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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기억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다. 안 했다고 말하는 걸 더 선호하지만 결과 중심으로 볼 때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선배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의해 인간의 존재 가치가 결정되는 경험들을 종종 할 수 있었다. 나는 선생님들을 종종 혼란에 빠뜨리는 학생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평소 나의 유머와 재치(…), 혹
독서일기
심에스더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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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글 잘 읽었다. 아빠도 학부 부전공으로 철학을, 석박사 과정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지만, 네가 고르는 텍스트와 너의 독해를 통해서 배우는 바가 크다. 매번 네 글을 받을 때마다 세미나 수업을 하는 기분이랄까. 우리의 고전 읽기 대화가 끝나면 네가 골랐던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어봐야겠구나.라인홀드 니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비교한
연재모음
김기현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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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의 관심: 기독교 지성 운동의 대부J. P. 모어랜드는 미국 기독교 지성 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40년 넘게 복음 전도에 매진하고, 복음전도자들을 훈련하고, 전도를 강의해왔다. 특별히 그는 무신론의 도전에 맞서 지적으로 복음을 변증하고 합리적으로 신앙을 옹호하는 사역을 해왔다. 그가 쓴 모든 책에는 캠퍼스 전도자로 사역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연재모음
최경환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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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신학의 혁명은 융합과 경계 넘어서기바울 신학은, 필자가 보기에 1980년대부터 일대 혁명을 맞이한다. 그 혁명은 천재 학자 몇 명이 이루어낸 것이 아니었다. 20세기 후반 바울 신학의 혁명은 성서학이 자신의 틀을 벗어나 여러 다른 담론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과거 성서학의 결과들뿐 아니라 유대교 문헌들과 철학자들의 사상에 문을 열면서 나타났다.결론적으
연재모음
한수현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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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원고를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해마다 오늘이 되면 어김없이 들리던 그 노래가 다시 들려온다. 아,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밤이구나. 해마다 이 날이면 시그널 음악처럼 들려오던 노래와 함께 조금은 바쁘고 분주했던 어느 시월의 마지막 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날이 바쁘지 않다.병실에서 쓸쓸히 맞이한 종교개혁 500주년과거에는 교회개혁 모임을 비롯해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루터의 종교개혁 기념일을 기념하느라
내 인생의 한 구절
우주현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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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꿈과 비전은 현재진행형남북관계가 정체되고 다시 예전의 적대관계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 하는 염려가 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원에 살면서 평화는 현재진행형이란 징표들을 많이 보기에 확신할 수 있다.남북한 평화는 진보했으며, 되돌릴 수 없는 일임을 보여주는 징표들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많이 일어났다. 한국전쟁의 최
연재모음
정지석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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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지만, 요즘도 종종 수능시험을 치르는 꿈을 꾼다. 갑자기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로 한참을 당황하다가 잠에서 깨는데 한참동안 꿈인지 실제인지 멍하다. 유·초·중·고로 이어진 장구한 십 수 년의 시간은 이렇게 당혹스러운 트라우마를 남겨놓았다. 아마
연재모음
박제민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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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인간은 참 묘한 동물입니다.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신념을 위해서 이름 없이 일생을 바치고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하지요.그런데 여기, 세상의 잣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습니다.목사이면서 농사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 유기농쌀라면을 트럭에 싣고
이웃 곁으로 이웃 속으로
박경순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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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개혁 다시 보기제5차 바티칸 공의회가 종료되고 몇 개월 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게시되고 곧 유럽은 종교개혁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공의회 역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14세기 초 교황청의 아비뇽 유수 이래, 가톨릭 교회는 여러 차례 분열을 경험했습니다. 대립 교황이 세워진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고 그런 사건을 겪을
연재모음
최종원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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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호뇽의 대화마당’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제홀에서 열렸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교회환경연구소, 한국자끄엘륄협회가 공동주최한 이 모임은 자끄 엘륄 사상으로 나누는 “창조세계의 생태 위기와 기독교의 응답”이 주제였다. 프랑스의 개신교 신학자 자끄 엘륄 전문가인 프레데릭 호뇽은 프랑스 개혁교회 목사이자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종교철학 교수로, 엘륄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연구서인 《자끄 엘륄, 대화의 사상》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강연은 질의응답과 함께 약 두 시간 동안 이뤄졌다. 다
연재모음
프레데릭 호뇽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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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위해 선택하고 부여한 이유들로 인해 그 행동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기로 자유롭게 마음먹을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자유로워지는데,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자신의 행동과 능력과 힘을 무한정으로 증가시킬 때가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 스스로 법과 도덕과 행동 규칙을 세우고, 아무 길이 아닌 그런 길을 자신에게 제시할 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마땅히 져야 하는 책임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에게 맡겨진 자연을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 전체는 그런 종류의 선택을 표현한다. (자끄 엘륄)
커버스토리
자끄 엘륄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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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페미니즘은 여성이 경험하는 부정의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 중 하나다. 에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자연에 대한 억압과 연결된다고 본다. 물론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범주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설명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솔직히 이런 식으로 에코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건 아주 게으른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설명을 하나 소개해 보자면, ‘억압의 형태란 결국 닮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을 연결해 보면 두 억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실제로 여성과 여성성을 가진 존재(동물 포함)가 겪는 억압의 닮은 점을 찾아내는 일에는 꽤 명쾌한 재미가 있다. 인간이 첫 번째 발을 디딘 땅은 왜 처녀지인가? 남자는 여자를 왜 ‘따먹는가?’ 여자랑 과일이 무슨 상관이 있기에? (리아)
커버스토리
리아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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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법은 창조주의 질서다. 동물들의 비명소리에 반응하는 사회에서는 동시에 더 이상 약자들의 소리를 무시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약자가 기준이 될 때 모두가 함께 구원을 얻는다.우리가 속한 세상은 고기 먹는 사람들 앞에서 “육식은 폭력”이라고 외치는 일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유색인종은 더럽고 자신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 앞에서 “차별은 폭력”이라고 외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것을 과격한 일로 인식하도록 왜곡하는 것이 동물 혐오이며 인종 혐오일 뿐이다. 아픔이 있는 곳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곳에 함께 서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아픔이 있는 거기, 주님이 계신다. (이박광문)
커버스토리
이박광문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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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모음
복음과상황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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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블랙리스트가 내려왔다. 맨 끝단에 있던 저자는 배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 이를 참회하며 스스로 지은 필명이 ‘적폐’이다. 책은 집필 배경과 가상 역사 희곡, 김기춘 공판에서 저자가 읽었던 법정 진술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희곡은 북한 문제에 골몰하는 대통령 이야기인데, 조용필의 노래 가사가 자주 활용되고 희곡 사이사이 저자의 단상이 메모처럼 붙어 있다. (편집부)
잠깐 독서
복음과상황
348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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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십자가크리스토퍼 J. H. 라이트 지음 / 박세혁 옮김CUP 펴냄 / 13,000원_______성서학자이자 목회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초청하는 ‘십자가의 복음’. 마지막 만찬, 베드로의 부인, 예수의 십자가 죽음 등 각 사건이 어떻게 구약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덧붙여 ‘개인적 논평’이라는
새 책 나들이
복음과상황
348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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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악마가 한국교회를 배회하고 있다. 세습이라는 악마가. 영화 에 등장하는 악마는 자기 이름을 감춘다. 어떤 악마이든지 그 이름을 부르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나가라고 명령하면 쫓겨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습도 마찬가지. 세습은 세습을 세습이라 부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세습은 자신을 ‘승계’ ‘계승’ ‘민주적 청빙’ ‘개교회의 권리’ ‘큰 십자가의 고통’ 등으로 속인다. 세습은 어느 늙은 목사의 초심을 잃게 만들었다. 어떤 젊은 목사의 미래도 앗아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교회를
연재모음
박제민
348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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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우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교단마다 ‘총회’라는 이름으로 큰 대회를 치르면서 여기서 나온 논의와 결정에 대한 탄식과 논쟁으로 이 시기를 보낸다. 논란이 되어온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끓는 기름을 식히겠다고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고, 위기를 극복하려고 교단마다 내놓은 방안들은 배제와 혐오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타자를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결정들이 2019년에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 것을 보니 총회 구성원의 퇴보한 의식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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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주
348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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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동성애 관련 안건을 “총회의 어떤 안건이나 결의보다 더 중요하다”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목사와 기독교 단체들을 이단으로, 반기독교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심지어 반동성애 운동을 하다 전과가 생긴 이들에게는 복음과 진리를 위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총회 공직에 입후보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고 결의했으며, 국가와의 싸움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자신들의 문제는 외면한 채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결집을 다지며 기득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복음과 진리를 위한 행동인가? (김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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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은
348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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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떻습니까? 그 놀라운 선언을 드러내고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는 교회가 그 구실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교회 안에서 힘을 가진 개인이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고 그 자리를 혈연으로 이어주며 차별을 공고히 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총회마저도 작은 자의 친구였던 예수의 삶이 아니라 명성교회의 부와 크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그런 결정 앞에서 하나님의 이름은 망령되이 일컬어졌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할 십자가는 나의 욕망을 위해 만만한 타자를 못 박는 용도로 인용되었습니다. 예수의 뜻은커녕 명성교회와 총회 모두를 ‘진정으로 살리는’ 결과조차도 내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치심과 좌절감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희영)
커버스토리
이희영
348호 (2019년 11월호)