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창간 서른 돌을 앞두고 다양하고 오랜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창간30주년 전담팀(TF)’까지 꾸려 고언을 듣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간도 가졌지요. 그런데 블랙홀처럼 코로나가 거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상황에서 잡지로서 최선은 오롯이 ‘지면’으로만 가능하겠다 여겨졌습니다. 본지 창간 30주년호(지령 362호)는 다시, 한국교회와 복음주의를 성찰하고 궁구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년여 간 한국 개신교에 대한 전국민 인식이 최악으로 치달은 현실을 모르쇠 잡을 수는 없었거든요.
작년 6월말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종교별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독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천주교인과 불교인은 ‘온화한(각 34.1%, 40.9%)’ ‘따뜻한(각 29.7%, 27.6%)’ 같은 긍정적 이미지가 높았습니다. 반면, 개신교인은 ‘거리를 두고 싶은(32.2%)’ ‘이중적인(30.3%)’ ‘사기꾼 같은(29.1%)’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더 우세했지요.(6월 23-26일, 20-59세 남녀 1천 명 대상 온라인 설문)
개신교계 8개 언론사가 작년 9월 2일 공동발표한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일반 국민의 기독교(개신교) 인식 조사’ 결과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는데요. 코로나 사태에 맞서 개신교계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4%, 10명 중 7명이 넘었습니다(‘잘 하고 있다’ 18.7%). 특히 코로나 사태 전후 종교별 신뢰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불교와 가톨릭은 코로나 전후로 별 차이가 없는 반면(‘비슷하다’가 각 86.8%, 83%), 개신교는 ‘더 나빠졌다’가 63.3%로 월등히 높았습니다. 심각한 건, 20대와 학생층에서는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72%로 더 높게 나왔다는 거지요. (8월 13-21일, 1천 명 대상 온라인 설문, 응답자 종교비율: 무종교 54.1%, 개신교 19.3%, 불교 17.8%, 가톨릭 8.3%, 기타 0.6%)
본지의 지나온 30년을 기리고 톺아보는 일보다 한국교회의 오늘을 성찰하는 작업이 더 긴하고 중한 일이라 여긴 사정이 여기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퇴행 앞에서, ‘로잔언약’을 기치로 창간한 저희 잡지가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돌아설 수 없는 일이니까요. 창간 30주년호는 이런 취지에 한마음으로 흔쾌히 나서준 필자 여덟 분이 있었기에 꾸려낼 수 있었습니다. 신학자, 목회자, 운동가, 연구자, 기획자 등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일선에서 교회를 아파하고 사랑하고 씨름하며 저마다의 역할로 섬겨온 이들이 ‘한국교회와 복음주의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풀어낸 글들은 한결같이 절절하고도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새해를 앞두고 적이 무거운 주제를 지면에 담아 보내드려 송구한 심정입니다. 아울러, 소유주 없는 독립 매체로 창간 서른 돌을 맞아, 때를 따라 도움과 은혜를 베푸신 야훼 하나님께,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해주시는 정기독자, 후원독자, 후원교회, 광고처, 필진, 이사진, 편집위원 등 수많은 동역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