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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법은 바꾸나
[342호 시사 잰걸음]
[342호] 2019년 04월 29일 (월) 14:08:16 박제민 goscon@goscon.co.kr

국회 홈페이지에 ‘회의록 시스템’(likms.assembly.go.kr/record)이란 메뉴가 있다. 국회의 모든 회의록이 공개돼 있는데 가끔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생기기 전, 그러니까 국회에서 종종 원시적인 싸움이 벌어지던 시절에, 기념비적인 전투가 벌어졌던 날의 회의록을 보면 아주 흥미진진하다. 우선 ‘장내 소란’이라고 적은 뒤, 현장의 분위기가 가감 없이 기록된다.
 
“야, 이 날강도 같은 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이 거짓말쟁이들! 사기꾼들이야! 어디서 국민들을 팔아먹어!” 하는 의원 있음, “권력의 개가 되고 싶어? 권력의 개! 역사에 부끄럽지 않아?” 하는 의원 있음, …
 
속기사분들의 역량과 인내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자, 그럼! 국회가 친절하게 공개하고 있는 회의록을 뒤져가면서,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대해 2018년 1월 이후부터만 과세하자는, 이 기가 막힌 법안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파헤쳐보자.

3월 28일 조세소위원회, 3월 29일 기획재정위원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019년 2월 1일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유와 내용은 이렇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해서 2018년 1월 이후에 대해서만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교인이 30년 동안 일하고 2018년 12월에 퇴직했다면, 그는 퇴직소득세는 딱 1년 치, 즉 2018년 부분만 내면 되는 것이다.

2019년 3월 28일에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는 이 법안을 안건으로 다뤘다. 국회의원들은 종교인도 소득세를 반드시 내도록 하는 소득세법이 2015년 12월에 통과되어 2018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왜 그때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대해 챙기지 않았는지 질문하는데 정부 측의 대답이 이렇다.
 
“그때는 문제 제기가 사실 없었고 일반적인 퇴직소득의 수입시기는 세법 시행일 이후에 퇴직소득을 수입하는 분이기 때문에 과거의 언제든 간에 총액에 대해서 과세하는 원칙이기 때문에 저희는 그 원칙을 그대로 갔던 것입니다.” (기획재정부 김병규 세제실장)
 
 소득이 발생한 전체 기간의 총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칙적인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조세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다음날인 2019년 3월 29일에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질문 한 번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제 남은 것은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종교투명성운동, 한국납세자연맹, 참여연대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나섰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재정건강성운동 같은 개신교 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국납세자연맹이 예를 들어 분석한 자료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 똑같이 30년을 근무하고 2018년 12월에 퇴직하고 퇴직금을 10억을 받은(뭐라고?) 종교인과 근로소득자를 비교했을 때, 근로소득자는 약 1억4천7백만 원을 내야 하는데 종교인은 약 5백6만 원만 내면 돼, 그 차이가 무려 29배나 난다는 것이다.
 
4월 4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 부서와 사법부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에 다듬는 역할도 한다. 2019년 4월 4일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는 기획재정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이 법안을 안건으로 다뤘다. 질문 하나 없었던 기획재정위원회와는 달리,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들끓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회의원들이 꼬치꼬치 캐묻는다.
시작은 ‘세월호 변호사’ ‘거지갑’ 등으로 불리는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장관님, 지금 이 법안에 대해서 조세에 관련되어서 평등해야 된다라는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 제가 봤을 때 이 법안은 조세평등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도 훼손하고 또 종교인들 내부에서도 평등 또는 형평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보인다는 겁니다. (…) 서둘러 입법을 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종교계 내에서도 그렇고 일반 국민의 의견도 그렇고 수렴을 해서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저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이어서 회계사로서 재벌 문제에 있어서는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채이배 의원이 받았다.
 
“기존에 종교인 과세가 안 됐던 이유는 세무 당국이 과세를 안 했기 때문입니까, 법적으로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까? (…) 관행적으로 비과세를 했는데 비과세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었던 거지요? (…) 과거에 관행적으로 안 해 준 것인데 그것을 법률적으로 이제 못 박아서 안 해 주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까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의 조세형평성의 문제가 있고요. (…) 저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2소위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끝으로 자리에도 없던 김종민 의원이 박주민 의원의 입을 빌려 갑자기 툭 튀어나와 마무리한다.
 
 “이 자리에 없는 김종민 위원이 급하게 저한테 전화를 해 와서 본인 의사를 꼭 좀 밝혀 달라고 부탁을 했고 (…) 김종민 위원도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조세의 형평성, 조세의 평등주의 원칙 훼손 우려 때문에 이 법안이 소위에서 논의됐으면 좋겠다, 이 의견을 꼭 좀 전해 달라 그래서 제가 잠시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박주민)
 
배구에서 리시브·토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연계플레이 같은 질의였다. 결국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대해 특혜를 주려던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법안심사소위로 내려가게 됐다. 만에 하나 반대 여론이 들끓지 않았다면 이 법안, 어떻게 됐을까?

누구를 위하여 법은 바꾸나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핵심 가정부터 잘못짚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말한다(헌법 제 38조).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종교인들 스스로 자신들은 근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이 아니라는 주장은, 자기들끼리 고상하고 은혜로운 말일지는 모르나 사회구성원으로서는 씨도 안 먹히는 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종교인이 얼마나 될까? 다시 3월 29일 열렸던 조세소위원회로 돌아가 보자.
 
“불교나 천주교 같은 경우는 퇴직소득이 없습니다. 퇴직으로 보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와 또 기독교 같은 경우는 퇴직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퇴직을 하는 것으로 지금 현재 파악이 되고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종교인퇴직소득이 불교, 천주교에는 어떻게 보면 적용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요, 기독교 같은 경우는 적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상진 전문위원)
 
불교나 천주교에는 퇴직 개념이 없다. 결국 그래서 남는 것은, 또 개신교다. 엄밀히 말해서 전체 개신교가 아니다. 이 법안이 법이 되면 ‘개이득’(국어사전에 있는 말)을 보는 사람은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뿐이다. 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은퇴하는 목회자에게 공로금, 주택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지급한다. 김삼환 목사가 은퇴할 때 명성교회는 은퇴예우금으로 29억6천만 원을 책정했다. 물론 김 목사는 전액을 다시 교회에 헌금했고, 요새는 교회를 세습하려고 애쓰며 지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왜 굳이 이런 법안을 만들고 추진하려고 했을까? 다음 해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조직되어 있는 표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당선증을 줄 만큼 탐스럽기도 했을 수 있다. 이쯤에서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이름과 소속, 지역구를 소개한다. 별다른 뜻은 없다.
 
• 정성호(더불어민주당, 경기 양주시)  •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구을) • 유승희(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구갑)  • 이종구(자유한국당, 서울 강남구갑) • 윤후덕(더불어민주당, 경기 파주시갑)  • 김정우(더불어민주당, 경기 군포시갑) • 추경호(자유한국당, 대구 달성군)  • 권성동(자유한국당 강원 강릉시) • 김광림(자유한국당, 경북 안동시)  • 유성엽(민주평화당, 전북 정읍시고창군)
 
다시 한 번 저들이 어느 지역구에 있는지 눈여겨보시길. 별다른 뜻은 없다.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소득은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 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하자고 한다. 몇 번 읽어보고, 옮겨 적기도 했지만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종교는 달라도, 평생을 청빈하게 살면서 진리를 추구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어떤 종교인에게는, 저 말과 계산법이 매우 모욕적일 수 있겠다.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의 제 28장 제목은 ‘불수불탐(不受不貪)’이다. 받지 않고 탐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보살은 자신이 지은 복덕에 대해 집착하거나 욕심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도 “부유하나 구부러진 길을 가는 사람보다는 가난해도 흠 없이 사는 사람이 낫다”(잠언 28:6)고 말한다.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말들 천지다. 그러니까 종교다.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 시민단체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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