰은 ‘유신헌법’을 만들 때 검사들이 법률전문가로 참여하면서 검찰의 권한을 비대화했고, 민주화 이후 법치주의가 강조되면서 군과 정보기관은 쇠퇴하고 대신 검찰의 기능과 위상이 강화되었다. 오늘날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사권과 수사 대상자를 재판에 넘길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검찰이 마음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정권 입장에서 검찰은 탐스러운 칼이다. 검찰만 장악하면 통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춤추고 싶은 칼이다. 정권에게 잘 보이며 권한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싶어 한다. 사명감 넘치는 대다수 검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무리의 검사들은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그들의 입맛을 맞춰줌으로써 출세하고 검찰의 지휘부가 되며, 마침내 권력의 일부로 편입된다. 필연적으로 우리의 검찰제도에 큰 영향을 준 일본 검찰이 외부인과는 식사조차 자제하는 등 폐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다른 이의 범죄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 같이 차가우면서도 검찰 스스로의 범죄에 대해서는 봄 햇살처럼 너그러워 사실상 처벌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검찰이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검찰이 스스로 구성원을 처벌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잘못을 저지른 검사는 검찰을 그만두고 나와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변호사로 개업해 승승장구하고 부자가 된다. 검찰 내 성범죄를 고발한 검사들에 따르면 낮에 성범죄를 수사하고 밤에 성매매를 하는 검사들이 있다고 한다.

검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은 거대한 악마인 사우론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갖고 파견되었지만, 결국 그 자신이 악마화되었다. 검찰도 범죄와 불의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기관으로서 강력한 권한을 몰아주었지만 결국 범죄와 불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 되어버렸다. 힘이 가진 악마적 속성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은 검찰이 가진 과도한 힘을 내려놓게 해서 본래의 순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검찰에게도 좋은 길인 것은 당연하다.

첫 번째 방법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조정해야 할 수사권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사개시권, 수사종결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으로 나눌 수 있다.

수사개시권은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인데 2011년 이후 검찰뿐 아니라 경찰도 갖고 있으니 논외로 한다. 2011년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권한조차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이상한 것이다.

수사종결권은 수사를 끝낼 수 있는 권한이다. 의외로 수사종결권은 검찰 쪽에서도 넘겨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경찰이 가져가도 변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끝내고 싶어도 검찰은 아래에서 말할 수사지휘권을 통해 얼마든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수사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밀고 당기기가 있는 부분이다.

알짜배기는 지금부터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통해 경찰의 수사에 개입할 수 있고, 사건을 검찰로 가져올 수도 있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2차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지휘를 통해 지배하는 형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영장청구권은 경우 좀 더 복잡하다. 웬일인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주인공은 검사뿐이다. 무려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영장청구권을 조정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필요하면 해야 한다. 사실 국민에 대해 체포, 구속, 수색, 압수 등을 할 때 영장이 필요하다는 영장주의는 헌법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주체가 반드시 검사여야 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으로 꼭 헌법이 보호해야 할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영장청구권이야말로 수사권 조정의 필수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의 힘이 비대해지면 경찰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져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검찰을 크게 신뢰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더 많다.

한편으로는 경찰의 수준과 신뢰도도 형편없으며, 만약 검찰과 경찰이 서로를 봐주는 형식이 되면 답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행위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곳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광역단체장, 교육감,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수사 대상이 6천여 명에 달한다.

당초에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려 했지만 결국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한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다른 이들은 검찰이 기소권을 갖는 방안이 올라갔다. 다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경우 재정신청을 통해 직접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해볼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수사권은 수사 전문가인 경찰이 갖고 기소권은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갖도록 하고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공수처를 설치해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권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곧바로 기소하고,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공수처의 범죄는 경찰과 검찰이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부패의 연결고리를 파괴할 수 있다.

시민이 검찰을 지배해야 한다
결국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이 검찰을 지배해야 한다. 우선 검찰 지휘부인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지금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똑같은 자리에서 “검찰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라고 말했던 것은 널리 기억되고 있지 않다. 그가 사랑하는 검찰은 지난날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의 의지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평범한 시민들의 (권력)의지다. 평범한 사람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과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도입 등을 다루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는데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지금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이 동시에 다뤄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 시민단체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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