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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뽐내는 책보다 오랜 시간의 성실한 걸음을 기록한 책에 더 끌린다. 핫하고 센세이셔널한 주장이 저자의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되는 사례를 몇 번 목격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20년 넘게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책은 일단 믿고 보게 된다. 더구나 그의 첫 단독 저서라면? 주저 없이 새해 첫 책으로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의 《새로운 일상신학이 온다》를 읽은 이유다.저자는 20년 넘게 ‘일상신학’을 연구하고 실천해왔다. ‘신자의 삶에서 일상은 보냄 받은 곳이자 일터요, 사명의 공간’이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87호 (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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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는 35년 넘게 인권운동 현장에 남아있는 활동가다. 1988년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혈된 눈으로 현장을 찾아다녔다. 국가 폭력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과 함께하다가 여러 번 구속되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한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그의 이력을 소개할 때는 늘 동생 박래전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1988년, 광주 학살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몸을 던진 동생 박래전 열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권운동의
사람과 상황
박래군
386호 (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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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맹신을 비판하지만, 오히려 일상에서는 과학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진다. 우리가 식당에서 확신에 차 주고받는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정보만 해도 그렇다. 그 과학 지식의 다수는 얼마 안 가 다른 과학 정보에 의해 타당성이 없다고 판명이 난다.과학과 신앙의 상충 관계를 풀어내는 책은 꾸준히 나왔지만, 특별히 이 책은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때 열린 시각을 얻게 될 것”이라고 쓴 저자의 ‘여는 글’에 마음이 열렸다.저자는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육가이자 에너지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86호 (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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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우리는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이 정당한 것이기에, 우리는 기쁘게 희생할 것입니다.”콘스탄드 빌욘 장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권 운동이 가장 격렬했을 때 남아프리카방위군의 사령관이었습니다. 극우 집회의 단상에 선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을 막겠다는 사명을 선포합니다. 피와 공포의 시대, 그에겐 훈련받은 10만 명의 군대가 있었기에 “전투”와 “희생”, 그리고 “피비린내” 등은 결코 비유가 아니었습니다.당시 집권당의 지도자였던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5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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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수발신 장애를 경험하면서 카톡을 통해 주고받았던 대화, 사진, 영상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한한 사이버공간’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의 한 건물에 그 많은 자료들이 보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지요. 사건과 추억들, 그 무한한 감정의 맥락들이 물건처럼 보관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IT 전문가 나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나오는 표현처럼 ‘기억을 아웃소싱’하는 시대를 살아왔구나 실감합니다. 그는 “기억을 아웃소싱하면 자아의 깊이는 물론 문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4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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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새골공동체(모새골)의 ‘모새골’이라는 이름은 “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21:5)라는 말씀을 모태로 한다. 모새골은 기독교 영성 공동체로서 영적 치유, 영성 훈련에 대한 사역을 해왔다.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10월 4일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모새골을 찾아 설립자 임영수 목사를 만났다. 팔순을 넘어선 그의 구도자적 삶과 순례의 여정에서 쉼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물었다.- 먼저 모새골을 만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모새골이 내년에 20주년을 맞습니다. 교회로 시작한 것
커버스토리
임영수
384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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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에 있는 가락재영성원은 〈복음과상황〉 창간과 같은 해인 1991년 시작됐다. 초대 원장은 정광일 목사로 30년 동안 이곳을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삶과 교육의 터전, 영성 수련 및 쉼과 나눔의 자리”로 일구어왔다. 2022년부터는 본지 독자인 김종원 목사가 원장을 맡았다.10월 2일, 교회 수련회 일정으로 가락재영성원을 둘러보고 예배를 드렸다. ‘이곳이야말로 이번 기획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미 기획이 끝나고 그에 따라 종이 주문도 끝난 상황이었지만, 겨우겨우 지면을 확보해 이메일로
커버스토리
김종원
384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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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남부의 작은 마을 셀본(Selborne)에서 평생 동식물을 관찰한 성공회 사제 길버트 화이트(1720-1793)의 책 《셀본의 자연사와 유물들》(아카넷)은 지난 2백여 년간 3백 종이 넘는 판본으로 출간된 고전이다. 영국에서는 성경, 셰익스피어, 《천로역정》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은 찰스 다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윌리엄 워즈워스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길버트 화이트 전기’를 쓴 리처드 메이비에 따르면,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이 책을 두고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이범진
383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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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팟빵(podbbang.com)에 ‘복음과상황’을 검색해주세요.커버스토리 주제가 선정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회의를 비롯한 공식적인 과정은 서너 달 정도이지만, 비공식적인 과정을 포함하면 준비 기간은 더 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수년 전 누군가와의 대화 후 느낀 여운이 기획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20년 전 과월호를 훑어보다가 얻은 정보가 기획의 난맥을 풀어주기도 하지요. 9월호에 배움을 주제로 삼았던 데는 (동교동 삼거리에서 밝혔듯) 강동석 팀장이 읽은 《배움의 발견》이 적잖은 역할
마감 후 토크
이범진
383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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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가 신성시하는 가치를 갖기 마련이다. SNS만 봐도 그렇다. 저마다 자기가 신성하게 여기는 가치를 설파하고, 그 결과로 한껏 충만해져서 불특정 다수에게 그 신념을 전한다. 흡사 우리는 모두 ‘전도자’가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근사하고 세련된 가치를 설파하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 무리는 갈리고 갈등은 증폭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방식을 비웃던 이들마저도 스스로 그런 방식으로 자기만의 ‘복음’을 전하니, 과거의 신들이 세련된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인가.크리스토퍼 라이트가 2017년 “정치적 격동의 시대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83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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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수 독자는 2013년 성서한국 전국대회를 계기로 복상을 구독한 10년 차 정기구독자다. 4년 전에는 2008년도부터 2012년도까지의 과월호를 모두 구매하고자 복상 사무실로 연락을 해오더니, 최근 ‘라이브러리 두란노’(라두)라는 교회 도서관을 꾸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복상 과월호가 가지런히 꽂혀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라두를 방문했다.입구에 들어서자 〈씨알의 소리〉, 〈성서조선〉과 함께 나란히 〈복음과상황〉이 꽂혀있다. 라두에 소장된 약 9천 권의 책들은 거의 다 그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책이다. 문학, 신학, 인문학, 그리고 후
커버스토리
조영수
382호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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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서학과 신앙공동체가 어떻게 조선사회의 지축을 뒤흔들었는지 담아낸 역사서. 치밀한 연구로 서학과 신앙의 깊은 관련성을 그려낸다.‘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라는 부제에서의 ‘교회’는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뜻한다. 이 역시 한국 기독교의 역사임에도 현실에서는 “성당”에 가느냐, “교회”에 가느냐는 질문으로 가톨릭과 개신교를 구분하곤 하니, 천주교의 역사를 다룬 이 책에 ‘한국 교회사’라는 부제가 붙은 것이 어색할 수도 있다.그러나 일찍이 한국 개신교 역사를 쓴 학자들은 한국 가톨릭의 역사를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특별히 한국 개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82호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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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성사된 작은 독자모임에서 복상이 ‘기후위기와 에너지’를 다룬다고 하자, 편집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오랜 독자가 한숨을 쉬며 한마디 거듭니다.“제발 강박이나 죄책감을 심어주는 이야기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도 이미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거든요. 즐겁게 동참하도록 끌어주기만 해도 좋겠어요.”지구는 이제 끝났다, 이대로 가면 종말이다, 식단부터 바꿔라, 일부 강압적인 운동을 접하면서 오히려 반감이 생겼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개인의 양심과 선택에 호소하는 접근도, 제도와 체제의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1호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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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팟빵(podbbang.com)에 ‘복음과상황’을 검색해주세요.지난 7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예배를 이루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힘겨운 나흘간의 마감 일정을 마무리하고, 커버스토리 기획을 주도한 정민호 기자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예배를 이루는 사람들에 주목한 계기는 무엇인가.코로나를 지나면서 대다수 교회의 예배 방식이나 참여 인원이 전과 크게 달라졌다. 최근에서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대면 예배 형식으로 다시 전환되는 흐름이 있다. 2년 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될 때와 마찬가지로, 예배에
마감 후 토크
이범진
381호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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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의 《리추얼의 종말》에 붙은 부제(질문)입니다. 저자는 욕망과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 “자아 숭배, 자아 예배”를 극복하려면 ‘리추얼’(의례·의전·예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의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루틴’이라는 단어와 혼용되지만, 리추얼(Ritual)에는 ‘특별한 반복’이라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서두에서 한병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글을 인용해 리추얼의 속성을 설명합니다.“미사 덕분에 성직자는 사물과 아름답게 교류하는 법을 배운다. 잔과 성체를 부드럽게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0호 (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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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받은 사람: 이범진 편집장날짜: 20220614“구독 기간 3년 연장하려고요. 그리고 온라인 구독도 열어주세요.”독자 성함을 확인하는데, 아는 동생이었다. 8년 전, 제주 평화 캠프에서 만났던 정재호 독자. 2년 만의 통화였지만 마감 기간의 사무실 호흡을 고려해, 반가운 마음을 누른 채 공적인 대화로 통화를 마쳤다. 잠시 뒤 그에게 카톡을 보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나였다고 밝히자 ‘형인가 했는데 목소리가 신입 직원인 줄 알고ㅋㅋㅋㅋㅋㅋ’라고 답장이 왔다. (음…, 일단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마침 이번 호에 실린 ‘2022 제
#전화벨 소리
이범진
380호 (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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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너를 세우리니 네가 세움을 입을 것이요. 네가 다시 소고를 들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춤추며 나오리라. 네가 다시 사마리아 산들에 포도나무를 심되 심는 자가 그 열매를 따기 시작하리라.”성경의 예레미야 31장을 주제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 담았다. 익숙한 성경 말씀이 읽을 때마다 낯설게 다가오듯, 이 책의 시와 그림도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펼치면 충분한 여백의 그림 옆에 열 글자를 넘기지 않는 짧은 시구가 적혀있다.“다시 일어서” “다시 친구들과”2년여 팬데믹을 겪고, 한숨 돌리는 시기여서인지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80호 (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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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평화’ ‘새 하늘과 새 땅’…원래의 뜻은 좋았더라도 사회문화적 맥락을 거치며 그 뜻이 퇴색되거나 발화자의 목적에 따라 변질되는 단어들이 있다. 내게는 ‘부흥’도 그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교회의 양적 부흥에만 한정해 쓰이거나 교세 확장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다 보니, ‘부흥’의 깊은 의미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졌다.신뢰하는 저자의 책 제목에 ‘부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발견하고는 반가웠다. 이제는 부흥의 원뜻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골랐다. 부제는 ‘Not for Survival, But fo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79호 (202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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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의 처벌 프레임을 넘어서 개인 회복과 공동체 치유에 무게 중심을 두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그러나 현실에서 ‘회복적 정의’는 누군가에겐 “사회의 중대한 불의에 작은 연고나 발라주는 역할”일 뿐이다. 국가 자원에 의존한 각종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들은 기껏해야 구조화된 불평등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귀결된다고 뼈아픈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이 책은 회복적 정의를 한껏 옹호할 듯한 제목과 달리, 회복적 정의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현실의 한계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특별히 저자들은 기울어진 정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378호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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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유명한 책 제목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 일주일. 여덟 살, 네 살 아이와 함께라서 너무 힘겨웠습니다. 매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집을 부리는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며 윽박질렀습니다. 고요한 밤이 되면, 왜 교양 있게 타이르지 못했을까 자책하였지요.집 안에 갇혀 분노와 자책을 수십 번 반복하다가 일주일 만에 출근을 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아이들로부터 해방되어 사무실에 있으니 다시 교양인이 된 것 같아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78호 (2022년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