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 시사잰걸음]

웃기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지만, 요즘도 종종 수능시험을 치르는 꿈을 꾼다. 갑자기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로 한참을 당황하다가 잠에서 깨는데 한참동안 꿈인지 실제인지 멍하다. 유·초·중·고로 이어진 장구한 십 수 년의 시간은 이렇게 당혹스러운 트라우마를 남겨놓았다. 아마도 피해자는 나 혼자가 아닐 것이다. 피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주일학교 청소년부 교사를 그만둔 지 꽤 오래됐지만 여러 기억은 남아 있다. 좋았고 고마웠던 기억이 많고, 험악했거나 충격을 받은 기억도 있다. 시험기간이 되면 다른 ‘학생’의 교과서를 몰래 갖다버려서 공부를 못하게 방해한다는, 한 학생이 들려준 이야기가 가장 뚜렷하다. (이런 일을 하는 사이를 두고 도저히 친구라고 쓸 수 없어서 그냥 학생이라고 썼다.) 나는 그 학생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고, 그는 나를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임기 절반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입니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정도가 아니라, 열이 받치는데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가 교육의 불공정인 것이 맞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말도 당연히 좋게 받아들이고 잘하시라고 기도라도 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마지막 말은 뭔 소리지 싶었다. 교육에서의 불공정을 없애는 것이 어떻게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많이 배우시고 잘사시는 나라님들(가끔은 종교인들)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의심하고 알아보고 쓰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잰걸음’을 걸었던 이유였다.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제도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제도는 참 많이 바뀌었다. 단순히 많이 바뀐 것으로만 욕할 수는 없다. 법과 제도가 문제가 있으면 빨리 빨리 바꿔야 한다. 다만 바꾸려는 지향과 방법이 올바르냐가 중요하겠다.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눠진다. ‘정시와 수시’라고 하지 않고 ‘수시와 정시’라고 하는 것은 수시모집을 먼저 하고 정시모집을 나중에 하는 시간 순에 따른 것이다.

수시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의 4가지로 나뉜다.
첫째,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에서 오로지 교과 영역, 즉 내신 성적만 보고 학생을 뽑는 것이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 다니면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말 그대로 학생부의 교과 영역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학생을 뽑는 것이다. 즉 내신 성적을 포함하여 출석과 결석, 봉사활동, 수상, 자격증, 독서, 체험활동 및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학생을 뽑는다.
셋째, 논술전형은 각 대학이 내는 논술고사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다. 인문계와 자연계 시험으로 나뉜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사고력과 쓰기 능력을 측정한다고 하는데 실은 가이드북에 예시문제, 모범답안, 채점기준이 다 나와 있다. 그래서 모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별고사의 논술은 글쓰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특기자전형은 실기가 중요한 예체능이나 외국어 특기자, 과학 특기자 등 특정 분야에 능력이 있는 학생을 뽑는 방법이다.
정시는 단순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를 가지고 학생을 뽑는 제도다.

2020년에 학생을 뽑는 비율은 수시 77.3%, 정시로 22.7%다. 그중에서 수시로 학생을 뽑는 비율은 학생부교과전형 54.8% 학생부종합전형 31.7%, 특기자전형 7.2%  논술전형 4.5%, 기타 1.8%다. 각자의 전형은 서로 얽혀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출석과 봉사 등 비교과 영역이 일정 부분 반영되고, 각각의 수시전형은 수능시험을 봐서 최저기준을 만족해야 최종 합격이 된다. 학교, 학과마다 제각각의 선발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입시체제는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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