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호 쪽방동네 이야기]

   
▲ 사진: 이재안 제공

여름 나눔의 시간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7월 22-23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여름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장소는 부산의 회동 수원지 근교, 한적한 숲속 한편에 있는 ‘풀꽃유치원 숲체험터’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업 도구들, 작은 과수원, 닭장 속에는 예쁜 닭들이 다섯 마리, 환경친화 톱밥 화장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풀장, 작은 마루 정자, 옥수수, 토마토, 고추밭도 무럭무럭….

이 유치원은 유기농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숲 체험은 중요한 교육 모토이다. 자본주의에 찌든 유치원 교육이 아니라 생명, 생태, 평화를 온몸으로 배우도록 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숲속에서 열심히 노는 활동이 원생들의 중요한 수업이다. 두 아들이 이곳 출신이다. 15년 전부터인가? 유치원 김정곤 이사장님을 알게 되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멘토로 따르고 싶은 분인데 자꾸 사양하신다. 선생님은 내가 보기에 삶 가운데 은은하게 향기를 내는 그리스도인이다. 작년부터 언제든 오라고 하셨는데, 드디어 올여름 나눔회 장소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별도 프로그램은,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쉬러,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다. 맛있고 소박한 음식 한번 나눠 먹고 밤새 이야기 나누고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찬양집, 노래집, 기타와 피리를 준비했다.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노래라지 않았던가.

인원은 딱 일곱 명. 특강 강사로 모신 김 이사장님 포함해서다. 오기로 했던 두세 명은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 나눔회의 포인트는 닭백숙이었다. 바쁘고 힘든 박사 연구 일정 가운데서도 손수 마트에서 장을 봐온 한성일 형제 덕이었다. 삼계탕용 닭 네 마리, 갖은 양념, 기본적인 한방 재료들까지 챙겨왔다. 엄마와 같은 세심한 손길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날씨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한 형제의 마음씀이 고마울 따름이다. 특강 후 저녁 약속이 있다던 이사장님도 맛있다며 함께 드셨다. 백숙 국물에 풀어 넣은 칼국수가 너무 맛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남은 백숙으로 찹쌀을 삶아서 닭죽을 맛있게 먹었다. 평생 동안 잊지 못할 닭백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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