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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수는 어떤 큰 그림의 일부인가?
[341호 3인 3책]
[341호] 2019년 03월 29일 (금) 15:37:43 여정훈 goscon@goscon.co.kr
   
 

이스라엘의 성경 전승과 공관복음서
윌라드 M. 스워틀리 지음 / 류호영 옮김
대서 펴냄 / 2010년
                                   

몇 해 전에 정종현 박사 논문 〈투쟁하는 청춘, 번역된 저항〉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연구자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번역된 문학작품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80년대 운동에서 소설은 사회과학 교육의 보조교재였고, 대중이 운동에 입문하는 통로였다. 소설을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감응이 구로동맹파업을 가능하게 했다고도 한다. 이야기(story)가 세상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과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데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언제나 틀이 세부사항을 이기기 때문이다. 같은 에피소드라도 어떤 맥락에서 읽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예수가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는 이야기는 복음서의 맥락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지인데, 10년 전쯤 열정에 가득차서 나를 가르치려 했던 한 사역자는 그것이 말세에 하나님이 자기 자녀들로 세상의 자녀들을 이기게 하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복음서 이야기를 읽는 큰 틀은 자본주의 서사였고, 그 안에서 삶의 위기는 경쟁에서 오는 것으로, 구원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약자의 투쟁과 혁명을 소재로 한 소설이 현실을 이해하고 그에 응전하는 방식을 지시하는 시나리오가 되었다는 사실과, 우리 시대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자본주의적 경쟁 모델이 하나님과 구원을 이해하는 중요한 모델이라는 점은 나를 다른 질문으로 인도했다. 대체 예수를 만났던 첫 세대는 어떤 이야기 안에서 그를 이해한 것일까? 그들은 예수와 관련된 이야기 안에서 자신을 누구라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있다면, 복음서를 써가며 후대에게 말을 걸려 했던 초대교회 선배들의 뜻이 우리에게 더 선명하게 전해질 것이다.

재세례파 신자이자 성실한 신약학자인 윌라드 스워틀리는 《이스라엘의 성경 전승과 공관복음서》에서 내 질문에 대한 응답을 시도한다. 저자는 공관복음의 구조를 네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이 구약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모델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논증한다. 그에 따르면 공관복음의 첫 부분은 ‘출애굽 전승’과 ‘시내산 전승’에 의해,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이야기인 두 번째 부분은 ‘광야-정복’ 이야기에 의해, 예루살렘 입성 후의 사건들을 다룬 세 번째 부분은 ‘성전 전승’에 의해, 수난 기사는 ‘왕권 전승’에 의해 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 이야기들이 선택된 이유는 당시 유대인들이 중요하게 지키던 네 명절과 관련된 서사였고, 1세기 유대인들의 신앙생활에서 이 이야기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응 시나리오를 재설정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첫 기독교인들은 이 이야기 안에 예수의 생애 중 일어났던 사건들을 배치하고, 그럼으로써 재구성된 이야기를 세상과 자신을 위한 ‘큰 이야기’로 삼았던 것이다.

스워틀리의 담대한 주장은 우리 시대의 교회를 위한 좋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어떤 곳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 세상 안에서 어떤 존재가 되려 하는가? 이 질문의 실마리를 찾아 복음서를 한 장씩 넘기는 신실한 학자의 고백은 실로 감동적이다.

교회 회중의 양육과 예배는 ‘성도들을 교육하는’ 일상적인 과제 중에 모든 형태의 속박에서 해방이라는 점에 대한 중요한 강조점을 활용하고 있는가? … 예배와 양육, 크리스천 회중의 공동체 삶은 십자가에 죽으신 메시아에게 신실하며 이 메시아에게 합당한가? (544쪽)

*그리스어로 표기된 단어가 많다. 낯설 수도 있으나, 그리스어 알파벳 읽기는 쉬우므로 이 책 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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