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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형제와의 마지막 만찬, 비빔 밀면 곱빼기
[322호 쪽방동네 이야기]
[322호] 2017년 08월 25일 (금) 14:34:43 이재안 부산 동구쪽방 활동가, 풀꽃강물교회 전도사 goscon@goscon.co.kr
   
▲ 사진: 이재안 제공

여름 나눔의 시간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7월 22-23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여름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장소는 부산의 회동 수원지 근교, 한적한 숲속 한편에 있는 ‘풀꽃유치원 숲체험터’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업 도구들, 작은 과수원, 닭장 속에는 예쁜 닭들이 다섯 마리, 환경친화 톱밥 화장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풀장, 작은 마루 정자, 옥수수, 토마토, 고추밭도 무럭무럭….

이 유치원은 유기농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숲 체험은 중요한 교육 모토이다. 자본주의에 찌든 유치원 교육이 아니라 생명, 생태, 평화를 온몸으로 배우도록 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숲속에서 열심히 노는 활동이 원생들의 중요한 수업이다. 두 아들이 이곳 출신이다. 15년 전부터인가? 유치원 김정곤 이사장님을 알게 되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멘토로 따르고 싶은 분인데 자꾸 사양하신다. 선생님은 내가 보기에 삶 가운데 은은하게 향기를 내는 그리스도인이다. 작년부터 언제든 오라고 하셨는데, 드디어 올여름 나눔회 장소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별도 프로그램은,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쉬러,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다. 맛있고 소박한 음식 한번 나눠 먹고 밤새 이야기 나누고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찬양집, 노래집, 기타와 피리를 준비했다.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노래라지 않았던가.

인원은 딱 일곱 명. 특강 강사로 모신 김 이사장님 포함해서다. 오기로 했던 두세 명은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 나눔회의 포인트는 닭백숙이었다. 바쁘고 힘든 박사 연구 일정 가운데서도 손수 마트에서 장을 봐온 한성일 형제 덕이었다. 삼계탕용 닭 네 마리, 갖은 양념, 기본적인 한방 재료들까지 챙겨왔다. 엄마와 같은 세심한 손길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날씨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한 형제의 마음씀이 고마울 따름이다. 특강 후 저녁 약속이 있다던 이사장님도 맛있다며 함께 드셨다. 백숙 국물에 풀어 넣은 칼국수가 너무 맛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남은 백숙으로 찹쌀을 삶아서 닭죽을 맛있게 먹었다. 평생 동안 잊지 못할 닭백숙이었다.

쪽방주민과 함께한 청년 수련회
지난 7월 28일 금요일 반나절, 부산 동현교회 청년들이 중구 중앙동 쪽방 어르신의 이사를 돕기로 했다. 청년부 담당 박지영 목사 부부와 청년들과 함께 일주일 전 사전답사를 하고, 3주 정도 준비해서 청소 및 이사를 함께했다. 더운 여름이지만, 땀이 범벅이었지만, 곰팡내가 콧구멍을 찔렀지만, 청년들의 얼굴에는 보람찬 미소가 뿜어 나왔다. 박 목사의 아내인 양 사모님께도 ‘힘들었지만 기뻤다’는 전갈이 왔다.

수련회는 몸을 수련하는 것이다. 신앙 체질은 몸으로 움직여 나갈 때 성장한다. 이번 활동으로 지속가능한 섬김들이 있기를 바란다. 동정어린 시혜적 차원의 단순 봉사를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가는 교회 청년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사를 마치고 시원한 부산 밀면을 급히 배달시켰다. 서울 사람은 절대 먹을 수 없다는 부산표 밀면. 형제자매 모두 이사한 어르신 집 입구, 그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여름 이불과 간식을 선물하고 “파이팅!!” 외치며 기념촬영도 함께했다.

번개탄 방씨 형님
번개탄 형님이 과연 호전될 수 있을까? 71년생인 고시텔 주민 방씨 형님.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두 명의 젊은이와 함께 모 여관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생을 마감하려 하셨다. 지난 5월 말에 일어난 일이다. 일본 홈리스 연수회를 다녀와 즉시 병원을 찾아가서 의료원으로 전원을 했다. 갑자기 사람이 이상해졌다. 대화도 불가능하고 의사소통 자체가 되질 않는다. 이상한 증상들이 생겼다.

의료원 신경과에서 진단을 해보니 일산화탄소 2차 중독으로 뇌 신경에 손상이 꽤 진행되었단다. 주민센터에서 형님의 휴대폰 번호를 받아 전화를 수십 번하고 문자를 보냈는데도 답이 없다. 담당 의사는 갑자기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8월 7일 병원 면회를 가보니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다. 기저귀도 차고 있다. 조금 호전되었으나 완쾌는 불가하다. 담당 의사와 면담 후 조만간 요양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다. 마침 내가 사는 만덕2동 근처 병원이다. 자주 뵈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7월 말, 휴가 시즌 주일 보내기
오전 10시 30분 즈음, 파킨슨 병세로 몸져누우신 어머니를 봉양하다 휴가에 맞춰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며 고뇌하는 친구와 커피 한잔 나누었다. 서로 위로했다. 대화 중 교회의 역할에 관해 의문을 던진다. 누군가가 아플 때, 힘들어 할 때, 다가오지 않는 기독인들이 세상에 어떤 도전을 줄 수 있을까? 교역자가 아니라, 꼭 약속 잡고 만나는 행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사람 하나 없는 교회에 희망이 있을까? 

오후 1시쯤, 무고한 폭력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형제복지원 출신 형님과 1급 장애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선생님과 함께 식사하고 신앙에 대해, 앞으로 살아갈 일을 고민하며 성경 말씀을 함께 나누었다. 활동보조 선생님이 준비한 음식은 항상 맛있다. 밥상을 함께 차리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대포 영구 임대 아파트 4층에서 “술 취하지 말라”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해를 풀었다. 시대적 맥락과 사도 바울 선생이 말한 취지를 설명했다. 다음에는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하기로 했다.

홀로 고아처럼 살다가 수많은 자해 시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젊은 친구 K 형제의 월세방을 찾아갔다. 더운 여름에 〈빅이슈〉(노숙인 지원을 위해 발행되는 잡지 - 편집자)라는 잡지를 파느라 고생하기에 그동안 미루었던 데이트도 하고 집에 초대해 가족들에게 소개도 하고, 중2 둘째 아들과 함께 시원한 비빔 밀면 한 그릇 먹었다. 그리고는 헤어지는 길에 밝게 인사했다. 다음 주에는 공동체 예배로 초청할 생각이었다.

친구를 만나는 중간에 잠시 입원하신 장인어른을 문병을 갔다. 노환이셔서 뇌경색이 온 것으로 보인다. 집중치료 후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려 준비하고 있다. 출석하는 교회의 성도들보다 전도사 사위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안마를 해드리는 동안 올여름을 건강하게 잘 나시기를 기도드렸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죽음
원동기 면허가 있어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던 K 형제가 하늘나라로 갔다. 열심히, 밝게 살려 했는데…. 85년생, 젊은 나이. 지난 8월 2일 수요일 새벽 3시경에 혼자 방에서 자던 중, 지병이던 저혈당 당뇨 쇼크에 의한 죽음으로 추정된다. 7월 31일 월요일 밤 9시 30분, 30초 정도 통화했는데 양호한 목소리였다. 한 달 전부터인가 하루에 한 번 통화하기로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8월 1일 화요일에는 통화를 하지 못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8월 2일 점심때가 되어 생각이 났다. 아는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가 왔는데 K가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 갔단다. 좀 알아봐.”

급히 수소문해보니 오전 일찍,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둘째 아들과 함께 셋이서 먹었던 비빔 밀면이 마지막 만찬이 되어버렸다. 멀리 아버지가 계시는데, 이미 일련의 처리를 거쳐 무연고로 보내기로 했단다. 그래서 〈빅이슈〉 담당 코디네이터, 부산 반빈곤센터 회원들, 기타 연결된 사람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영정을 준비하고 예산을 마련했다. 대략 50여 명의 지인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예상 밖의 인원이었다. 협력해주는 사회적기업 장례업체 창성웰라이프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

K가 다녔던 교회 청년들이 담당 목사와 함께 와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K는 교회에 가지 못했다. 다른 사람 지갑에 손을 대었다는 이유 하나로 교회에서 못 나오게 한 상태였다. 흐느껴 우는 청년들도 있었다. 예배 중 기도하던 전도사도 기도문을 제대로 읽어 나가지 못했다. 와준 건 고맙지만 섭섭하기 이를 데 없다. 교회는 예수의 사랑으로 치유하는 곳 아닌가?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예배 후 교인들은 떠나가고 지인들이 모여 밤을 지새웠다. 물론 K를 처음 알게 된 이들이 함께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오후 2시 다 함께 화장하는 과정에 동참했다. 멀리서 온 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다른 가족은 전혀 없다. 

“K야 고생했다... 하나님 나라에서... 안식하기를.”

영락공원 납골당에 그동안 곁에서 보아온 지인들이 〈빅이슈〉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마련했다. 외롭지 않도록 함께했다. K를 위한 시를 띄워 보내주었다. K를 수차례 이상 응급 구조했던 구조대원이 고개를 숙이고 함께했다.

 

이재안
잠자리 눈물만큼의 정(情)이라도 찔끔찔끔 나누며 살아가는 작디작은 풀꽃강물교회 식구이며, 부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혼살이’ 아저씨 아줌마 할매 할배들과 찌지고 뽁고 욕먹고 욕하며 살아가는 40대 유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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