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스무 살의 인문학]

   
▲ ≪햄릿≫에서 유령과 햄릿은, 서로 타자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일자(一者)로 수렴된다. (이미지: 위키미디어코먼스)

부활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유령이 성 안을 떠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 유령을 만나보기로 결심합니다. 유령은 정말로 아버지의 유령이었습니다. 유령은 대중에게 발표된 것과 달리 들판에서 독사에 물린 게 아니라 지금 왕관을 쓰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전합니다. 유령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광분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고 아버지의 동생을 향한 복수를 기획합니다. 그 처절하고 지난하며 광기에 물든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문학사상 손꼽히는 걸작,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렇게 막을 올립니다. 장엄한 시작입니다만, 그 앞부분을 읽을 때마다 떨칠 수 없는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유령이 누구일까? 이야기의 처음에 나타나 사람들을 압도하고 복수의 불꽃을 피우고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 유령. 유령은 햄릿의 내면 의식일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왕위와 어머니를 빼앗은 삼촌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동해 무의식이 유령으로 등장했다는 프로이트적 해석도 그럴듯하니까요. 누구의 해석이 어쨌든 간에 ‘유령’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신비로웠습니다. 삶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야기가 죽음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존재로 시작한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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